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ird of music

2010. 6. 30. 18:13 from 청춘일기
어머니뻘 되는 아주머니가 운영하시는 처음 가보는 까페에서 홀로 맛없는 요구르트 스무디를 마시며 청춘의 문장들을 읽다가, 나 때문에 주인 아줌마가 드라마를 못보시는것 같아 짐을 싸서 나왔다.

약속 시간이 아직 한 시간 더 남았다. 무작정 플레이를 누른 아이팟에는 불어 이름을 한 미국 여자애들(Au Revoir Simon)의 노래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이제는 조금 익숙해진 그 동네 어귀를 거닐었다. 슈퍼에서 떨이 판매하듯이 우스운 억양으로 휴대폰 판촉을 하고 있는 청년과 무심한듯 지나치는 사람들, 핫팬츠 아래로 주머니가 늘어져있는데도 모르고 걸어가는 여인(을 무려 3명이나 보았다), 남자친구와 정답게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천진난만한 미소를 짓는 여고생, 두 손 가득 장을 보고 힘겹게 애들 둘을 데리고 집에 가는 아주머니, 양복 바지에 쓰레빠가 유니폼처럼 너무 잘 어울리는 동네 슈퍼 아저씨. 나랑 다르게 사람들은 무던히도 열심히 살아간다.

상가 지역을 벗어나 아파트 단지로 들어섰다. 시모네 언니들의 노래를 1번 트랙부터 이어서 이렇게 집중해서 듣는건 처음인것 같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Dark Hall이 흘러나왔다. 지난 밤을 지새운 덕분에 피로가 몰려왔다. 약속장소 근처의 정자에 앉아 가만히 음악을 듣고 있었다. 날은 어두워지고 바람은 시원했다. 자세는 점점 뒤로 기울어지고, 지나가는 사람도 없고, 에라 모르겠다 그냥 누웠다. '이마를 스쳐 구두코를 맴도는'바람 덕분에 살짝 잠이 들었었나보다. 가로등 불이 켜지는 바람에 잠에서 깼다. 어둠 속에서 반짝이는 휴대폰의 액정엔 금방 나올거라는 그애의 문자가 담겨있었다. 

이어폰에선 다시 첫 곡 The lucky one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영원한 엔딩 같은 첫 곡. 하루의 끝이 언제인지 우리는 안다고 노래하는 그녀들의 목소리를 들으며 저 멀리 걸어오는 그애를 맞이했다. 우리의 하루도 그렇게 끝이 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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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우연의음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