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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의 취향

2010. 7. 7. 21:34 from 소소한 일상
출근해보니 연구실 후배가 음악을 스피커로 듣고 있었다. 한참 나도 그의 음악을 들으며 일을 하고 있었는데 문득 생각해보니 분명 우리말로 나오는 대중가요들인데 아는 노래가 너무없었다. 그래서 물었다.

"그건 다 무슨 노래냐?"

"멜론 top 100인데요"

그러니까 동시대 가장 인기있다는 100곡이 한시간 가량 틀어져 있었는데 난 거의 아는 곡이 없었던거다. 그렇다고 내가 음악을 게을리 듣는것도 아니고, 새로운 음반 나오면 얼마나 열심히 사는데. 도대체 저 세계와 나의 세계에는 어떤 간극이 있는건지 문득 궁금해졌다. 궁금해지긴 했는데 뭔가 더 생각하긴 귀찮아서, 사실 한두해 이런것도 아니고 그냥 간극이 넓은가보다..하고 말았다ㅋㅋ

그러던 차에 내 취향의 음악을 듣기 위해 아이튠을 켰더니, 왼쪽 '공유' 메뉴에 처음 보는 사람의 보관함이 공유되어 있는거다(아이튠 공유기능을 켜 놓으면 같은 네트웍 안에 있는 사람들끼리 음악을 공유해서 들을 수 있다. 복사는 안되고 듣기만 된다.). 학교 연구실이니만큼 같은 건물에 있는 누군가의 보관함인것 같았다. 호기심이 발동해서 그 사람의 보관함을 들여다보니 뭔가 헷갈렸다. '어라 이거 내 보관함 아니야?' 할 만큼 나랑 듣는 음악이 매우 매우 비슷한거다. 먼저 가을방학 디지털싱글 두 곡이 눈에 확 들어왔고, 브로콜리를 지나 소히, 오지은, 옥상달빛, 우쿨레레 피크닉까지! 게다가 타루는 전 앨범이 다 있었다. 팝 앨범으로 가면 뮤즈부터 너바나에 이르기까지 내가 좋아하는 밴드를 총 망라해 놓은것 같았다. 도대체 누굴까 무척 궁금했지만 'Mu의 보관함'이라고 써 있는 것 이상으로 무언가 더 알 수 있는건 없었다. 

생각해보니 다른 사람이 보유한 음악의 리스트를 이렇게 자세히 본 건 처음인것 같다. 누군진 모르지만 뭔가 그 사람만의 내밀한 취향을 엿보게 된 것 같아 살짝 흥분도 되고, 내가 모르던 좋은 음악까지 다수 발견하고 보니 꼭 찾아서 얘기를 좀 해보고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내 보관함도 공유시켰다. 혹시 그 사람도 내 보관함을 보고 나와 같은 즐거움을 느낄런지 모르겠지지만, 마우스를 세 번 정도 누르는 행위 만으로 누군가의 삶에 이런 우연한 즐거움을 줄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는 생각이다.


+) 공유된 보관함에서 SHE & HIM 이라는 앨범을 찾았는데, 노래가 완전 내 취향이다. 카메라 옵스큐라 분위기도 나고, 목소리는 흡사 500일의 썸머에 나온 썸머의 목소리같았다. 그래서 찾아봤더니 맙소사! 진짜 그녀가 노래를 부르는 밴드였다! 월척을 낚은 기분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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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우연의음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