'우연의 음악'에 해당되는 글 153건

  1. 2010.09.30 어른이 되었다고 느낄 때
  2. 2010.09.27 남자가 알고있는 여자의 모든 것 4
  3. 2010.09.24 마루 밑 아리에티 2
  4. 2010.09.20 소라닌 4
  5. 2010.09.16 취업일기4 2
  6. 2010.09.12 취업일기3 + α 6
  7. 2010.09.11 취업일기2 - 소라닌 보고싶다
  8. 2010.09.07 취업일기 7
  9. 2010.09.05 이아립, <이름없는 거리 이름없는 우리> 4
  10. 2010.08.30 마이크로 vs 매크로 2
  11. 2010.08.21 선물 6
  12. 2010.08.16 서로 다른
  13. 2010.08.15 천안 단상
  14. 2010.08.14 타인의 취향2 8
  15. 2010.08.12 타인의 연애 4
  16. 2010.08.11 울산 단상 2
  17. 2010.08.06
  18. 2010.07.30 Don't look back - teenage fanclub
  19. 2010.07.28 읽기의 즐거움 4
  20. 2010.07.22 Life in a day 2
  21. 2010.07.21 Trust me
  22. 2010.07.20 하하하 4
  23. 2010.07.17 살아났다 8
  24. 2010.07.13 SHE & HIM 2
  25. 2010.07.11 몽롱 6
  26. 2010.07.09 으흐흐흐흐 4
  27. 2010.07.07 개인의 취향 13
  28. 2010.07.04 낢에게와요 4
  29. 2010.07.04 좋은날 2
  30. 2010.06.30 The bird of music 11
새 신발을 사는 이유가 '신발이 작아서'가 아니라 '신발이 낡아서'가 되었을 때, 난 내가 다 컸다는 생각을 했다. 아 이런게 어른의 느낌이구나. 하는 생각에 낡은 신발을 보며 조금 슬퍼했던 기억이 난다. 스물두살쯤의 어느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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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설명이 더 필요한가?ㅋㅋ


출처 : 트위터 @8ck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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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루 밑 아리에티

2010. 9. 24. 01:27 from 소소한 일상

조조영화를 볼만큼 일찍 일어나는 일은 근 3년간 손에 꼽을 만큼 적었는데, 신변에 변화(?)가 생기면 사는게 달라진다. 그래서 백년만에 본 조조영화 마루 밑 아리에티. 그리고 센과 치히로 이후 백년만에 본 미야자키 하야오 작품. 

하야오 할아버지의 뚝심있는 자연주의적 이야기는 소인의 눈을 통해 여전히 계속되고 있었고 점점 발전하는 작화는 여전히 감탄의 대상이었다. 카메라로 찍은것도 아닌데 포커스가 변하는 첫 장면부터 감탄 연발! 되도록 컴퓨터를 안쓴다던 지브리도 이번엔 컴퓨터그래픽을 여기저기 잘 활용한점도 눈에 띄었다. 

워낙 어릴적부터 일본 애니메이션을 좋아해서 어쩌면 헐리우드 영화보더 더 많은 애니메이션을 본 것 같은데 이들의 이야기 샘물은 동나지도 않는가보다. 어쩜 이리 좋은 컨텐츠가 자꾸자꾸 나오는지. 거의 대가 끊긴 한국의 성인용 애니메이션을 생각하면 부러워 죽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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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라닌

2010. 9. 20. 02:04 from 소소한 일상


소라닌 : 감자에서 돋아난 싹에 있는 독성 물질. 하지만 성장을 위해서 꼭 필요함.


폭풍같이 어려웠던 LG전자 인적성을 마치고 드디어 씨네큐브에서 소라닌을 보고 왔다. 오랜만에 본 청춘영화. 그리고 오랜만에 본 감정선이 고운 영화. 옆자리에 혼자 오신 여성분은 영화 후반부부터 계속 울고있었는데, 이 영화는 그녀에게 청춘의 어떤 기억을 떠올리게 한 걸까. 

'남'들의 청춘일기를 보면서 드는 생각이, 과연  내 청춘은 이미 지나간걸까 유효한걸까. 아무리 청춘이 마음가짐이라고 하더라도 시간을 거스를 수 있을까. 내 나이 이제 곧 서른. 현재 구직활동 중. 여전히 미래가 불확실함. 그래도 알 수 없는 불안감에 잠을 설치면서도 대책없는 희망에 몸을 던지는건 역시 20대의 특성인가보다. 

본격 사표내고 밴드하고싶게 만드는 영화라는데, 사표는 아니더라도 정말 밴드는 하고싶게 만드는 영화였다. 내게 정말 밴드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한 영화는 '즐거운 인생'이었고, 이 영화가 두 번째다. 

"기타는 현과 코일과 앰프로 연주하는 사람의 마음을 증폭시키는 악기에요" 

이 말을 듣자마자 너무 좋아서 받아 적으려고 주위에 펜을 찾았다. 조만간 현과 울림통만 있는 기타에서 코일과 앰프가 있는 기타로 갈아타야겠다. 내 마음도 증폭시켜보게.

+
저 기타 너무 예쁘다! 영화 보는 내내 기타가 너무 탐났다. 엔딩크레딧에 Fender가 스폰서로 나온거 봐선 스트라토캐스터인것 같은데(알아보니 머스탱 시리즈였음) 얼마나 하려나..빨리 취직해서 월급타면 꼭 사야지+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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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일기4

2010. 9. 16. 23:35 from 소소한 일상
1. 열심히 취업설명회 따라다녔더니 선물이 쌓여간다. 팬택에서 준 USB, SKT에서 준 던킨 기프티콘, SK 컴즈에서 준 도토리 30개(가장 처치 곤란;;), 네이버에서 준 티셔츠, 마우스패드, 검색창 마그넷 등등. 다음하고 엔씨소프트 빼고는 대략 가고싶은 회사들은 한 번씩 다 왔다 가서 더 이상 받을만한게 없긴 하지만 이거 참 쏠쏠하다ㅎㅎ 특히 네이버 티셔츠는 완소 아이템! 

2. 소비자 입장에서 구직자 입장이 되니 회사들이 달라보인다. SKT나 NHN은 별로 좋아하지도 않고 서비스도 잘 이용하지 않았는데, 막상 그 구성원이 되려고 보니 정말 좋은 회사이자 가기 어려운 회사들이었다. 심지어 내가 싫어하는 싸이월드의 SK 컴즈까지도 연봉은 작지만 복지는 무척 좋은 매력적인 회사였다. 임직원에게 매월 도토리 100개 지급이라니 너무 귀엽잖아!

3. ***님은1차서류전형에합격하셨습니다.축하합니다. 배정사업본부:MC_Handset R&D Lab., 배정직무:R&D UI 입니다.

주위 친구 동료들이 이상하게도 우수수 다 떨어진 LG전자 서류에 다행히 합격했다. 고작 서류전형인데 이렇게 어렵다니! 이번 일요일에 도곡동가서 시험도 봐야하고, 그거 합격해도 면접 두 번이 더 남았다. 분위기를 탐색해보니 다행히도 MC사업부에서 UI팀이 가장 유연하고 부드러운 듯. 일단 공돌이 100% 부서가 아니라 디자이너까지 섞여있어서 성비도 거의 반반이란다. 요건 참 맘에 드네..

+
(9/24 추가)
"SK컴즈 연봉"으로 검색해서 이 글로 오시는 분이 많아서 한 마디.
- 연봉 2800 이랍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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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일기3 + α

2010. 9. 12. 20:24 from 소소한 일상
1. 꼭두새벽에 일어나서 무려 송파역까지 가서 사트를 봤다. 전혀 공부를 안하고 본 터라 적성검사는 시간이 정말 모자라서 열심히 3번으로 찍었고, 인성검사는 너무 졸려서 후딱 풀고 30분간 푹 자고 나옴. 게다가 완전 소신 답변했는데, 과연 합격할 것인가?ㅋ 어쨌든 생애 첫 입사시험은 이렇게 지나가는구나ㅎㅎ

2. 허우적군과 을밀대 냉면 처음으로 시식! 첫 맛은 밍숭했는데 먹을수록 착착 입에 감기는 찰진 느낌은 과연 명불허전! 녹두전도 끝내줬다. 

3. 허우적의 쌔삥 아이폰4로 미쿡에 있는 친구와 패이스타임을 해봤는데 오와..이거슨 유학생의 필수품! 기러기 아빠의 필수품! 집 떨어진 모든 이에게 축복! 그 쓸데없던 화상통화를 이렇게 바꿔놓는 애플은 정말 대단하다. 아이팟터치 2대 사서 동생 하나 보내주고 어머니 하나 드리면 좋겠다. 그럼 호주에 있는 동생과 늘 화상전화를 하실 수 있으니 어머니가 덜 외로워하실텐데..내가 딸 노릇을 대신 할 수도 없으니 답답하다.

4. 연구실에서 무한도전 보면서 엉엉 울다가 옆자리 후배에게 들켰다. 무슨 남자가 무한도전 보면서 그렇게 우냐고 그러는데 눈물이 많은걸 어쩌나. 밤에 집에서 혼자 볼걸. 누굴 감동시키기 전에 내 스스로에게 감동하도록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 3년을 한 자리에 있었더니 너무 타성에 젖은 듯. 어서 여길 나와야겠다는 생각이 더욱 더 들었다.

5. 본인의 욕심을 상대방에게 부담으로 전가하는 일은 하지 말아야 하는데, 신해철의 가사처럼 얼마나 나일 먹어야 마음의 안식을 얻을런지. 연애를 백만번은 더 해봐야 하는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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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서류 결과는 무려 이틀만에 발표가 났다. 아마도 자소서는 전혀 읽어보지 않고 학점과 영어성적 컷만 넘으면 모두 합격시켜 주는 듯. 그래서 일요일엔 사트를 봐야한다. 어제는 LG전자 원서 마감일이었는데 밤 10시부터 서버가 불안불안해서 계속 튕겨나오다가 겨우 제출했다. 내일은 Daum에 원서를 넣고, 다음주엔 NHN하고 SKT 원서를 써야한다. 두산과 포스코는 쓸까말까 고민 중. 기나긴 취업 레이스를 이제 시작했것만 벌써 힘들다-_- 주말엔 꼭 소라닌을 보고싶은데 사트 끝나고 볼 시간이 나련지..

@a_shitaka: 본격 사표내고, 밴드하게 만드는 영화 '소라닌' 리뷰 http://www.realfolkblues.co.kr/1358

트위터에서 저 트윗을 보고 영화가 되게 보고싶어졌다. 저녁에 사당으로 회의하러 가야하는데 미친척 혼자 보고올까..내일 사트는 대충 보고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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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일기

2010. 9. 7. 00:17 from 소소한 일상
오늘의 쌩뚱맞은 최대 고민은 제일기획을 쓰느냐 삼성전자를 쓰느냐..였다.

원래는 삼성계열은 안쓰려고 생각중이었다. 연구분야는 삼성전자와 가장 관련이 깊지만 R&D 직군에 우리과를 안뽑는다는 소식을 듣고 그냥 포기하고 있었다. 그렇다고 SDS를 쓰면 대학원에 온 의미가 없어지고(우리 과 학부생들이 가장 많이 가는 회사이다), IT 서비스 회사엔 별로 가고싶은 마음도 없고..

그러던 찰나 친구 SH와의 전화통화 중, 삼성 안쓸거라고 했더니 정 그러면 재미로 한번 엉뚱한 회사 써보라는거다. 사트보고 면접보는데 돈드는것도 아니고, 연습삼아 해보면 나중에 도움이 된다..라는 논리에 현혹돼서 그러면 생각도 안해본 에버랜드라던가 제일기획을 쓰면 어떨까 하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놈은 참고로 LG패션을 재미로 썼었는데 공대생인 주제에 최종 면접까지 갔었다나 뭐라나ㅋ 그래서 결국 그나마 내 전공과 관련이 있는, 인터랙티브 아트 분야가 있는 제일기획을 미친척 써보기로 하고 열심히 원서를 작성했더랬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광고분야는 고등학교 2학년 때 중앙대 광고홍보학과를 가볼까 고민했던 것 빼고는 십수년간 전혀 생각도 안해본 터라 자소서에 쓸 말이 없었다. 포트폴리오를 들여다 봐도 이건 뭐 아무 상관도 없고..결정적으로 제일기획은 광고직 사트를 보는데, 이게 또 보통 이공계인이 보는 사트랑은 전혀 다른 스타일이란다. 이래서야 뭐 연습이 되겠나 싶고, 최종면접은 커녕 서류나 붙을라나 싶어 서류제출 40분을 남기고 삼성전자로 방향을 다시 선회, 후다닥 원서를 써서 냈다. 붙어야겠다는 의지가 없으니 어쩜 이리 원서쓰는게 부담이 없는지ㅋㅋ 어차피 기술직으로 낸 거라 붙어도 안갈테니 정말 아무런 부담이 없다. 그래서 만약 면접에 가게 된다면 어느 정도까지 소신껏 말해도 뽑아주는지 한 번 테스트를 해 볼 생각이다. 사트는 물론 '오너 경영이 전문 경영인 체제보다 우월하다'식의 문제가 나오면 사정없이 밟아줘야지ㅋ 소신답변의 끝을 보여줘야겠다. 모든 취업 과정이 늘 이런식이면 스트레스라도 덜 받을텐데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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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아립의 세 번째 앨범을 이제서야 열심히 듣고 있다.

이 앨범을 쭉 들으면 주옥같은 싱글들이 가득한데, 뭐 한 곡 빠지는게 없다. 지금까지 왜 그녀의 솔로앨범들을 안 듣고 살았는지. 아마 들어본 사람이 거의 없을, 이아립의 거친 목소리가 매력적이었던 스웨터 데모ep <Zero album coming out>도 가지고 있고, 1집 스타카토 그린 티셔츠도 한동안 잘 입고 다녔던 원조 왕팬인데! 

어쨌거나, 요 앨범에서 내 귀에 먼저 들어온 노래는 2번 <이름없는 거리 이름없는 우리>. 그녀의 가사쓰기가 유독 빛을 발하는 곡인것 같다. 특히 노래의 마지막 부분의 이 가사가 유독맘에 든다.

우린 마주 보았지만 
서로의 눈 속에 비춰진 
자기만을 보았던 
두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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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 vs 매크로

2010. 8. 30. 00:25 from 목소리
주말이 지나면 개강이다. 드디어 마지막 여름방학이 지나갔다. 언제가 박사를 진학하지 않는 한 내게 있어서는 학교에 적을 둔 마지막 방학인 샘이다. 방학동안 뭘 했더라. 짧은 여행을 몇 번 다녀왔고, 가끔 데이트를 했고, 논문을 네 편이나 냈고, 포트폴리오란걸 만들었고, 자소서라는것도 써봤다. 연주 주제인 tap input을 드디어 구현해냈고, 아직 쓰기 시작도 못했지만, 졸업논문만 통과되면 무사 졸업이 가능하게 되었다. 가끔 전화통화하는 친구들의 일상적인 질문 -"별일 없지?"-에 늘 같은 대답을 한다. "응 별일 없어." 근래에는 질문이 하나 추가됐는데, "연애사업은 잘 되고?" 라는 물음에 역시나 "응 잘 돼가." 라고 대답한다. 마이크로하게 보면 수 많은 사건들로 가득하지만 매크로한 시각에선 정말 별 일 없는 인생이다. 여전히 너무 바빠서 늘 새벽까지 일하느라 다크써클은 없어질 생각을 안하고, 좋아하는 공연들은 전혀 못 보고 살고, 보고싶은 책들은 책꽂이를 계속 채워만 가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다사다난하고 멀리서 보면 평온한 일상들은 '이정도면 나쁘진 않군'이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가끔 잊어버려서 그렇지 GMF도 예매했으니까! 앞으로 3개월, 벌려놓은 프로젝트 마무리 잘 하고, 가고싶은 회사에 취직하고, 졸업논문 마무리만 잘 하면 된다. 삶은 어렵게 생각하면 끝도 없이 복잡하고 어렵지만, 쉽게 생각하면 한없이 간단한 것 같다. 포인트는 마이크로한 시각과 매크로한 시각을 적절하게 전환해가며 바라보는 것. 지금 내게는 매크로한 시각이 적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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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

2010. 8. 21. 12:08 from 소소한 일상

작년 5월, 일본 학회에 갔다가 그 녀석에게 선물을 사다준게 사건의 발단이었다. 일본의 편의점 잡지코너에는 남성들이 좋아하는 민망한 표지의 잡지가 가득했는데, 그 중 부록 DVD가 포함된걸로 잘 골라서 녀석에게 선물로 내밀었다. 내가 누군가에게 선물을 주는 원칙은 '갖고는 싶지만 본인이 돈 주고 사긴 좀 그런'물건을 고르는 것이다. 이 선물도 그런 기준에 딱 부합하는 동시에, 받는 사람의 취향에 정확히 일치하면서 한국에서는 쉽게 구할 수 없는 레어아이템이라는 희소성까지 갖춘, 내가 보기에 최고의 선물이었다. 받는 녀석도 겉으론 민망해 하면서도 속으로는 매우 좋아하는걸 알 수 있었다.


그로부터 어언 1년이 지나고, 녀석이 여름 휴가로 도쿄에 여행을 다녀왔다. 가기 전 좋은 선물 사오겠다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띄고 떠났었는데, 돌아온 날 내게 문자가 한 통 왔다.


너를 위한 선물을 사왔으니 기대해ㅋㅋ 상상 그 이상을 보여주마ㅋㅋ


도무지 뭔지 알 수가 없어서, 그리고 살짝 불안한 마음에 요렇게 답장을 보냈다.


-뭔데? 작년에 내가 준 거랑 같은 맥락은 아니지?

내껀 모랄까, practical이랄까, 실용적 메카니즘의 산물이지ㅋ


답문을 받으니 더 궁금해져서(뭐가 실용적이란 거야?*-_-*) 전화로 꼬치꼬치 캐물었지만 그는 절대 뭔지 가르쳐주지 않았다. 직접 보면 깜짝 놀랄거라며 더욱 궁금하게 만들고는 전화를 끊었다. 


그렇게 열흘정도 후에, 강남역으로 회의를 간 김에 사당에 사는 녀석을 만나 드디어 선물을 받았다. 사당역 던킨도너츠로 들어오는 놈의 손엔 커다란 쇼핑백이 들려있었다. 내게 내밀면서, 선물은 주는 사람 앞에서 개봉해야 하는 거라며 어서 꺼네보란다. 쇼핑백 속 비닐봉투 속을 보니 살색의 쿠션 같은게 들어있었는데, 살짝 쇼핑백 밖으로 꺼네려다 실체를 파악하고 바로 집어넣었다. 내가 못 꺼네면 자기가 대신 해주겠다길래 그거 꺼네면 나 지금 바로 나갈거라고 하면서 극구 사양했다. 내가 당황하는 모습에 놈은 무척 만족스럽다는 미소를 지었다. 

그 선물은 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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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다른

2010. 8. 16. 18:12 from 음악수집가


후반부 기타 연주는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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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 단상

2010. 8. 15. 22:45 from 소소한 일상
새로운 도시로의의 여행은 늘 흥미롭다. 오늘 잠시 다녀왔던 천안도 고속도로 휴게소만 지나다녔지, 사람 사는곳은 처음 가봤다. 천안으로 가는 1호선 전철 풍경도 어찌나 정겹던지. 강남 근처나 신촌 근처 지하철 풍경과는 너무도 달랐다. 전철로 갈 수 있는 곳이 서울 버스카드가 안된다는게 신기했고, 시내버스가 무려 1200원이나 하는점도 놀라웠다. 도심은 생각보다 화려했고 사람은 예상보다 훨씬 많았다. 겉으로 보기엔 수도권 여느 큰 도시와 크게 다를게 없을 만큼. 

하지만 한 골목 들어가면 디테일에 차이가 났는데, 그 차이가 너무 재밌었다. 점심을 먹으러 들어간, 겉보기에 매우 멀쩡한 스파게티 레스토랑은 까르보나라를 시키니 걸죽한 콩국수랑 외형은 차이가 안나는 스파게티가 나왔고, 떡볶이토마토스파게티라는 정체 불명의 음식은 분명 토마토소스 스파게티인데 약간 매콤하고, 면보다 떡이 더 맛있었다. 샐러드바엔 양배추+캐첩+마요네즈 조합의 일명 '사라다'와 빵만 있었는데, 1인당 천원의 추가금을 받았다. 가장 압권은 피클이었는데, 이게 참외인지 오이인지 헷갈릴만큼 거대한 피클이 나왔다. 

배부른 식사를 마치고 근처 미술관까페 라는 곳에 갔다. 미술을 전공한듯한 주인 청년이 자신의 작품들로 가게를 너무나 이쁘고 개성있게 꾸며놔서 인테리어가 맘에 쏙 들었는데, 음악도 너무 좋았다. 그 와중에 SHE & HIM의 노래가 나와서 게임 셋. 티포투 이후로 이렇게 맘에드는 까페는 처음이다. 티포투는 10년을 다녔더니 이제 좀 식상해졌는데 이 곳은 나의 훼이보릿 까페로 정해도 될 만큼 최고였다. 스파게티 집을 보고 역시 천안(지방)은 좀 촌스럽다는인식을 확실하게 깨준 곳. 약간 아쉬운건 그 주인 청년이 커피는 초보인지 아직 자기는 핸드드립 커피가 맛있는지 잘 모르겠다면서, 이걸 좋아하는 분들이 대단해보인다고 했다. 그 얘기와 함께 눈앞에서 핸드드립을 해주는데 뭔가 약간 불안한맘이 들었다. 맛은 괜찮았지만. 개업한지 6개월정도 됐다던데, 앞으로 점점 맛있어질 그 집 커피맛이 기대가 된다. 아아 멀지만 않으면 내일 또 가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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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취향2

2010. 8. 14. 02:42 from 목소리
일전에 포스팅 한 '타인의 취향'이라는 글에서, 멜론 top100을 듣는 이들과 나의 음악적 취향 차이에 대해 말하려다 말았는데, 오늘 붕가붕가 레코드 곰사장의 글을 읽다보니 한국에 록 음악 청취자가 1.9%밖에 안된다는 사실을 보고 그 이유를 어렴풋이 알 수 있었다(인디음악 애호가를 조사해도 비슷하게 나올 것 같다). 아무래도 음악을 접하는 창구가 어디이냐에 따라 어떤 음악을 주로 듣느냐가 달라지는것 같다. 이건 광고를 보고 베스트셀러를 열심히 읽는 독서층과, 헌책방을 돌아다니며 자기가 좋아하는 책을 수집하는 사람의 차이와도 비슷한 것 같은데, 1.9%를 제외한 나머지 청취자들은 아마도 가요 순위 프로그램과 아이돌이 나오는 라디오, 멜론 top100 등이 자신이 듣는 음악을 접하는 소스가 되는것 같다. 순위에 따라 수동적으로 음악을 듣는 사람들.

그런데 이상한건 지산을 가득 채운 그 사람들은? GMF 표가 매진되는 사태는? 고작 1.9%의 사람들이 움직이는게 그 정도라니, 이게 19%가 되면 세상이 어떻게 달라질지 상상이 안된다. 19%면 대략 850만명 정도 된다. 아마 이한철씨 정도는 싱글이 나올 때 마다 1위를 하고, 언니네이발관은 새 앨범이 나오면 컴백 스페셜이라도 하지 않을까 싶다. 요조나 한희정쯤 되면 경호원 없이 길거리를 못 걸어다닐테고. 해외 뮤지션이 내한하면 일본처럼 전국 투어 정도는 아니어도 서울 말고 부산 공연 정도는 할 수 있지 않을까? 여름 락페스티벌도 섬머소닉 찍고 오는 한 두명의 아트스트로 연명하는게 아니라 섬머소닉 반정도 규모로는 할 수 있을것 같다.

며칠 전 연구실 아이들과 고기집에서 삼겹살로 배에 기름을 칠하며 티비를 보는데, 음악중심이던가 하는 가요프로그램이 나오고 있었다. 실로 군대 제대 후 5년 만에 처음 보는 가요 순위 프로그램이었다. 역시나 내가 아는 얼굴은 세븐, 환희, 보아 정도였고, 그나마 고기집이라 노래는 전혀 들리지도 않았다. 그치만 노래는 안들어도 그만일 정도로 너무 일관되게 댄스음악 하는 아이돌밖에 안나왔다. 19%는 커녕 아직 3%도 요원한 세상이긴 한데, 10년 쯤 후면 이 상황이 얼마나 바뀌어있을까? 요즘의 분위기로 보면 아주 조금씩 조금씩 나아지고 있는것 같긴 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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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연애

2010. 8. 12. 18:09 from 목소리
세상에서 제일 재밌지만 소득 없는 일은 남 흉보는것과 남 연애에 참견하는거다. 그래서 되도록 남 흉보는 자리에 끼게되면 듣기만 하고 말은 안하려 노력하고, 남 연애사에 참견할 일이 있으면 연애를 시작하기 전 까지면 모를까 일단 시작한 연애에 대해서는 노 코멘트 자세를 견지하려 노력중이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나의 포지션이 주위 사람들에게 '연애 상담 해주는 사람'으로 설정된 후(정작 본인은 연애도 많이 안해봤거니와 몇 년째 애인이 없었음에도) 자꾸 조언을 해달라는 요구를 받아서 난처할 때가 많다. 얼마 전엔 분당에 출장갔다가 후배의 연애에 대한 고충을 돌아오는 버스에서 한 시간 내내 들었다. 그의 고민은 '연애의 권력관계에서 남자친구보다 우위에 서고 싶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여자가 쓸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인 '질투심 유발하기' 전략이 전혀 먹히지 않거니와, 자신에겐 남자친구에게 실체적인 위험이 될 만한 '주변 남자들'이 없는 반면 남자친구는 교회에 그를 사모하던 여자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허탈해 하고 있었다. 그 남자친구는 그러니까 '괜찮은 교회오빠'였던거다. 나에게 해결책을 알려달라고 했지만 낸들 아나. 알아서 잘 하라고 하며 그냥 웃고 말았다. 어쨌든 이 초보 커플의 연애담은 요즘 연구실에 많은 웃음을 주고 있다.

타인의 연애담은 그냥 여흥으로. 내가 남 연애 끼어들고 챙겨줄만큼 여유로운 상황도 아니고, 내 밥그릇 챙기기도 바쁜게 사실이다. 이제 여자애들이 연애상담을 해오면 임경선씨 칼럼이나 추천해주고, 난 내 연애나 고민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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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단상

2010. 8. 11. 03:47 from 청춘일기

공장이 많은 공업도시니만큼 뿌연 공기와 을씨년스런 공단의 풍경을 기대하고 갔는데 막상 울산의 풍경은 나의 예상을 보란 듯이 배신했다. 너무나 멋진 강과 바다가 공존하는 도시. 우리나라 최고의 평균소득을 증명하듯 여유로워 보이는 사람들의 표정. 물안개가 피어오르던 밤바다와 하늘을 빼곡히 수놓은 별들의 향연은 수도권에서 절대 보지 못하던 풍경들이었다. 너무 짧게 다녀온 게 정말 아쉽다. 똑같은 코스로 또 다녀와도 질리지 않을 것 같다. 수도권에서 태어나 군대까지 수도권 안에서 마친 나 같은 인간에게 가끔 가는 지방, 특히 전혀 연고가 없어 가 본 곳이 별로 없는 경상도는 늘 이렇게 놀라움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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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8. 6. 02:56 from 목소리
스무살 무렵 알고지내던 한 아이는 비가 오면 운동장을 뛴다고 했다. 울면서 뛰어도 티가 안나기 때문이라나. 그 땐 그 애 인생이 왜 그렇게 슬픔으로 가득 찼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그 기분을 느껴보려고 비오는 날 동네를 우산 없이 걸어본 적이 있었다. 신기하게도 처음 보는 낮선 사람들이 날 걱정해주고, 우산을 빌려주거나 씌워주려고 했는데 난 괜찮다고 번번히 거절을 하며 길을 걸었다. 비에 홀딱 젖어보니 약간은 그애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세월이 지나 김광석의 노래에 담긴 느낌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을 때, 울면서 달린다는게 얼마나 큰 위로를 주는지 알 수 있었다. 

그 후로 비가 오는 날이면 늘 도서관의 창가에서 공부를 했다. 창문을 때리는 비를 보면 가슴속에 슬픔이 가득 차곤 했는데 이상하게 그 먹먹한 느낌이 좋았다.  

한 동안 비오는게 마냥 귀찮고 번거롭게만 느껴진 적이 있었다. 일에 지치고 사람에 치이고 감정은 메말라갔다. 다행히도 요즘은 다시 비가 내 감성을 자극한다. 없어진줄 알았던 감정의 결들이 다시 살아난 기분이다. 두서없이 떠오르는 생각들이 내 잠을 방해하지만, 비가 오던 말던 피곤에 지쳐 잠에 들던 그 시절에 비하면 천국에 온 기분이다. 오늘같은 날엔 내면의 소리에 조금 더 귀를 기울여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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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 I could find the words to say
The sun shines in your eyes
So brighten up my city sky

Break out the news, it's back again
The voice that tried to sing
She don't hang on
And hope's never going to teach me

Wake up the story's over
Climb aboard I'm going nowhere

And understand if I must say
I'd give both these wings away
I'd steal a car to drive you home
I don't look back on an empty feeling

Repaint the Blues, my saving grace
Is lost without a trace
The morning sun's a fire in space

She lives in your life everyday
Stretching time to stay
Got my mind set something else so it's hard to see

I don't need a guiding light to lead me in the dark

And understand if I must say
I'd give both these wings away
I'd steal a car to drive you home
I don't look back on an empty feeling

(Don't look back) on an empty feeling
(Don't look back) on an empty feeling
(Don't look back) on an empty feeling
(Don't look back) on an empty feeling

----------

GMF에 오실 그분들을 영접하기 위한 준비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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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의 즐거움

2010. 7. 28. 23:50 from 청춘일기
난 책 읽는걸 무척 좋아한다. 텍스트를 읽는 행위는 내 취미이다. 심지어 우유곽이나 빵 봉지에 있는 글자까지 모두 다 읽는다. 그렇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대학원에 오면서부터 1년에 읽는 책의 숫자가 눈에띄게 줄어들었다. 이유는 단 하나, 읽는 행위가 너무 피로해져 버렸다. 내 책상에 있는 모니터 3대에는 논문부터 통계데이터, 프로그래밍 언어까지 수 많은 텍스트가 어지럽게 뿌려져있고, 좌우로 이런 저런 책과 문서들이 어깨 높이만큼 쌓여있다. 그렇지만 내가 연구실에서 근 3년간 보아온 이런 텍스트들에선 어떤 감동과 희열도 느낄 수 없었다. 이건 그냥 앞으로 먹고살기 위한 스킬을 쌓는 행위였을 뿐이다. 지난 3년여 세월 동안 너무 읽기에 치중한 나머지 진정한 읽는 즐거움을 잃어버린 것이다. 취미는 취미로 남겨둘 때 가장 즐겁다더니, 취미가 생활이 되니 역시나 전혀 즐겁지 않구나. 10권짜리 은하영웅전설을 너무도 즐겁게 읽던 중학생 시절이 그립다. 그 땐 도대체 왜 다나카요시키가 이렇게 짧게 소설을 끝냈을까 무척 원망도 했었더랬다. 요즘엔 장편 소설 읽기가 너무 버거워서 단편만 보곤 한다. 졸업을 하면 다시 예전의 즐거움을 찾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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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in a day

2010. 7. 22. 21:16 from 소소한 일상


7월 24일, 누구나 자신의 하루를 동영상으로 찍어서 유튜브에 올리면, 후보작 들 중 20편을 뽑아 리들리 스콧 감독이 다큐멘터리 영화로 편집해서 내년 선댄스 영화제에서 상영하는 프로젝트. 선정된 사람은 공동 감독으로 크레딧에 오르고, 선댄스 영화제에 초청됨. 

트위터에서 이 소식을 보곤 급 흥분해서 머리속에서 뭘 찍을가 계속 고민중이다. 상상만해도 너무 즐겁다. 크게 품이 드는것도 아니니 안되도 그만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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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ust me

2010. 7. 21. 16:23 from 소소한 일상
드디어 로스트 시즌6를 다 봤다. 이로써 2003년부터 잭 셰퍼트를 따라온 대장정도 이제 끝을 맺었다. 중간에 끊어보는걸 극도로 싫어하는 나로서도 요즘 워낙 시간이 없어서 어쩔 수 없이 한 편을 이틀 삼일에 나눠보는 수고를 해야했지만, 그럴 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었다. 되돌아보면 로스트는 상실에 관한 이야기였다. 모든 등장 인물들에겐 인생에 잃어버린 어떤 것이 있었고, 섬은 그들에게 그 상실을 치유해주는 곳이자 더 큰 상실감을 안겨주는 곳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이 드라마에서 가장 자주 나오는 말을 꼽으라면 "trust me"라고 할 수 있겠다(24의 "댐잇 클로이"와 비교되는 말이다). 무언가를 잃은 사람들은 자신을 믿어줄 사람들이 필요한가보다. 진짜 믿음은 굳이 '날 믿어줘'라고 하지 않아도 생기는 법이지만. 



그런데 과연 허지웅씨 말 대로 그 동안 뿌린 떡밥을 거의 다 주워담는데 성공한걸까? 풀리지 않는 의문들은 끊임없이 머리속을 떠돌지만, 그게 다 풀렸다고 해도 어마어마한 카타르시스를 느끼진 않았을것 같다. 모든 의문들을 자세히 설명해준다 한들 그게 로스트로서 의미가 있는 것일까. 시즌 6 에피소드 17이 끝나고 lost 로고가 검은 화면에 크게 박히는 그 순간, 여전히 또 다른 이야기거리가 있을것만 같은 여운을 남기고 끝낸게 차라리 현명한 선택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안도감이 들었다. 어쨌든 살면서 이런 작품을 또 볼 수 있을까 싶을 만큼, 대단한 이야기였다는 것엔 틀림이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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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하

2010. 7. 20. 00:15 from 소소한 일상
드디어 '하하하'를 봤다. 아마 극장에서 볼 수 있는 거의 마지막 시기가 아닐까 싶은데. 이거 보러 아트하우스 모모도 처음 가봤다. 이대는 한 6년만에 가본것 같은데 그 유명한 ECC는 직접 보니 정말 대단했다. 구석에 있는 쇼파에서 노닥거리는 재미도 쏠쏠했다. 등록금 비싼 이유가 다 있는가보다. 어쨌든 홍상수식 어법에 그리 익숙한 편이 아니라 엄청 재밌다곤 못하겠지만 그 특유의 인간 군상의 밑바닥을 드러내는 캐릭터와 설정들은 은근 보는사람을 짜릿하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영화의 배경이 된 통영엔 한 번도 가본적이 없는데(심지어 통영이 어디 붙어있는지도 얼마 전에 알았다) 이 영화를 보니 그곳으로 여행을 꼭 가고싶어졌다. 만약 가게되면 복국집에서 밥을 먹고, 시 낭송하던 까페에서 커피 마시고, 나폴리 모텔에서 잠을 자야지ㅋㅋ

-

민기 애기가 드디어 나왔다. 애기도, 산모도 모두 건강하다니 정말 다행이다. 의사라서 그런지 별로 긴장도 안하는것 같다. 산모가 입원해 있는 그 순간에 논문을 쓰고 있다니! 나같으면 불안한맘+흥분으로 완전 안절부절 아무것도 못했을거다. 내가 해줄 수 있는게 별로 없어서 통계좀 대신 돌려주고 데이터 분석에 대해 약간의 조언 정도 해줬다. 맘 같아선 병원가서 고 귀여운 자태를 직접 보고싶지만 랩에 발이 묶여있는 관계로 다음 기회에. 내 친한 친구가 애기를 낳았다니, 아무리 생각해도 정말 이상하다. 난 언제쯤 내 2세를 보게 될까. 빨리 낳아야 민기 딸이랑 나이 차이가 별로 안날텐데, 그래야 둘이 친구 먹을텐데, 하는 말도 안되는 조급한 맘이 문득 들었다. 님을 봐야 뽕을 따지? 

어찌됐던, 세상에 나온걸 진심으로 축하한다 미나야. 삼촌이 다음에 선물 이만큼 사서 너 보러 갈게. 조금만 기다리렴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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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났다

2010. 7. 17. 13:50 from 소소한 일상
일주일간 거의 좀비처럼 살았다. 3일간 연구실 의자에서 잤더니 내가 의자인지 의자가 나인지 모를 정도가 됐고, 집에는 씻으러 간거 포함해서 두 번 갔던가. 잠시 눈 붙였다 논문 마감 24시간 전에 출근해서 꼬박 24시간동안 전쟁을 치르고 아침 7시에 성공적인 서브미션을 하고 집에 돌아가 시체처럼 잤다. 귤선생님 표현을 빌리면 '눈물의 강'을 하나 건넌 샘이다. 그치만 바로 다음날 교수님과 통화 내용은 - '잠 좀 잤냐. 이제 다음꺼 준비해야지.'였다. 졸업 하기 전 까지 건너야 할 눈물의 강은 4대강 대운하만큼 남았다는 느낌이다.

그치만 삶에 눈물의 강만 있는건 아닌가보다. 몇 주 전에 본 토익 스피킹. 3월에 한 번 보려다가 늦잠 자는 바람에 7만원 날리고 못보고, 겨울에 산 6개월짜리 교재는 단 한번도 본 적이 없이 비닐도 안뜯고 방치되어 있었다. 그래서 이번도 역시나 모의고사 한 번 보자는 심정으로 부담 없이 시험을 쳤는데, 두둥. 성적이 너무 잘나왔다! 아무리 생각해도 마이크에다 헛소리만 잔뜩 하고 나왔는데 이정도 성적이 나올 줄이야. 이럴 줄 알았음 진작에 시험 보고 털어버릴껄 괜히 걱정만 앞서서 비싼 교재도 사고 전전 긍긍하고 있었다. 

토익 스피킹의 낭보에 이어서 무려 틴에이지 팬클럽이 드디어 한국에 온다는 첩보를 접했다. 이번 GMF에 온다는 기쁘다 구주 오셨네 급의 소식! 오늘부터 10월 24일까지 틴에이지 앨범만 듣고 살아야겠다. 7월 30일 무조건 예매! 살아서 언제 또 이들의 공연을 보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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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E & HIM

2010. 7. 13. 23:24 from 음악수집가
이전 포스팅에서 언급했던 500일의 썸머 히로인 주이 디샤넬(Zooey Deschanel)의 밴드 SHE & HIM의 음악을 며칠 들어보니 오오 이거 너무 좋다! 완전 내스타일이야! 그래서 앨범을 구매해볼까 하고 향뮤직에 들어가서 밴드 소개를 읽어보니 어머나, 이 노래 전부 주이 디샤넬이 작사 작곡한거랜다. 난 HIM에 해당하는 프로듀서가 앨범 전부 만들고 주이는 노래만 부른줄 알았더니 그게 아니었던거다. 소개글에서 이 부분만 발췌하자면,

2008년, 인디 뮤지션과 여배우가 만나 앨범을 발표했다. 평범한 경우도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또 놀라운 뉴스 또한 아니었다. 인디 뮤지션이라는 자는 이 바닥에서 한칼하는 사람이었고, 여배우는 영민한 작품선정을 토대로 이제 막 궤도에 진입한 패션 아이콘과도 같은 존재였다. 처음 그녀가 가수를 하겠다고 발표했을 때 사람들은 여배우가 노래한번 해보고 싶었나 보다 하고 비웃었지만 -나를 비롯한-그런 자들은 부클릿의 크레딧을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앨범에 수록된 모든 곡의 작사/작곡이 바로 그 여배우 혼자 이뤄낸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이 영화를 본 남자들은 모두 기억할 것이다. 그녀가 어깨를 들썩이며 슈슈슈 슈슈슈슈슈슈를 부르던 그 모습 말이다. 사실 영화속에서 그녀가 노래하는 장면을 보고 넋이 나간 사람 중의 하나인데, 나만 그런게 아니었던것 같다. 

[500일의 썸머]에서는 리 헤이젤우드(Lee Hazlewood)의 곡 [Sugar Town]을 부르면서 인디-오타쿠를 포로로 만들기도 했는데, 쉬 앤 힘의 이름으로 스미스의 곡 [Please, Please, Please, Let Me Get What I Want]를 커버하여 사운드트랙에 수록하기도 했다.

그녀가 직접 부른 Sugar Town은 OST에 실리지 않아서 아쉽게도 정식 음반으론 들을 수가 없지만, 다행히도 우리에겐 유튜브가 있다ㅎㅎ 원곡의 보컬인듯한 리 헤이젤우드가 부른 슈가타운은 들어본적이 없지만, 적어도 리타 칼립소가 부른 버젼보다는 영화속 그녀 노래가 훨씬 사랑스럽다는건 너무도 자명한 사실이다. 

한동안 할리우드 여배우 중에 그리 눈길이 가는 사람이 없었더랬다. 나의 마지막 러버는 아마도 바닐라스카이의 페넬로페 크루즈였던것 같다. 그치만 이젠 누가 물어보면(누가 물어보겠냐만은ㅋ) 주이 디샤넬이라고 말하고 다녀야겠다. 아아 연기도 노래도 너무 매력적이다.




+)

Bailar 님의 소개로 본 Why do you let me stay here 동영상. 너무 재밌어요!ㅎㅎ 



그치만 노래도잘하고 연기도잘하고 이쁘고 매력적인 주이 디샤넬도 나의 러버가 되기엔 치명적인 단점이 하나 있었으니. 작년에 결혼했다네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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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롱

2010. 7. 11. 00:33 from 청춘일기
밤을 거의 새고 의자에서 조금 눈을 붙이고 일어났더니 하루 종일 정신이 몽롱하다. 밤새 WEKA를 이용해서 연속된 값을 분류하기 위해 raw data를 어떻게 전처리 해야 할지에 대해 고민하다 키보드에 손을 얹은 채 나도 모르게 잠이 들었는데 신기하게도 잠든 사이에 문제를 풀 수 있는 해법이 떠올랐다. 하루정도 더 고민하면서 데이터를 만지다보면 뭔가 윤곽이 잡힐 것 같다. 

이 와중에 그래도 할건 다 하며 산다. 운동장 산책을 했고, 드디어 청춘의 문장들을 다 읽었다. 그리고 트위터에서 모 님이 추천해주신 렛미인 소설을 빌렸다. 영화는 정말 숨막히게 아름다웠는데, 그 분은 영화보다 더 좋았다고 하니 기대하며 읽어봐야겠다.

-

청춘의 문장들은 초반엔 그냥 평이하다 못해 조금 지루한 감이 있었는데 뒤로 갈 수록 작가의 경험+유머가 빛을 발했다. 특히 김광석에 관련된 에피소드는 내 개인적인 경험들을 연상시키며 가장 기억에 강렬히 남았다. 

그러면 다들 처음에는 그 노래를 듣다가, 하나 둘 노래를 따라부르다가, 그러다가는 이내 다들 큰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는 것이었다. 나는 안다. 내가 왜 김광석의 노래를 그토록 목청껏 부르는지. 하지만 그들은 또 왜 그처럼 목청껏 부르는지 알 수 없었다. 나름대로 짐작할 수는 있었지만, 내 짐작이 정확하게 맞는지 그건 지금도 알 도리가 없다. 어쨌든 술에 취하면 우리는 김광석의 노래를 따라 불렀다.

내가 기억하는 청춘이란 그런 장면이다.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가는 애매한 계절이고, 창문 너머로는 북악 스카이웨이의 불빛들이 보이고 우리는 저마다 다른 이유로, 다른 일들을 생각하며, 하지만 함께 김광석의 노래를 합창한다. 잊어야 한다면 잊혀지면 좋겠어. 부질없는 아픔과 이별할 수 있도록. 잊어야 한다면 잊혀지면 좋겠어. 다시 돌아올 수 없는 그대를. 하지만 과연 잊을 수 있을까? 그래서 내 기억 속 그 정릉집의 모습은 거대한 물음표와 함께 남아있다. 그건 아마도 청춘의 가장 위대한 물음표이지 싶다.

대학에 입학했던 2001년엔 나 또한 저런 생활을 했다. 학교 잔디밭에서 촛불을 켜 놓고 새우깡 안주에 소주를 들이키며, 술에 취하면 선배들이 연주하는 김광석 노래를 처연하게 따라 부르곤 했다. 스무살에 무슨 슬픔이 그렇게 많았는지 심지어는 눈물을 흘리기도 했던, 지금 생각하면 살짝 민망한, 그렇지만 다시 돌아가고 싶은 순간들.

김광석 에피소드는 내 청춘의 빛나던 순간을 다시 떠올릴 수 있게 해 주었다.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을 한 문장으로 압축한 에센스.

청춘은 들고양이처럼 재빨리 지나가고 그 그림자는 오래도록 영혼에 그늘을 드리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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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흐흐흐흐

2010. 7. 9. 18:31 from 소소한 일상

아주 재밌는 앱을 찾았다. '푸딩 닮은꼴 연예인 찾기' 라는건데 사진을 찍거나 보관함에 있던 사진의 얼굴을 인식해서 말 그대로 닮은 연예인을 찾아주는 프로그램이다. 처음 직접 찍어서 돌려보니 박상원과 12% 일치한다는 결과가 나왔는데, 가지고 있던 여러가지 사진으로 테스트 해 본 결과 한상진, 유세윤, 대니, 대성, 정경호 등과 10~30% 유사하다는 결과가 나왔다. 사진을 바꿀 때 마다 결과가 달라지는 걸 보니 안면인식 성능이 그리 높진 않은것 같긴 한데ㅋ 어쨌든 수 차례 사진을 바꿔 본 결과 드디어 주지훈과 89% 일치한다는 놀라운 결과를 뽑아냈다ㅋㅋㅋㅋ 원본 사진은 프라이버시 보호 및 닮은 연예인과의 괴리감을 줄이기 위해 위해 모자이크 처리. 그런데 16세 여자라고 인식해버리면 어쩐다니;;;


덧. 진짜 닮았다곤 절대 생각 안하니 너무 돌 던지기 마시길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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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의 취향

2010. 7. 7. 21:34 from 소소한 일상
출근해보니 연구실 후배가 음악을 스피커로 듣고 있었다. 한참 나도 그의 음악을 들으며 일을 하고 있었는데 문득 생각해보니 분명 우리말로 나오는 대중가요들인데 아는 노래가 너무없었다. 그래서 물었다.

"그건 다 무슨 노래냐?"

"멜론 top 100인데요"

그러니까 동시대 가장 인기있다는 100곡이 한시간 가량 틀어져 있었는데 난 거의 아는 곡이 없었던거다. 그렇다고 내가 음악을 게을리 듣는것도 아니고, 새로운 음반 나오면 얼마나 열심히 사는데. 도대체 저 세계와 나의 세계에는 어떤 간극이 있는건지 문득 궁금해졌다. 궁금해지긴 했는데 뭔가 더 생각하긴 귀찮아서, 사실 한두해 이런것도 아니고 그냥 간극이 넓은가보다..하고 말았다ㅋㅋ

그러던 차에 내 취향의 음악을 듣기 위해 아이튠을 켰더니, 왼쪽 '공유' 메뉴에 처음 보는 사람의 보관함이 공유되어 있는거다(아이튠 공유기능을 켜 놓으면 같은 네트웍 안에 있는 사람들끼리 음악을 공유해서 들을 수 있다. 복사는 안되고 듣기만 된다.). 학교 연구실이니만큼 같은 건물에 있는 누군가의 보관함인것 같았다. 호기심이 발동해서 그 사람의 보관함을 들여다보니 뭔가 헷갈렸다. '어라 이거 내 보관함 아니야?' 할 만큼 나랑 듣는 음악이 매우 매우 비슷한거다. 먼저 가을방학 디지털싱글 두 곡이 눈에 확 들어왔고, 브로콜리를 지나 소히, 오지은, 옥상달빛, 우쿨레레 피크닉까지! 게다가 타루는 전 앨범이 다 있었다. 팝 앨범으로 가면 뮤즈부터 너바나에 이르기까지 내가 좋아하는 밴드를 총 망라해 놓은것 같았다. 도대체 누굴까 무척 궁금했지만 'Mu의 보관함'이라고 써 있는 것 이상으로 무언가 더 알 수 있는건 없었다. 

생각해보니 다른 사람이 보유한 음악의 리스트를 이렇게 자세히 본 건 처음인것 같다. 누군진 모르지만 뭔가 그 사람만의 내밀한 취향을 엿보게 된 것 같아 살짝 흥분도 되고, 내가 모르던 좋은 음악까지 다수 발견하고 보니 꼭 찾아서 얘기를 좀 해보고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내 보관함도 공유시켰다. 혹시 그 사람도 내 보관함을 보고 나와 같은 즐거움을 느낄런지 모르겠지지만, 마우스를 세 번 정도 누르는 행위 만으로 누군가의 삶에 이런 우연한 즐거움을 줄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는 생각이다.


+) 공유된 보관함에서 SHE & HIM 이라는 앨범을 찾았는데, 노래가 완전 내 취향이다. 카메라 옵스큐라 분위기도 나고, 목소리는 흡사 500일의 썸머에 나온 썸머의 목소리같았다. 그래서 찾아봤더니 맙소사! 진짜 그녀가 노래를 부르는 밴드였다! 월척을 낚은 기분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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낢에게와요

2010. 7. 4. 22:14 from 소소한 일상
소외된 우리들의 로맨스. 어쩐지 남얘기 같지 않은 낢 이야기. sj 블로그에서 보고 단숨에 팬이 되었으나 채 1주일이 되지 않아 연재가 끝나버렸다. 아 허무해. 그치만 이 덥고 짜증나는 여름날 가슴을 몽글몽글하게 만들어준 작가님께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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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날

2010. 7. 4. 12:29 from 소소한 일상
교수님이 일주일 동안 유럽 출장을 가셨더랬다. 공대 대학원생들은 교수님이 외국 가시면 만세를 부르곤 하는데, 일단 비행기 타는 동안은 전혀 연락이 안된다는 점(연구실을 비워도 된다), 그리고 현지에서도 전화통화가 여의치 않다는 점 때문이다. 교수님과의 연락 두절을 애타게 갈구하는 이유는 이상하게 교수님이란 존재는 학생들이 연구실에 있는지 없는지를 가지고 얼마나 열심히 일하는지를 판단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평소에는 눈치를 보며 한시도 연구실을 비울 수가 없다. 늘 교수님 감시망에 억눌려 사는 스트레스 때문에 포항 모 공대에서 석사를 했던 선배는 교수님이 출국하면 그 순간 연구실 구성원들이 경주로 엠티를 가곤 했단다. 나도 선배의 열정을 본받고자 연구실 후배들과 강원도 홍천으로 엠티를 가기로 계획하고 팬션 예약까지 했으나, 출국 직전에 던져주신 엄청난 양의 일로 인해 -일주일동안 abstract 2편과 포스터 논문 1편 submission, 제안서 1편, 30명짜리 실험 하나 등등등- 교수님 비행기가 유럽의 하늘을 나는 동안 연구실 60인치 티비로 500일의 썸머를 복습하는걸로 꿀같은 휴가를 마무리했다. 

오늘은 출장의 마지막 날이다. 지금쯤 인천행 비행기가 도착할 때가 됐다. 다시 말하면 좋은날도 이제 끝. 아아아 빨리 졸업하고 싶다ㅠ


덧) 근데 늘 '좋은날' 이란 단어를 생각하면 유재하의 '지난날'과 연관이 지어진다. 지난날을 노래방에서 부르려고 노래방 책에서 열심히 '좋은날'을 찾은 적도 있다. 내 뇌에서 기억을 떠올리는 방식은 '지난날'을 떠올리기 위해 꼭 '좋은날'을 거치는것 같다. 노래 가사에 '좋은날'이란 단어가 한 번도 안나오는데 참 이상하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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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bird of music

2010. 6. 30. 18:13 from 청춘일기
어머니뻘 되는 아주머니가 운영하시는 처음 가보는 까페에서 홀로 맛없는 요구르트 스무디를 마시며 청춘의 문장들을 읽다가, 나 때문에 주인 아줌마가 드라마를 못보시는것 같아 짐을 싸서 나왔다.

약속 시간이 아직 한 시간 더 남았다. 무작정 플레이를 누른 아이팟에는 불어 이름을 한 미국 여자애들(Au Revoir Simon)의 노래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이제는 조금 익숙해진 그 동네 어귀를 거닐었다. 슈퍼에서 떨이 판매하듯이 우스운 억양으로 휴대폰 판촉을 하고 있는 청년과 무심한듯 지나치는 사람들, 핫팬츠 아래로 주머니가 늘어져있는데도 모르고 걸어가는 여인(을 무려 3명이나 보았다), 남자친구와 정답게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천진난만한 미소를 짓는 여고생, 두 손 가득 장을 보고 힘겹게 애들 둘을 데리고 집에 가는 아주머니, 양복 바지에 쓰레빠가 유니폼처럼 너무 잘 어울리는 동네 슈퍼 아저씨. 나랑 다르게 사람들은 무던히도 열심히 살아간다.

상가 지역을 벗어나 아파트 단지로 들어섰다. 시모네 언니들의 노래를 1번 트랙부터 이어서 이렇게 집중해서 듣는건 처음인것 같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Dark Hall이 흘러나왔다. 지난 밤을 지새운 덕분에 피로가 몰려왔다. 약속장소 근처의 정자에 앉아 가만히 음악을 듣고 있었다. 날은 어두워지고 바람은 시원했다. 자세는 점점 뒤로 기울어지고, 지나가는 사람도 없고, 에라 모르겠다 그냥 누웠다. '이마를 스쳐 구두코를 맴도는'바람 덕분에 살짝 잠이 들었었나보다. 가로등 불이 켜지는 바람에 잠에서 깼다. 어둠 속에서 반짝이는 휴대폰의 액정엔 금방 나올거라는 그애의 문자가 담겨있었다. 

이어폰에선 다시 첫 곡 The lucky one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영원한 엔딩 같은 첫 곡. 하루의 끝이 언제인지 우리는 안다고 노래하는 그녀들의 목소리를 들으며 저 멀리 걸어오는 그애를 맞이했다. 우리의 하루도 그렇게 끝이 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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