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책 읽는걸 무척 좋아한다. 텍스트를 읽는 행위는 내 취미이다. 심지어 우유곽이나 빵 봉지에 있는 글자까지 모두 다 읽는다. 그렇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대학원에 오면서부터 1년에 읽는 책의 숫자가 눈에띄게 줄어들었다. 이유는 단 하나, 읽는 행위가 너무 피로해져 버렸다. 내 책상에 있는 모니터 3대에는 논문부터 통계데이터, 프로그래밍 언어까지 수 많은 텍스트가 어지럽게 뿌려져있고, 좌우로 이런 저런 책과 문서들이 어깨 높이만큼 쌓여있다. 그렇지만 내가 연구실에서 근 3년간 보아온 이런 텍스트들에선 어떤 감동과 희열도 느낄 수 없었다. 이건 그냥 앞으로 먹고살기 위한 스킬을 쌓는 행위였을 뿐이다. 지난 3년여 세월 동안 너무 읽기에 치중한 나머지 진정한 읽는 즐거움을 잃어버린 것이다. 취미는 취미로 남겨둘 때 가장 즐겁다더니, 취미가 생활이 되니 역시나 전혀 즐겁지 않구나. 10권짜리 은하영웅전설을 너무도 즐겁게 읽던 중학생 시절이 그립다. 그 땐 도대체 왜 다나카요시키가 이렇게 짧게 소설을 끝냈을까 무척 원망도 했었더랬다. 요즘엔 장편 소설 읽기가 너무 버거워서 단편만 보곤 한다. 졸업을 하면 다시 예전의 즐거움을 찾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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