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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상상

2010. 2. 2. 01:23 from 소소한 일상

주말에 친구가 결혼을 했다.

중, 고 동창인 녀석은 대학병원 레지던트인데, 인턴과 레지던트 1년 차 시절엔 우리집이 병원 바로 앞이어서 당직근무일에 병원으로 놀러가곤 했다. 새벽에 병원에서 수다를 떨다 삐삐가 울리면 친구는 환자에게, 난 집에 돌아가는게 우리의 일상이었다.

어쨌든, 어린 시절을 함께 보낸 가장 친한 친구 한 명이 결혼을 하니 기분이 묘했다. 결혼에 대해 이런 저런 생각이 다시금 들기 시작했다.

나야 결혼을 언제 할지는 모르겠으나 당장 1,2년 내에 할 가능성은 없으니 무언가 현실적인 계획이 서 있지는 않다. 그래도 어렴풋한 생각은 3無-‘축의금이 없고, 제한 시간이 없고, 격식이 없는(통상적인 절차를 따르지 않는)’ 결혼식을 하고 싶다는 것이다. 주례 없이 신랑 신부가 어떻게 하면 앞으로 행복하게 살 것인지에 대해 자신의 인생 계획을 프리젠테이션 하는 것도 좋겠고, 결혼하기까지의 에피소드를 단편영화처럼 찍어서 상영해도 재미있을 것 같다. 아니면 뮤지컬처럼 처음부터 끝까지 노래로 하는 결혼식도 재밌을것 같다. 사회자도 노래를 부르고, 주례도 노래로 하고, 신랑 신부가 서로에게 노래도 불러주고.

사실 결혼식을 어떻게 하느냐보다 서로에게 어떻게 하면 좋은 남편, 좋은 아내가 될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게 더 중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우석훈씨의 블로그를 보니 좋은 남자, 좋은 남편이 되기 위해서 뭘 해야 하는지에 대해 글이 있었다. 그 글을 읽다 마지막 부분이 참 맘에 들었다. 우리나라에서 좋은 남편이 되려면 우석훈처럼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서로 공유하는게 없으면 법적으로 부부인게 무슨 소용인가. 

결혼하기 전에 아내와 동거하던 시절이 짧지만, 있다. 아내가 짐을 싸고 집에서 나오던 날, 그 날이 지금 우리 집이 시작된 첫 날이다.

그 동거로부터, 우리는 해방되었다. 결혼할 때, 혼수니 예단이니, 일절 없었다. 아내가 자기 혼수라고 주장하는, 아직도 버리지 않고 있는 배불뚝이 TV, 그 정도가 전부였다. 요즘 그 놈을 침실에 놓고 주로 영화를 보고 있다.

사회가 '예의'라고 만들어놓은 것들, 우리 집에는 일절 없다.

남들 다하는 것.

그런 것은 절대 안한다.

그 대신 얘기를 아주 많이 하고, 영화를 아주 많이 같이 보고, 책을 같이 보고, 여행을 아주 많이한다.

좋은 남편이 되는 법에 대해서는, 조금은 이해를 할 것 같다.


-우석훈, 좋은 남자와 좋은 남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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