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일상'에 해당되는 글 87건

  1. 2011.12.26 무계획 연말 휴가 2
  2. 2011.08.28 인생 계획 수정 5
  3. 2011.07.16 패션왕 4
  4. 2011.06.18 6주간 신입교육 5
  5. 2011.06.12 잔근육 일상
  6. 2011.05.11 대화 1
  7. 2011.05.10 공간이 간직하는 추억
  8. 2011.04.18 밴드하자 2
  9. 2011.04.12
  10. 2011.04.10 즐거운 인생 2
  11. 2011.03.24 멋진 삶 4
  12. 2011.02.14 설명이 필요한 인생
  13. 2011.02.07 첫 출근
  14. 2011.02.06 가장 힘이 되는 말
  15. 2011.01.29 여행
  16. 2011.01.12 연애는 어려워 4
  17. 2011.01.05 사랑의 기술 2
  18. 2010.12.31 20101231 5
  19. 2010.12.30 20101230
  20. 2010.12.27 크리스마스에는 4
  21. 2010.12.23 꺄악 2
  22. 2010.12.19 마지막 취업일기 4
  23. 2010.11.25 상상 6
  24. 2010.11.22 근황 4
  25. 2010.11.16 취업일기9
  26. 2010.11.02 별 헤는 밤
  27. 2010.11.02 내가 바라(보)는 너 6
  28. 2010.10.26 GMF2010 4
  29. 2010.10.15 취업일기8
  30. 2010.10.12 바램

무계획 연말 휴가

2011. 12. 26. 22:21 from 소소한 일상
12월 24일부터 1월 1일까지 총 9일의 연말 휴가가 생겼다. 대단한 계획이 없던 나로선('계획 = 돈'이라 계획 세우기가 무섭다), 그리고 연차휴가가 얼마 없는 신입사원이라 강제로 5일치 휴가가 없어지는 이 긴 휴가가 그리 달갑지만은 않았다. 크리스마스를 보내며 24,25가 지나가고, 26일은 집에서 나가지도 않고 원없이 빈둥거렸다. 하루 종일 빈둥거리면서 한거라곤 낮잠을 자고, 고장난 인터넷을 드디어 고치고, 그 와중에 트위터를 끊임 없이 본 것과 드디어 주성치의 서유기 두 편(일명 서유쌍기)를 다 본 것이다.  

26일 오늘은 정봉주씨가 수감된 날이다(여기서 잠깐, 한 번 의원 하면 평생 전 의원 붙이는 이런 호칭은 잘못됐다고 본다. 영화 한 편 찍으면 평생 감독이고, 책 한권 내면 평생 작가고, 내 교수도 아닌데 겸임만 돼도 다 교수인건 대체 뭐냐). 우석훈씨는 정봉주씨보고 살아서 신화가 됐다고 나중에 대통령되면 자기가 청와대 정책실장인가 하면서 돕겠다고 그러는데 요즘 너무 혼란스러운 정국에 머리가 이상해진건 아닌가 살짝 걱정이 되고, 정부에선 전자주민등록증을 추진한다고 하고, 트위터랑 포털 뉴스만 보고 있자니 세상 모든 문제가 나에게 다 쌓이는 것 같았다. 모든 문제에 관심을 갖고 내 의견을 정립하는게 좋은 습관이긴 한데 내가 시사평론가도 아니고 이렇게 다 관심 갖다간 우석훈씨처럼 될게 분명하다. 

어쨌든 트위터보며 세상 걱정하는 것 보다 더 중요한게 빈둥거리는 일이다. 1년간 회사에서 여러가지 프로젝트를 경험해 보니, 많은 경우 창의적 아이디어의 원천은 빈둥거리면서 봤던 만화책과 영화, 쓸데없이 돌아다니던 웹서핑에 얻은 각종 잡 지식들, 남는 시간에 했던 공상들이었다. 생산적인 일을 하는건 주 5일 하루 8시간이면 퍼포먼스를 내는데 충분한 것 같다. 주성치의 서유기 월광보함과 선리기연을 보며 그의 번뜩이는 아이디어에 수백번 감탄을 했는데 아마 생산적인 내용의 책을 보거나 무언가 공부를 했다면 절대 얻을 수 없는 시간이었을 거다.

남은 휴가 뭘 하면 생산적일까 머리를 짜봤지만 뭘 해도 이보다 더 생산적일 수 없을 것 같다는 역설적인 사실은, 너무 많은 계획과 걱정이 인생에 어떤 악영향을 미치는지를 나타내는 징표인 것 같다. 정치적인 영역에서만 '쫄지마!'가 중요한게 아니라 인생을 사는 자세에도 쫄지 않는게 행복하게 사는 길이라는 생각이 든다. 난 초등학교때도 그 동그란 시간표를 지켜본 적이 없으니까. 그런거 없어도 즐겁게 사는데 아무 지장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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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계획 수정

2011. 8. 28. 02:32 from 소소한 일상
서른이 되면서 세운 인생의 계획이 몇 가지 있는데

1. 서른(올 해) 귀를 뚫는다.
2. 3년에 하나씩 새로운 언어를 공부한다.
3. 마흔이 되면 40년 인생 동안 배운 '인생의 한 마디'를 몸이 새긴다(문신)
4. 마흔이 되면 그림 그리기를 시작한다.

요 정도. 더 많이 생각해놓은게 있었던 것 같은데 적어놓질 않아서-_-a

어쨌든 이 계획중에 두 가지가 변경됐다. 귀 뚫기는 졸업하자마자 하고 싶었는데, 게다가 지금 회사에서 귀걸이 하고 다녀도 아무 문제가 없는데, 연수 중에는 귀걸이를 할 수 없어서 연수 끝나고 나서 뚫어야지 하고 밀어두고 있었다. 그 사이 여러 사람들에게 물어본 결과 귀 뚫는건 그 누구도 긍정적인 답을 해주지 않았다. 차라리 수염을 기르라고;; 지금와서 다시 생각해보니 나도 딱히 귀를 뚫어야겠다는 의지가 별로 없어서 그냥 관두기로 했다. 한 번 뚫었었는데 막힌거니까 못해본 것도 아니고ㅎ

그리고 한 가지는 10년을 당겨서 실행하게 되었는데, 바로 그림 그리기다. 얼마 전 일본 출장 가서 아이디어 회의를 하는데, 워낙 그림을 못그려서 도무지 내 아이디어를 그림으로 표현을 못하겠는거라. 도저히 이대로는 안되겠다 싶고, 마침 좋은 선생님을 찾아서 그림 그리기를 시작했다. 원대한 목표는 내 아이디어를 다빈치의 스케치처럼 남기는 것. 비슷하게라도 그리려면 엄청난 세월이 걸리겠지만 계획보다 10년 일찍 시작하는거니 열심히 해서 한 60쯤 되면 비슷하게 그릴 수 있지 않을까 싶다ㅎㅎ 일단 목표는 '오늘 내가 배운 것' 하루에 한 장씩 그리기. 언젠가 때가 되면 이 곳에 공개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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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왕

2011. 7. 16. 20:31 from 소소한 일상
나의 전속 코디네이터 여동생님이 3년만에 한국에 왔다. 지금 호주에 살고 있는데 잠시 고액 알바를 하러 한국에 한 달 정도 머무르는 중이다. 이십대 중반까지 꾸미는 것에 관심이 전혀 없던 오빠를 그나마 사람답게 만들어준 사람이 바로 동생이었는데, 호주로 출국하면서 걱정스럽게 남긴 말 한마디는 "앞으로 내가 없으니까 그냥 유니클로에서 사입어"였다. 목적지향적 쇼핑(눈 안돌리고 살 물건만 사고 바로 나온다)을 하는 나로선 그 말을 충실히 따르며 [옷사러 간다 = 유니클로에 간다] 를 3년간 실천해오고 있었다.

동생이 오자마자 바로 옷 검사 받고 여러가지 지적을 당한 후ㅋ 회사원에 맞는 몇 가지 코디 공식을 만들어줬다. 몇 번 백화점을 함께 간 후 내린 결론은 유니클로, 무인양품, 갭에서 옷을 사라는 것이었다. 3년 만에 선택지가 늘어서 조금 피곤해졌지만 앞으로 수년간 난 저기에서만 옷을 사게 될거다.

네이버 패션왕을 보면 주인공 우기명이 패션으로 학교 최고 스타로 떠오르는 얘기가 나오는데, 패션왕은 커녕 패션꽝의 감각을 타고난 내가 그나마 디자이너 동생 덕분에 회사 디자인부서 다니면서 주변 디자이너들에게 '옷입는게 공대생같지 않다'라는 말을 듣고 산다.

아직도 왜 멀쩡한 새 티셔츠 목을 늘려서 입으라는건지, 밖에 입고다니기 좀 그래서 잠옷으로만 입는 이상한 티셔츠가 제일 이쁘다는건지 잘 이해는 안가지만 이런 동생이 있는게 어딘가ㅎㅎ

동생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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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주간 신입교육

2011. 6. 18. 11:21 from 소소한 일상
월요일부터 6주간 신입 교육을 간다. 원래 2월달에 들어갔어야 하는데 어쩌다보니 업무에 바로 투입돼서 한참 일하다가 들어가는 중고 신입이다보니 남겨둔 일들이 걱정되기도 하고, 새롭게 알게 될 많은 인연들이 기대되기도 한다. 이미 다녀온 친구들 얘기로는 공부도 많이 하고, 춤도 많이 추고, 별별걸 다 한다는데 그래도 살면서 이런 거 해볼 날이 또 언제 있겠냐 하는 심정으로 즐겁게 하고 와야지. 사실 이미 현업에 있다보니 막 잘해야한다는 긴장감은 없었는데 연구소장님이 꼭 일등 해오라고 압력을 넣으셔서 부담이 살짝 되긴 하지만 뭐 재밌으면 되지 하는 맘으로, 다녀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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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근육 일상

2011. 6. 12. 12:03 from 소소한 일상
블로그에 포스팅할 거리를 내내 찾았지만 요즘엔 자잘한 일상의 모음 밖에는 소재가 없어서 차일 피일 미루기만 했다. 뭔가 벌크는 없고 잔근육만 있어서 보여주기 애매한 그런 상황이랄까ㅋㅋ(여자들은 잔근육을 좋아하더라만은..)

그러니까 요즘은 여행을 정말 많이 다니고 있다. 거의 한 달에 한번은 어디론가 다녀온 것 같은데, 가장 최근엔 회사 동기 결혼식이 있는 부산에 간 김에 울산 친구 꼬득여서 통영-울산 여행을 하고 왔다. 3일 연휴 동안 수원-서울-부산-통영-울산-김포-부천을 찍고 왔으니 참 깨알같이 돌아다녔구나 싶다ㅎㅎ

통영에 가서는 영화 '하하하'에 나온 곳들을 모두 둘러보려다가 사람도 너무 많고 남자 둘이 갔더니 그럴만한 동력도 떨어져서 대충 가까운 곳 몇 군데만 돌아보고 왔다. 그래도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은 온 동네가 이렇게 예쁜 그림으로 도배되어 있는 동피랑 마을! 달동네긴 했지만 이런 예술적 영감을 늘 받을 수 있는 곳에 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바로 어제. 10년만에 생애 두 번째 통기타를 샀다. 이번엔 픽업도 달려서 공연도 할 수 있는, 쪼금 좋은 모델을 샀는데, 소리를 들어보니 감동의 눈물이ㅠ 물론 매장에 있는 200만원짜리 덱스터 기타 소리에는 발끝에도 못 미치지만 내가 살 수 있는 가장 좋은 기타를 산 것 같아서 너무 기분이 좋다. 


새 기타를 들고 회사에 가서 다음주 와인파티에서 공연할 공연곡을 연습했다. 몇 달 동안 힘들게 만든 화이트한 분위기의 방에서 기타를 치고 있으니(밖에선 몇몇 사람들이 일하고 있었는데도!) 제대로 배짱이같은 느낌도 들고 아주 만족스러웠다ㅋㅋ 주말 내내 마구 쳐서 새 기타 길을 잘 들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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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

2011. 5. 11. 21:56 from 소소한 일상
ㅇㅇ와 커피를 마시고 집에 가는 길 ㅎㄷ에게 전화가 왔다.

"그린플러그드 가자."

"나 그날 저녁에 3호선 버터플라이 공연 예매해서 못가"

"여자사람 4명 대기중이야"

"...표는 아직 있지?" 


이러고 산다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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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극장이란 공간은 영화, 같이 사람과 함께 추억의 일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는데, 멀티플렉스 시대로 오면서 '공간' 대한 추억은 거의 사라지는  같다어릴  살던 인천에 강변 다음으로 CGV 생겼을 때부터 한동안 그곳은 내게 특별한 공간이었다그전에 영화 보러 다니던 2관짜리 중앙극장하곤 비교도 되는 사이즈와 시설은 영화감상의 경험을 완전히 바꿔놓았기 때문이다. 


세월이 흘러 전국 어디서나 CGV 있게 되고, 비슷한 부류의 멀티플렉스가 우후죽순 생기면서 상황이 변했다. 영화는 이제 ' 그곳'에서만  있는  아니라 '아무 '에서나 있는, 전국 어느 슈퍼에서나 파는 새우깡 같은 존재로 변했다. 이제 어디서 영화를 봤는지는 전혀 중요하지 않은 세상이 되어버린 것이다. 새우깡을 어디서 샀는지 전혀 중요하지 않은 것 처럼.


그런 면에서 광화문 씨네큐브는 '공간' 의미를 온전히 간직한  되는 극장 하나이다이곳에서 줄기차게 상영하는 안 유명한 영화들과, 그런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풍기는 분위기와, 서울시내 드물게 작은 극장 크기 덕분에 함께 사람그때  영화와 함께 공간이 화학작용을 일으켜 특별한 추억을 만들어 주는 곳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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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드하자

2011. 4. 18. 00:21 from 소소한 일상



10대 후반부터 내 꿈은 밴드를 하는거였다. 고2때 담임 선생님이 꿈 3가지를 적어 내라고 하셔서 1,2,3위 세 가지를 적어 냈는데 2위를 '기타리스트'라고 적었더니 나를 교무실로 따로 부르셨다. 굉장히 걱정스런 눈빛으로 기타에 빠지면 안된다고 당부를 하셨고, 내 기타를 당분간 맡아두신다며 친구 빌려주려고 가져왔던 전자기타를 압수했더랬다. 어렵게 졸라서 다니기 시작한 기타 학원은 1달을 넘기니 어머니께서 '이제 그 정도면 되지 않느냐. 그만 하자'라고 간곡히 권유하셔서 제대로 된 곡 한 번 못 쳐보고 스케일 연습만 죽어라 하다가 관뒀다. 

10년이 넘은 세월이 흐른 후, 드디어 밴드를 시작한다. 즐거운 인생을 보고 너무 가슴이 벅차서 엔딩 크레딧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친구에게 전화해서 '밴드하자'라고 했던 그 마음 그대로, 상상만 해도 너무 설렌다. 어찌어찌 해서 내가 베이스를 치기로 했지만 한 번도 베이스를 쳐 보지 않았다는건 큰 문제가 안된다. 얼마나 잘 하느냐 보단 시작 하냐 안 하냐가 더 중요하기 때문. 2011년 5월, 내 인생에 큰 꿈 하나를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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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4. 12. 22:57 from 소소한 일상
어쩌다보니 입사 하자마자 장비구매에 대한 업무를 맡게 됐는데, 두달동안 1억 넘게 쓴거 같다;; 지난달 구매 신청한 장비들이 이번주에 마구 쏟아져 들어오는데 물건에 파묻혀 정신을 못차리겠다. 오늘만 한 천만원어치 장비를 받았는데 다 뜯어보지도 못했다.

내게 1억은 아직 한 번도 가져보지 못한 어마어마하게 큰 돈인데 조직 이름으로 쓰는 1억은 정말 작은 돈이었다. 오늘도 열심히 천오백만원쯤 되는 소프트웨어 구매 품의를 받기 위해 키보드를 두드렸다. 

나중에 돈 이렇게 많이 써놓고 왜 이것밖에 못했냐고 그러면 큰일인데 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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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인생

2011. 4. 10. 11:59 from 소소한 일상

지난 일 때문에 가슴 한켠이 여전히 자주 서늘해지긴 하지만 대체로 요즘 사는게 즐겁다. 이런 기분은 태어나서 몇 번 느껴보지 못했는데, 학교를 졸업하면서 훨씬 인간답게 살 수 있게 된 것이 가장 큰 원이이고, 개방적이고 여유로운 사람들과 함께 생활하다 보니 좀 더 적극적으로 행복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이 든 것도 원인 중 하나이다.

"형 회사 다니기 어때요?"
"너무 재밌어. 만족하며 다니고 있어."
"와 나 형 같은 사람 처음 만났어. 다들 힘들다고 그러던데."

며칠 전 후배가 취직 한 후 회사 생활이 어떠냐고 물어보길래 저렇게 대답했다. 3개월도 안된 신입이라 속단하긴 이르지만, 아직까진 너무 재밌고 앞으로 더 재밌어 질 것 같아서 기대가 된다. 회사 업무에서 가장 인상이 깊었던 일은 특정 프로젝트에 전혀 다른 부서 사람들이 모여서 아이디어를 서로 내주는 제도였다. 그냥 모여서 아이디어를 내는게 아니라 짜여진 프로그램에 의해 진행되는데, 그 과정이 재밌기도 하고 충분히 생산적이어서 놀라웠다. 자세한 얘기는 보안 규정상 못하지만 분위기는 대충 아래 사진과 같다.
 


거의 4년만에 동아리 공연도 했다. 공연곡은 10cm의 죽겠네. 급조한 공연 팀이라 실력은 엉망이었지만 나름 즐거웠으니 그걸로 충분했다. 무엇보다 홍대에 있는 클럽 타에서 직접 공연을 하다니, 영광의 무대였다.



위에서 함께 공연했단 친구 ㅎㄹ이 왼쪽 끝에 앉아있는 후배와 결혼을 했다. 예전 같으면 결혼식에 참석이나 할 수 있을까 전전긍긍 했겠지만 이번에는 친구들과 어떤 선물이 좋을까 고민하다 아래처럼 화환을 보냈다. 결혼식에서 무척 인기가 많았다. 



학교 울타리를 벗어났더니 마음에 맞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어서 정말 기분이 좋다. 마음이 통하고 생각이 통하는 사람들과 즐거운 술자리. 신입사원과 리더가 모두 같은 꿈을 꾼다는건 쉬운게 아닌데 여기선 무언가 이뤄낼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꿈결 같은 와인 향처럼.



즐거운 회사 생활의 정점은 상반기 워크샵이었다. 친구는 워크샵가면 발표도 하고 그런다는데 우리는 진짜 즐겁게 노는게 목적이었다. 팀별로 요리 경연대회도 하고, 신입사원 장기자랑도 했다. 다들 넘치는 끼를 주체 못해서 몸을 사리지 않고 망가지는 바람에 선배 사원들이 최고의 퀄리티였다고 칭찬을 해줬다. 참고로 난 친구와 여장을 하고 노래를 불렀는데, 여성분들이 너무 이쁘다고 난리였다-_-v



이번 워크샵 최고의 인기는 내가 가져간 일명 '애플기타.' 경쟁사 로고 붙여서 가져와도 아무도 뭐라 안하는 그 쿨한 분위기가 일단 맘에 들었고, 몇몇 분들은 기타를 진짜 잘쳐서 깜짝 놀랐다. 조만간 연구소 밴드나 세시봉이 탄생할 기세.


이제 회사 생활에 대충 적응은 끝냈고, 앞으론 어떻게 좋은 성과를 내면서도 즐겁게 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고 있다. 플러스 일과 개인 생활의 조화를 어떻게 해 나가야 할 지도. 다행히 회사는 열린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가득해서 점점 더 즐거워 질 수 있을 것 같고, 리더급 직책 분들도 UX연구소는 그래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계셔서 숨겨진 똘끼를 마음껏 펼칠 수 있게 됐다. 

앞으로 많이 배우고 빨리 성장해서 즐거운 만큼 더 잘하고 싶다.

"행복해요?"
"일면 행복해요."
"아니, 그런거 말고 예 아니오로 대답하면?"

"네. 행복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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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삶

2011. 3. 24. 00:06 from 소소한 일상
어떤 사람이 특별히 멋있게 보일 때는 직업과 전혀 다른 의외의 분야에 전문성을 보일 때다.

우리 회사 모 차장님은 귀여운 외모의 여자분인데 킥복싱을 너무 열심히 하다 보니 다리가 자꾸 부러져서 이제 그만 뒀다는 얘길 들은 뒤로 전혀 다른 사람처럼 보였다. 바지 속에 감춰진 무쇠같은 다리가 눈에 아른거려서. 같이 들어온 동기는 공부만 엄청 했을 것 같은 외모와 다르게 만능 스포츠맨이었다. 탁구는 태어나서 져본적이 없다나. 우리 파트장님은 요리를 정말 잘하시는데, 매일 싸오는 샌드위치는 파는것 보다 훨씬 맛있다.

나도 이들처럼 의외의 분야에서 전문성을 기르고 싶은데 디자인 부서에서 일하는 공대생이다보니 예체능쪽으로 전문성을 길러봐야 이쪽 사람들과 게임이 안된다. 기타 한번 안쳐본 사람이 없는 것 같고, 요리는 말할 것도 없고 패션 감각은 다들 어찌 그리 뛰어난지. 그래서 이 사람들과 차별화되는, 뭘 만드는쪽 취미를 발전시켜볼까 생각도 해봤는데 이게 내 업무랑 겹쳐서 차별화가 안된다. 참 쓸데없는 넋두리나 늘어놓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데 이런거 신경쓰지 말고 그냥 하고싶은거 하고 살자는게 오늘의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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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턴가 나에 대해 누군가에게 소개할 때 남들보다 긴 설명이 필요하게 되었다. 처음 산업공학과에 들어갔을 때, 다른 공학 전공은 '컴퓨터'공학, '기계'공학, '섬유'공학 등등 앞에 누구나 아는 명사가 붙는데, '산업'공학은 이름을 들었을 대 확 와닿는 무언가가 없어서 그게 뭔지 꼭 부연설명이 필요하곤 했다. 대학원에 갔더니 또 HCI라는 남들 듣기에 생소한걸 전공하게 돼서 역시나 긴 설명을 해야 내가 뭐하는 사람인지 이해시킬 수 있었다. 며칠 전엔 회사용 폰을 개통하러 휴대폰 대리점에 갔다. 특정 회사 제품을 달라고 했더니 점원은 내가 xx전자 직원인걸 알아채곤 무슨 일을 하는지 물어왔다. "디자인센터에서 일해요" 라고 말했더니 그럼 디자이너냐고 되물었다. UX 연구소에서 일하는 Design Researcher인데 UX를 점원에게 설명하기가 어려워서 대충 "이쁘게 하는 디자인 말고 편하게 쓰게 해주는 디자인을 해요"라고 둘러댔다. 아아 피곤해. 나도 한마디면 누구나 알아듣는 직업을 갖고싶다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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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출근

2011. 2. 7. 23:28 from 소소한 일상
드디어 두근두근 첫 출근을 했다. 센터장님-연구소장님-그룹장님까지 면담을 하고 나니 하루 반이 다 가고, 나머지 반은 그냥 하릴없이 대기하고 있었다. 이렇게 한 달 하고 월급 준다면 참 좋을텐데ㅎㅎ 7명만 뽑은터라 다들 내 이름과 면접 때 발표했던 내용을 기억하고 있었다. 고대하던 최종 부서 배치를 받았는데 연구소 내 전략기획그룹 프로토타이핑&시뮬레이션 파트에서 일하게 됐다. 이곳에선 다른 사업부에 비해 2년 앞선 신기술을 발굴하고 UX 방법론을 개발해서 다른 부서에 전파하는 일을 한다는데 구체적으로 무슨일을 하는지 정확이 감이 오진 않았다. 게다가 파트장님은 나와 입사 동기;; 그분도 아직 업무 파악이 안돼서 우리 파트가 뭘 해야 할 지 명확한 역할이 없었다. 

첫 직장 첫 출근인데다 아직 연수도 안 받아서 마냥 얼떨떨하다. 그치만 곰곰히 생각해보면 이쪽 분야에 몸담고 싶어 대학원에 들어가기로 결심한 이후로 정말 하고 싶던 일을 진짜 하게 됐으니 꿈만같은 상황이다. 아직 회사에서 스트레스 받을 일도 없으니 잠시나마 행복을 즐겨야겠다. 내일 출근을 위해 억지로 일찍 자야하는 것만 빼면 모든게 만족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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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도 친구 집에 놀러가서 친한 친구 넷이서 먹고 놀고 하룻밤 자고 왔다. 느즈막히 일어나서 친구 어머니께서 차려주신 아침 겸 점심을 먹으며 어머니와 이런 저런 얘기를 많이 나눴다. 갈 시간이 돼서 집을 나서는데 어머니께서 배웅하러 나오시며 "지호는 성격이 자상해서 여자들이 되게 좋아하겠어"라고 말씀하셨다. 살면서 가장 힘이 되는 한 마디였다 흑흑. 어머니 감사합니다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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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2011. 1. 29. 16:19 from 소소한 일상


입사 전에 신나게 여행을 다니고 있다. 동생이 있는 호주에 가고 싶었지만 여러가지 여건이 안돼서 짧은 국내 여행을 자주 하기로 하고 기회만 있으면 짐을 쌌다. 지난 주말엔 경상도를, 이번주엔 전라도를 다녀왔다. 다음주엔 강화도를 갈 예정이다. 여행을 가면 함께 하는 사람들과 온전히 24시간을 같이 보내게 되는데 의미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바쁜 세상에 가족들과 얼굴 보는 시간도 하루에 몇 시간 안되는데 하물며 친구들은 오죽 하랴. 단지 함께 있는 시간이 길어지는 것 이외에 온 하루를 같이 보내면서 느낄 수 있는 여러 가지 감정들이 그 시간을 더욱 값지게 만든다. 앞으론 여행을 자주 다녀야지. 사진은 새만금에서 본 일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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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는 어려워

2011. 1. 12. 23:00 from 소소한 일상

카카오톡 친구들에게 말했다.

"연애는 너무 어려워."


한 친구가 이렇게 말했다.


"연애는 쉽다. 여자가 어려운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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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기술

2011. 1. 5. 01:19 from 소소한 일상
사람들은 어떻게 사랑을 할까 보다 어떻게 사랑을 받을까를 더 고민한다.


에리히 프롬의 사랑의 기술을 다시 읽기 시작했다. 원래 연말을 이 책과 함께 보내려고 했었는데 내가 가진건 영문판이었다+_+ 번역본들이 워낙 엉망이라 읽기가 무척 힘들어서, 게다가 내용도 어려워서 시간이 조금 지나면 뭘 읽었는지 느낌만 남고 메시지는 전혀 기억이 나질 않는 책들이 있는데, 이 책도 바로 그런 책 중 하나였다. 그래서 원서를 보자! 라는 마음으로 영문판을 샀던것 같은데, 음..결과는 말로 안해도 다들 예상하실듯ㅋ

그래서 다시 번역본을 샀다. 아직 아주 쬐금 읽었는데, 마음을 뜨끔뜨끔하게 해주는 내용이 벌써 한가득이다. 사랑하는 사람들 사이에 생기는 대부분의 사소한 갈등은 결국 저 위 문장에서 비롯되는게 아닐까 싶다. 돌이켜보면 나도 어떻게 사랑을 할지보다 어떻게 사랑을 받을지에 대해 더 많이 고민하는 순간 많은 갈등이 싹텄던것 같다. 입사 전 시간 많을 때 이 책을 비롯해서 소유냐 존재냐 같은 에리히 프롬의 책들을 다시금 정독해야겠다. 디자인이나 UX책 같은건 뭐 천천히 보는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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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231

2010. 12. 31. 23:55 from 소소한 일상
올해도 정말 열심히 일했다. 밤샘을 밥먹듯이 하면서 연구하고 공부하고 개발하고 논문쓰고, 그 와중에 취업 원서쓰고 시험보고 면접보고.. 돌이켜보면 그걸 다 어떻게 했는지 싶을 정도로 많은 일을 한 것 같다. 다시 하라고 하면 정말 못할거다. 흐름을 타지 않으면 하기 힘든 그런 일들이 있는 것 같은데, 올해는 석사 마지막 학기라는 흐름 덕분에 더 많은 일들을 할 수 있었던게 아닌가 싶다. 

그 와중에 깨알같이 연애도 했다. 요 몇년간 연구실 일의 압박 때문에 늘 바쁘고 초조하고 쫓기는 기분으로 살곤 했는데, 그분 덕분에 마음의 병이 많이 치유가 됐다. 주말에 하루쯤 쉬어도, 중간에 커피 한잔 마셔도 괜찮다는 삶의 중요한 법칙을 다시금 깨달을 수 있었던건 올 해 가장 큰 성과였다. 

또 여복(?)이 많은 한해였다. 공대 연구실 성비가 1:1을 넘어서 여성이 더 많아지는 기적이 일어났다. 여자친구가 생긴건 당연히 가장 놀라운 일인데다가, 면접 보는 회사마다 남자가 거의 안보이더니만 결국 막판에 디자인부서에 합격해서 여전히 여자들에 둘러싸여 살게 되었다. 군대까지 멀쩡히 다녀왔지만 군대문화, 남성 중심의 딱딱한 서열 문화에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내 입장에선 긍정적인 현상들이었다:)

내 인생에서 이렇게 책을 안 읽은 해가 또 있나 싶다. 심지어 오랜만에 본 친구는 날 책벌레라고 기억할 만큼 책을 끼고 살았었는데 말이다. 이제 미친놈처럼 바쁜 삶은 그만 살고 자기 성찰을 하면서 내면을 채우고 살아야겠다. 입사 전에 사놓고 쌓아놓기만 한 책들을 마구마구 읽어줘야지.

2010년 화제의 중심 아이폰은 내 인생에도 큰 역할을 해줬다. 스마트폰으로 인해 기업들이 UX의 중요성에 대해 절감하게 되었고, 그만큼 내가 갈 자리도 많아진것 같다. 모 전자회사 디자인경영센터에서 이렇게 사람을 한꺼번에 많이 뽑은것도 내겐 행운이었는데, 결국 원인은 아이폰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졸업논문도 아이폰에 관련된걸로 썼으니, 올해 내게 가장 큰 영향을 끼친건 아이폰었다. 

좋은 사람을 많이 만났고, 여전히 좋은 사람들이 변함없이 날 지지해주고 있다. 올해는 별로 못했지만 내년에는 그 사람들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많이 해야겠다.

별볼일 없는 신변잡기로 가득한 이 블로그를 꾸준히 방문해주시는 이름 모를 여러분들께도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2011년엔 늘 행복하시길 기원합니다. 아듀 2010년의 시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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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230

2010. 12. 30. 23:09 from 소소한 일상
2010년의 시간들도 이제 하루가 남았다. 교수님은 여전히 내가 영원히 연구실에 나올 것 마냥 일을 시키시고, 추진력이 팍 떨어져버린 논문은 아주 찔끔찔끔 진전되고 있고, 마음은 마냥 놀고만 싶고ㅎㅎ

내일은 점심에 데이트를 하고, 저녁은 차분하게 책을 보며 마지막 20대를 되돌아봐야겠다. 무언가 하나 씩 이뤄가고 있는 것 같은데, 여전히 인생은 혼란스럽고 서른이 되기엔 내 안에 내가 너무나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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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에는

2010. 12. 27. 00:28 from 소소한 일상
크리스마스에 공연보기 소원을 이뤘다. 드디어 크리스마스 이브에 루시드폴 공연을 봤기 때문이다. 

미선이부터 팬이었으니 10년째 그의 앨범을 열심히 사모으고 그의 노래를 기타로 치는 열혈 팬인데 막상 공연은 처음 봤다. 근 3년간은 대학원생이라 공연 볼 여유가 없기도 했고, 루시드폴 또한 유학생 신분으로 막상 공연을 별로 안했다. 이래저래 인연이 없던 10년의 세월이 지나고 드디어 3박자 - (무엇보다 중요한) 같이 볼 사람, 나의 여유 시간, 적절한 시기에 하는 공연 - 가 모두 맞아서 남들은 쉽게 여러번 보는 공연을 참으로 긴 시간을 기다려서 보게 되었다. 

공연을 본 소감은. 한마디로 경건했다. 이렇게 조용한 대중음악가수 공연은 처음이다. 클래식 공연을 보는 느낌이랄까. 감기 기운에 기침이 나려는걸 겨우겨우 참으면서 봤다. 그래도 수 천번을 들어온그의 노래는 여전히 너무 좋았고, 클래식 편곡으로 들려주는 연주 덕분에 귀가 황홀한 시간이었다.

지난 몇 년간의 크리스마스는 모두 연구실에서 보냈다. 급한 프로젝트를 마무리하느라, 채점을 하느라, 논문을 쓰느라 도무지 뭘 할 시간이 나지 않았더랬다. 내 인생에서 언제쯤의 크리스마스가 행복했을까?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래서 올 크리스마스는 이 시간들을 이렇게 즐기 수 있다는게 너무 어색했다. 아직 내가 가진 행복을 온전히 받아들이는데는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 졸업논문 패스도 했고, 정말 가고싶은 직장에 취직도 했는데 말이다. 살면서 1등을 해본 적도 별로 없고, 승리자가 된다는 느낌을 거의 가져보지 못해서 그런지 지금 내가 누리고 있는 이 기분은 영 익숙하지가 않다. 맛있는것도 먹어본 놈이 잘 먹는다고, 행복을 누리는것도 연습이 필요한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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꺄악

2010. 12. 23. 00:24 from 소소한 일상
모 전자회사 디자인경영센터 UX부문 합격했어요ㅠ

신입 공채에서 그 회사 다른 사업부 썼다가 최종 면접에서 떨어진데다가, 특정 학교 교수님이 센터장으로 부임한 이후 그 학교 제자를 주로 뽑는다는 얘기에, 혹시나 들러리가 되지 않을까 하며 큰 기대 안했었는데...합격했다니 꿈만같아요ㅠㅠ 끝판왕이라고 하는 현대 계열사보다 더 늦게 끝나서 정말 기나 긴 취업준비생의 나날을 보내야 했네요. 주변 사람들은 11월쯤 취업 일정이 다 끝났고, 심지어 연구실 동기는 벌써 저번주에 연수를 들어갔는데 말이죠ㅎㅎ 

아무튼 그동안 응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좋은 소식 전해드릴 수 있어서 너무 기쁘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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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취업일기

2010. 12. 19. 18:22 from 소소한 일상
지난 포스팅을 올린지 보름만에 글을 쓴다. 그 동안 일생을 좌지우지할 큰 일 두 개가 있었는데, 하나는 원하던 곳에 취업이 된 것이고, 또 하나는 졸업논문 디펜스가 끝난 것이다. 요 몇 달 간 날 괴롭히던 두 가지 문제가 매듭지어진게 너무너무 기쁘다. 

자동차 회사 면접을 포기하고 갔던 모 인터넷 회사는 기획 업무에 딱 한 명을 뽑는다고 했는데, 최종 면접에 가니 여전히 7명이나 면접을 본다고 해서 큰 기대를 안하고 있었더랬다. 대표이사와 1:1로 보는 면접이었는데, 나보다 먼저 면접을 본 여성분은 50분이 넘게 면접을 본데 비해 나는 30분이 조금 넘으니 뭔가 대화가 뚝뚝 끊기고 대표이사님이 자기소개서를 뒤적거리다가 더 이상 질문 할 게 없다는 표정으로 그만 가보라고 해서 더더욱이 별로 기대를 안하고 있었더랬다. 그래서인지 논문 디펜스 이틀 전 밤에 전화가 와서 "안녕하세요 **** 입니다. 저희는 ***님과 함께 일하고 싶습니다." 라는 익숙한 인사 담당자의 목소리를 들었을 때, 아, 됐구나...라는 안도의 맘과 함께 "감사합니다!"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주변 친구들 후배들 여자친구 모두 예~전에 취업이 다 돼서 맘고생하고 있었는데 그간 힘들었던 게 다 씻겨내려가는 기분이었다. 연봉(금융권과 제조업에 비해 적은건 어쩔 수 없으니)과 위치(북적이는 강남은 싫어요ㅠ) 빼고 나머지 복리후생 등은 정말 좋았다. 특히 가장 맘에 드는 부분은 10시 출근에 복장 자율!

다음 날 또 하나의 기쁜 소식을 들었다. 대학원에 들어올 때부터 목표를 두고 있던 휴대폰회사 UI부서에서 합격 소식을 알려온 것이다. 다시금 행복한 고민에 휩싸였다. 대기업에서 원래 목표로 했던 커리어를 쌓는 일과 전도 유망한 벤쳐기업에서 정말 재밌어보이는 일을 하는 것. 음악 관련 서비스를 하는 그 벤쳐기업이 하는 일은 더 재밌어 보였지만 기획 업무가 UX 관련 커리어를 쌓으려던 내 목표와 맞지 않고, 몇 가지 다른 이유들 때문에 결국 그 회사는 입사를 포기했다. 

요즘은 여유롭게 논문을 마무리하는 중이다. 주말에도 휴일에도 명절에도 몇 번 못 쉬고 3년을 버텼더니 그래도 이런 날이 오는가 싶다. 이제는 날 좀 돌보고 살아야겠다. 연구실을 돌보고 후배들을 돌보고 일을 신경쓰느라 정작 나를 못챙겼던 그동안의 생활은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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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11. 25. 10:52 from 소소한 일상
지난 주말 모 회사 인적성을 보러 아주 오랜만에 내 고향 인천에 갔다가 그립던 친구들을 만나고 왔다. 애 생겼다고 결혼한다는 실없는 농담으로 날 맞이한 HD와 잦은 음주로 이미 임신 5개월의 배를 만들어놓은 KS를 보니 뭔가 내가 놀던 물에 들어온 그런 안도감이 들었다. 금방 학교로 돌아가야해서 점심만 잠깐 먹고 헤어졌는데, 내가 간 후로 녀석들이 이런 얘기를 했다고 한다.

더 늦기 전에 밴드를 시작하자. (취향이 다들 다르니) 각자 좋아하는 노래는 스스로가 부르는걸로. 1년에 한 번 공연장을 잡고 가족과 지인들을 불러서 공연을 하며 파티를 하는거지. 

세상에 수없이 많은 직장인 밴드가 있고 이미 다들 이런걸 하고있으니 뭐 새로울건 없겠다만, 결국 '즐거운 인생'처럼 즐겁게 살아보잔 얘기였다. 우리 4인방 중 나만 취업하면 이제 모두 직장인이 되니 시간만 낸다면 밴드하는데엔 문제가 없을것 같다. 녹슨 실력은 뭐 찬찬히 연습하면 되고. 

대학교 들어오면서 밴드하는게 꿈이었는데 어쩌다보니 통기타 동아리에 들어가서 늘 음악을 하면서도 밴드다운 밴드는 못해봤더랬다..는 사실 변명일 뿐이고 그냥 용기가 없었을 뿐이었다. 미래의 행복을 위해 현재를 희생하는 어리석은짓은 그만두고 이제 현재를 즐겨야지. 서른살을 목전에 두고 얻은 가장 큰 교훈이다. 지금 행복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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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황

2010. 11. 22. 23:32 from 소소한 일상
1.
예전엔 활자 읽기 중독자였지만 이제는 책이란걸 읽은게 언제쯤인지 모르겠다. 대신 기술서적과 프로그램 코드와 논문은 줄창 읽고있다. 뭔가 어려운걸 보지만 점점 생각이 없어지는 느낌. 책 읽고 먹먹한 감정으로 하루를 지내본지가 언제인지 기억도 안난다.

2.
요즘 내 삶의 원동력은 12월 중순의 여행계획을 상기하는것과 크리스마스 이브에 루시드폴 공연에 갈 기대를 하며 달콤한 상상에 빠져드는 것이다. 그것마저 없었으면 어떻게 살았을지 으으 끔찍하다. 게다가 여자친구마저 없었으면 작년보다 더 우울한 연말이었을거다. 감사합니다ㅋㅋㅋ

3. 
K모 연구소에서 (혹시 취업이 안되면) 꼭 좀 와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내가 필요하다니 기분좋은 부탁이긴 한데, 문제는 비정규직 연구원이라는거. 아 뭔가 비정규직 문제가 갑자기 가슴속에 확 다가온다. 젠장. 얼렁 취업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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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일기9

2010. 11. 16. 21:58 from 소소한 일상
계획대로라면 취업일기8에서 드디어 취업이 됐다고 자랑 좀 해주고 마무리하려고 했는데 어쩌다 보니 장기전이 돼 버렸다. 

이번 주는 면접만 세 개, 인적성 하나, 발표날 거 여러개가 남은 박진감 넘치는 한 주가 되시겠다. 오늘 면접은 다행히 한큐에 모든 과정이 끝나는, 게다가 집에서 회사까지 30분도 안 걸리는 매우 바람직한 시츄에이션이었다. 그치만 또 다시 내일부터 서울 여기저기로 면접보고 시험보러 다녀야한다. 부디 이번주에 보는 면접들로 이 여정이 끝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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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헤는 밤

2010. 11. 2. 13:23 from 소소한 일상
자화상의 나의 고백을 무한 반복으로 듣다가 퇴근하는 새벽 길.

몇몇 아이들이 모여서 하늘을 바라보고 있길래 무심코 고개를 들었는데

와..별이 너무 많았다. 요즘 예전보다 공기가 좋아진걸까. 가끔 이렇게 별이 많이 보이는 날도 있구나. 학교보다 별이 더 많이 보이는 집 앞으로 가기 위해 서둘러 발걸음을 옮겼다. 새벽 3시에 집에 안들어가고 대문 앞에서 한참동안 하늘을 바라보며 우주의 무한함과 인간의 유한함에 대해 깊은 생각에 잠길...만큼 뇌 용량에 여유가 있진 않아서 취업 걱정만 한참 하다가 집에 들어왔다. 

하아. 걱정은 태산인데 잘 풀리는게 하나도 없는 그런 일상. 별이라도 봐서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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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모든 사랑이 그렇다. 사랑이야말로 사랑의 대상은 철저히 주관성을 띠지 않는가. 나의 눈으로 바라보는 너. 내가 바라는 너.
그렇기 때문에 너의 존재, 너의 바람, 너의 특질, 너의 욕망 그 모든 것들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간섭하지 않는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일 수밖에 없다. 그런 위대한 신 같은 사랑을 하기에 보통 사람들은 너무나도 평범한 사랑의 자질을 가졌을 뿐이니까.
.
(중략)
.
'본질을 아는 것보다, 본질을 알기 위해
있는 그대로를 보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그것이 바로 그 대상에 대한 존중이라고.'

-보통의 존재 中, 이석원


"그게 오빠가 바라보는 저인거네요."

며칠 전 커피를 마시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가 '넌 00해' 라고 했더니 그 애가 내게 한 말이다. 이 말엔 '넌 그렇게 나를 생각하는구나' 라는 의미와 '실제로 난 그렇지 않다'라는 의미가 모두 들어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 사귀었던 어떤 아이는 내게 '이러이러한 점 때문에 니가 좋다'라는 말을 자주 하곤 했다. 그런데 그 말을 들었을 때 고개를 갸우뚱 한 적이 많았다. '내가 정말 그런가?' 라는 의문과 함께, '저 애는 자기가 보고싶은대로 나를 바라보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곰곰히 저 말을 곱씹어보니 결국 나 또한 내가 보고 싶은 대로 상대를 정의하고 있던 거였다. 본질을 보려 노력하지 않고 내 욕망의 필터를 통해 상대를 판단한다면 그 사람 자체를 사랑하는 게 아니라 내가 사랑하고 싶은 그 사람의 모습을 사랑하는 게 되는건 아닐까. 훗날 지금을 떠올릴 때, 그 때 내 사랑이 왜곡된 시선의 산물이었단걸 알게된다면 인생이 허무해질 것 같다.

'나는 왜 너를 사랑하는가.'라는 의문은 '나는 누구인가' 만큼 중요한 인생의 탐구 주제인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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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우연의음악 :

GMF2010

2010. 10. 26. 01:31 from 소소한 일상
지엠에프를 생각하면 아직도 꿈결같다. 잔디밭에 돗자리 깔고 따스한 햇살속에 듣던 토마스쿡이 부른 이적의 '사랑은 어디에', 팔베개하고 누워 별을보며 듣던 이소라의 '바람이 분다'는 너무 황홀해서 뭐라 표현을 못하겠다. 자 그럼 본격적인 후기로.

가자마자 수변무대로 가서 좋아서하는 밴드를 보면서 점심을 먹었다. 직접 만들어간 유부초밥은 밥이 거의 생쌀이었지만 배고파서 마구 먹었다. 이번 지엠에프 최대의 발견은 좋아서하는 밴드라고 할 수 있을만큼 정말 매력적인 무대였다. 수변무대의 풍경과 너무도 잘 어울리는 그들의 노래와, 따사롭게 내리쬐는 오후의 가을 햇살은 자리를 뜨기 어렵게 만들었지만, 언니네 이발관을 보러 체조경기장으로 고고.


허겁지겁 이발관 공연이 있는 실내 무대로 들어갔더니 바로 공연이 시작되었다. 뭐 언니네 공연이야 늘 명불허전. 공연 보면서 여전히 배가 고파서 귤을 까먹는중에 하필이면 아름다운 것을 하는 바람에 그 좋은 노래를 졸지에 귤 먹으면서 따라불렀다. 언제나 아름다운 것을 떼창하는 순간은 감동의 도가니. 



언니네가 끝나니 오후 5시쯤 됐다. 이제 무겁게 가져온 돗자리를 펼 시간. 가장 큰 무대(이름이 뭔지 까먹었다)로 들어가니 토마스쿡이 열심히 노래를 하고 있었다. 사람 별로 없는 저 뒷쪽에 가서 돗자리를 펴고 일단 누웠다. 날씨가 생각보다 너무 좋아서 일광욕 하는 기분으로 뒹굴뒹굴. 이 순간 토마스는 이적님의 사랑은 어디에를 부르고 있었다. 명곡은 누가 불러도 역시 명곡이더라. 

<요긴 사진 없음>

슬슬 저녁먹을 시간이 와서 샌드위치 하나 사서 먹으면서 페퍼톤즈 공연을 봤다. 계속 피스~를 외치던 여자 객원 보컬분만 기억에 남는다. 페퍼톤즈 별로 안좋아해서 사진도 패스ㅋ 슬슬 여기에 온 가장 큰 목적이던 틴에이지 팬클럽 형님들을 보러 갈 시간! 다시 실내 무대로 들어가니 오오 벌써 나와서 리허설을 하고 있었다. 베이비리의 전주만 들어도 어찌나 좋던지! 본 공연이 시작되고 거의 말 한마디 없이 이번 앨범과 베스트 앨범의 곡들을 번갈아가며 쭐 불렀다. Don't look back, I need direction 등 예전 명곡이 줄줄이 흘러나오고, 이번 앨범의 Sweet days waiting이 나올땐 어찌나 황홀하던지 멜로디와 화음에 취해서 멍~하니 무대만 바라봤다. 


밖이 슬슬 추워진 관계로 안에서 계속 있기로 했다.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다보니 벌써 김윤아의 공연 시간. 밴드가 세팅을 마치고, 드디어 우아한 자태의 그녀가 등장했다. 와 애엄마가 이래도 되나 싶을만큼 예쁜 몸매 예쁜 얼굴이었다. 그 가녀린 몸에서 나오는 목소리는 어찌나 파워풀하던지. 그냥 다른 세계의 사람을 보는 느낌이었다. 야상곡까지 듣고 오늘의 헤드라이너 이소라를 보러 다시 밖으로.


무대 왼편 구석에 자리를 잡고, 또 그냥 누웠다. 하루종일 돌아다녔더니 피곤이 몰려오기도 했지만, 그보단 별을 보면서 노래를 듣고싶었다. 이소라의 무대기 시작되고, cd를 튼건지 라이븐지 알 수 없을만큼 완벽한 그녀의 노래들이 흘러 나왔다. 중간 중간 농담인지 진담인지 짐작할 수 없는 말들을 횡설수설 늘어놓긴 했지만, 그녀가 부르는 노래만큼은 퐌타스틱! 이 밤을 아름답게 수놓기 딱 좋은 노래들이었다. 앵콜로 불러준 바람이 분다는 정말 아휴..

틴에이지 팬클럽이 온다는 소문만 듣고 눈이 뒤집혀서 라인업도 나오기 전 7월달에 예매를 했었더랬다. 예매를 하면서도 과연 갈 수 있을까 의심이 들긴 했지만 결국 이렇게 다녀온걸 보니 역시 일은 벌이고 봐야 한다는걸 다시 한 번 깨달았다ㅎㅎ 세상에 이 좋은걸 이제서야 다녀오다니! 내년엔 2일권 예매해서 주말 내내 올림픽공원에서 살아야지. 급 추워진 공기를 느끼면 더더욱 따스했던 지난 주말로 돌아가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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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우연의음악 :

취업일기8

2010. 10. 15. 18:44 from 소소한 일상
서류발표는 이제 막바지에 다다른듯. H자동차회사와 P휴대폰 제조사 빼곤 거의 다 발표가 났다. 승자의 이미지보단 2인자의 분투하는 이미지가 맘에 들어서 통신사는 S보다 K를, 포털은 N보다 D를 가고싶었는데 아이러니하게 서류는 1위 사업자만 되고 2위는 다 떨어졌다. 사실 제일 가고싶은 회사였던 D가 서류에서 떨어진건 가슴이 조금 아팠다. 내일은 L전자 최종면접. 드디어 결전의 날이다. 잘 다린 셔츠와, 반짝이는 구두, 그보다 더 날이 선 정신과 빛나는 눈빛으로 면접장에 가야겠다. 여기야말로 내가 보여줄 것이 제일 많은 회사니까 자신있게 생애 첫 면접을 보고 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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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우연의음악 :

바램

2010. 10. 12. 18:06 from 소소한 일상
바램이 맞던가 바람이 맞던가. 뭐 아무렴 상관 없지만. 나의 바램은 취업+논문+프로젝트의 3단 콤보 지옥 레이스가 어서 끝나고 제주도의 한적한 팬션에서 겨울 바다를 바라보며 따뜻한 차를 마시며 뒹굴뒹굴 하루종일 음악을 들으며 책을 보는거다. 언제 입사를 하게 될런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은 연구실을 나오고 입사 전 딱 그것만 해봤으면 좋겠다. 겨울 바~다로 그대와 달려가고파. 파도가 숨쉬는 곳에. 라고 유영석이 노래했는데, 나도 제주도 겨울 바다를 보며 이 노래를 부르고싶다. 바라면 이루어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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