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롱

2010. 7. 11. 00:33 from 청춘일기
밤을 거의 새고 의자에서 조금 눈을 붙이고 일어났더니 하루 종일 정신이 몽롱하다. 밤새 WEKA를 이용해서 연속된 값을 분류하기 위해 raw data를 어떻게 전처리 해야 할지에 대해 고민하다 키보드에 손을 얹은 채 나도 모르게 잠이 들었는데 신기하게도 잠든 사이에 문제를 풀 수 있는 해법이 떠올랐다. 하루정도 더 고민하면서 데이터를 만지다보면 뭔가 윤곽이 잡힐 것 같다. 

이 와중에 그래도 할건 다 하며 산다. 운동장 산책을 했고, 드디어 청춘의 문장들을 다 읽었다. 그리고 트위터에서 모 님이 추천해주신 렛미인 소설을 빌렸다. 영화는 정말 숨막히게 아름다웠는데, 그 분은 영화보다 더 좋았다고 하니 기대하며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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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의 문장들은 초반엔 그냥 평이하다 못해 조금 지루한 감이 있었는데 뒤로 갈 수록 작가의 경험+유머가 빛을 발했다. 특히 김광석에 관련된 에피소드는 내 개인적인 경험들을 연상시키며 가장 기억에 강렬히 남았다. 

그러면 다들 처음에는 그 노래를 듣다가, 하나 둘 노래를 따라부르다가, 그러다가는 이내 다들 큰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는 것이었다. 나는 안다. 내가 왜 김광석의 노래를 그토록 목청껏 부르는지. 하지만 그들은 또 왜 그처럼 목청껏 부르는지 알 수 없었다. 나름대로 짐작할 수는 있었지만, 내 짐작이 정확하게 맞는지 그건 지금도 알 도리가 없다. 어쨌든 술에 취하면 우리는 김광석의 노래를 따라 불렀다.

내가 기억하는 청춘이란 그런 장면이다.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가는 애매한 계절이고, 창문 너머로는 북악 스카이웨이의 불빛들이 보이고 우리는 저마다 다른 이유로, 다른 일들을 생각하며, 하지만 함께 김광석의 노래를 합창한다. 잊어야 한다면 잊혀지면 좋겠어. 부질없는 아픔과 이별할 수 있도록. 잊어야 한다면 잊혀지면 좋겠어. 다시 돌아올 수 없는 그대를. 하지만 과연 잊을 수 있을까? 그래서 내 기억 속 그 정릉집의 모습은 거대한 물음표와 함께 남아있다. 그건 아마도 청춘의 가장 위대한 물음표이지 싶다.

대학에 입학했던 2001년엔 나 또한 저런 생활을 했다. 학교 잔디밭에서 촛불을 켜 놓고 새우깡 안주에 소주를 들이키며, 술에 취하면 선배들이 연주하는 김광석 노래를 처연하게 따라 부르곤 했다. 스무살에 무슨 슬픔이 그렇게 많았는지 심지어는 눈물을 흘리기도 했던, 지금 생각하면 살짝 민망한, 그렇지만 다시 돌아가고 싶은 순간들.

김광석 에피소드는 내 청춘의 빛나던 순간을 다시 떠올릴 수 있게 해 주었다.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을 한 문장으로 압축한 에센스.

청춘은 들고양이처럼 재빨리 지나가고 그 그림자는 오래도록 영혼에 그늘을 드리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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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우연의음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