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

2010. 2. 3. 19:31 from 소소한 일상

사랑하는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니라.
오늘도 나는
에메랄드 빛 하늘이 환히 내다뵈는
우체국 창문 앞에와서 네에게 편지를 쓴다.

행길을 향한 문으로 숱한 사람들이
제각기 한 가지씩 생각에 족한 얼굴로 와선
총총히 우표를 사고 전보지을 받고
먼 고향으로 또는 그리운 사람께로
슬프고즐겁고 다정한 사연들을 보내나니.

세상의 고달픈 바람결에 시달리고 나부끼어
더욱 더 의지 삼고 피어 흥크러진
인정의 꽃밭에서
너와 나의 애틋한 연분도
한 방울 연련한 진흥빛 양귀비꽃인지도 모른다.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는니라.
오늘도 나는 너에게 편지를 쓰나니

-그리운이여. 그러면 안녕 !

설령 이것이 이 세상 마지막 인사가 될지라도
사랑하였으므로
나는 진정 행복하였네라.

<유치환>


사랑 받을 때의 행복과 사랑을 할 때 행복 중 어느게 더 큰 것일까?
그 둘의 총량이 일치한다면 인생에 불행이 없겠지만 항상 관계의 교차점은 서로를 사랑하는 양의 불일치에서 비롯되는것 같다. 내가 사랑 받는만큼 상대방을 사랑하고, 상대방도 그렇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상대가 날 덜 사랑한다는 조급한 마음에, 혹은 내가 손해본다는 욕심에 상대방의 사랑의 양을 확인하는 순간부터 관계의 균형은 깨지게 된다.

드라마 소울메이트엔 이런 말이 나온다.

"항상 덜 사랑하는 쪽이 강자다."

하지만 난 사랑 받을 때의 기쁨보단 누군가를 사랑할 때의 설레임이 더 컸던것 같다.

사랑받는 기쁨은 언제까지 갈 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있지만 사랑을 줄 때는 그런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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