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황

2010. 2. 9. 01:42 from 소소한 일상
실제 얼굴을 매일 보는 사람들 중 대부분은 이 블로그의 존재를 보릅니다. 특히 일적인 관계인 사람들은요.
그들이 이 블로그를 안다면 그만큼 솔직해지기 힘들기 때문이죠.

그래서 근황을 전하는게 그리 어색하지 않네요. 이 글을 보시는 분들은 저의 일상을 잘 모르니까요.

요즘은 Product-Service System에 관한 과제를 하면서 실험실에 커피숍을 만들었습니다. 사실 진도가 좀 지지부진했는데 돈을 대주는 지식경제부에서 점검 온다는 말에 1년치 프로젝트를 3일 밤새 다 했습니다. 요거 하느라고 수요일부터 내내 학교에서 자고, 중간에 하루 집에가서 씻고-_- (그래도 머리는 화장실에서 매일 감았습니다) 하루만 더 이렇게 하면 조만간 쓰러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요즘입니다.

어쨌든 근사한 커피숍 하나를 만들어서, 에스프레소 머신으로 라떼도 만들고, 태이크 아웃 컵에 담아서 폼나게 커피 마시면서 일하고 있습니다. 무려 뜨거울 때 씌우는 커버도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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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바쁘다보니 도무지 문화생활을 할 틈이 없네요. 보고싶은 책은 산떠미라 도서관에서는 이것 저것 자꾸 빌려오고, 단 한글자도 못읽고 그냥 쌓아두다가 연체 직전에 반납하는 일이 태반입니다. 블로그는 이렇게 자꾸 방치되고, 트위터는 아이폰으로 화장실에서만-_-a, 주변 사람들에게 연락할 틈도 별로 없고, 무엇보다 같이 사는 부모님 얼굴 뵌지도 오래됐네요.
 
조만간 시간이 난다면 가장 먼저 하고싶은 일이 극장에 가서 500일의 섬머를 보는겁니다. 두 번째는 박민규 이상문학상 수상작을 읽는 거고, 세 번째는 그냥 집에서 뒹굴거리며 자는겁니다. 푹 쉬고 싶은게 요즘 저의 소망이네요.

2월엔 논문 제출할게 2편, 프로젝트 최종 발표가 1건, 중간 점검이 1건 있습니다. 무엇보다 25일부터 싱가폴 학회에 갑니다. 가서 영어로 발표해야 하는데 미천한 영어실력으로 어찌 해야할지, 첫 국제 학회 발표가 두렵기도 하고 기대되기도 하고 그럽니다. 부디 이번 HCI 학회 발표처럼 헛소리는 안했으면 좋겠습니다. 

여담이지만 이번 HCI2010 학회에서의 발표는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지난번에 발표했던 인간공학회보다 세션장이 훨씬 컸고 사람도 많았습니다. 제 논문이 속한 세션이 '디자인' 관련 세션이라 총 5명의 발표자 중 3명이 여자였고, 세션장을 가득 매운 사람도 칠할이 여자였습니다. 같은 날 바로 옆에서 열린 CAD/CAM 학회에 온 옆 연구실 친구들은 우리 학회를 무척이나 부러워했습니다. CA6D/CAM은 기계과 사람만 모이거든요. 그래서 보통 공대에서 느끼기 힘든 훈훈한 분위기속에 발표를 하긴 했습니다. 

바쁘긴 해도 2월은 뭔가 기분 좋은 한 달이 될 것 같습니다. 그리운 사람을 볼 수 있는 시간이고, 몇 개월만에 비행기를 타게 되었으며, 까치까치 설날도 있으니까요. 개강 직전이라 무언가 새로운 만남들에 대한 기대감도 있습니다. 

3월부터는 본격적으로 취업 준비도 해야 하고, 졸업 논문을 쓰기 위해 하고 있는 연구도 진척을 시켜야합니다. 아마도 5월쯤엔 아이폰으로 무언가 만든걸 보여드릴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바쁨' '수면부족' '신경이 날카로움' '여유 없음' '차가움' 이런 단어들은 저랑 무척 안어울립니다. 그런데 어쩔 수 없이 요즘은 이런 분위기를 풍기며 살고 있습니다. 되도록 그러고 싶지 않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들이 자꾸 생기네요. 그래도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 는 말은 부정하고 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건 그 자리의 무게감에 눌려 자신의 개성을 상실한다는 말이니까요. 전 석사 2년차에 연구실에서 가장 높은 자리에 있습니다. 소규모 연구실이거든요. 저의 전임자는 저에게 이런 말을 했습니다. '이 자리에 앉은 사람은 쓰레기가 돼야 한다. 욕도 하고 모질게 해야 밑에 애들을 잘 이끌고 연구실이 잘 돌아가게 할 수 있다.' 하지만 전 그렇게 하기 싫습니다. 저의 인생 한 순간 한 순간을 어떤 목적을 위해 그런식으로 살아내고 싶진 않습니다. 즐겁게 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실없는 농담도 자주 하구요. 몸이 힘들수록 자꾸 웃어야지요. 제가 잔뜩 찡그리고 있으면 그게 연구실의 공기가 되거든요. 개인의 기분이 조직의 분위기를 좌우하는건 저의 영향력을 올바르지 못한 방향으로 쓰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폭력적인 방법보다 인간적인 방법이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고 믿습니다. 군대에 다녀온 대부분의 남자들은 그걸 부정하지만 말입니다.

실없는 글이 길어졌네요. 오늘의 목표는 3시에 집에 들어가 자는것입니다. 이 글을 쓰느라 시간을 또 써버렸네요. 이제 집중해서 하던 일을 마저 끝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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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우연의음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