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님이 일주일 동안 유럽 출장을 가셨더랬다. 공대 대학원생들은 교수님이 외국 가시면 만세를 부르곤 하는데, 일단 비행기 타는 동안은 전혀 연락이 안된다는 점(연구실을 비워도 된다), 그리고 현지에서도 전화통화가 여의치 않다는 점 때문이다. 교수님과의 연락 두절을 애타게 갈구하는 이유는 이상하게 교수님이란 존재는 학생들이 연구실에 있는지 없는지를 가지고 얼마나 열심히 일하는지를 판단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평소에는 눈치를 보며 한시도 연구실을 비울 수가 없다. 늘 교수님 감시망에 억눌려 사는 스트레스 때문에 포항 모 공대에서 석사를 했던 선배는 교수님이 출국하면 그 순간 연구실 구성원들이 경주로 엠티를 가곤 했단다. 나도 선배의 열정을 본받고자 연구실 후배들과 강원도 홍천으로 엠티를 가기로 계획하고 팬션 예약까지 했으나, 출국 직전에 던져주신 엄청난 양의 일로 인해 -일주일동안 abstract 2편과 포스터 논문 1편 submission, 제안서 1편, 30명짜리 실험 하나 등등등- 교수님 비행기가 유럽의 하늘을 나는 동안 연구실 60인치 티비로 500일의 썸머를 복습하는걸로 꿀같은 휴가를 마무리했다.
오늘은 출장의 마지막 날이다. 지금쯤 인천행 비행기가 도착할 때가 됐다. 다시 말하면 좋은날도 이제 끝. 아아아 빨리 졸업하고 싶다ㅠ
덧) 근데 늘 '좋은날' 이란 단어를 생각하면 유재하의 '지난날'과 연관이 지어진다. 지난날을 노래방에서 부르려고 노래방 책에서 열심히 '좋은날'을 찾은 적도 있다. 내 뇌에서 기억을 떠올리는 방식은 '지난날'을 떠올리기 위해 꼭 '좋은날'을 거치는것 같다. 노래 가사에 '좋은날'이란 단어가 한 번도 안나오는데 참 이상하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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