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취업일기

2010. 12. 19. 18:22 from 소소한 일상
지난 포스팅을 올린지 보름만에 글을 쓴다. 그 동안 일생을 좌지우지할 큰 일 두 개가 있었는데, 하나는 원하던 곳에 취업이 된 것이고, 또 하나는 졸업논문 디펜스가 끝난 것이다. 요 몇 달 간 날 괴롭히던 두 가지 문제가 매듭지어진게 너무너무 기쁘다. 

자동차 회사 면접을 포기하고 갔던 모 인터넷 회사는 기획 업무에 딱 한 명을 뽑는다고 했는데, 최종 면접에 가니 여전히 7명이나 면접을 본다고 해서 큰 기대를 안하고 있었더랬다. 대표이사와 1:1로 보는 면접이었는데, 나보다 먼저 면접을 본 여성분은 50분이 넘게 면접을 본데 비해 나는 30분이 조금 넘으니 뭔가 대화가 뚝뚝 끊기고 대표이사님이 자기소개서를 뒤적거리다가 더 이상 질문 할 게 없다는 표정으로 그만 가보라고 해서 더더욱이 별로 기대를 안하고 있었더랬다. 그래서인지 논문 디펜스 이틀 전 밤에 전화가 와서 "안녕하세요 **** 입니다. 저희는 ***님과 함께 일하고 싶습니다." 라는 익숙한 인사 담당자의 목소리를 들었을 때, 아, 됐구나...라는 안도의 맘과 함께 "감사합니다!"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주변 친구들 후배들 여자친구 모두 예~전에 취업이 다 돼서 맘고생하고 있었는데 그간 힘들었던 게 다 씻겨내려가는 기분이었다. 연봉(금융권과 제조업에 비해 적은건 어쩔 수 없으니)과 위치(북적이는 강남은 싫어요ㅠ) 빼고 나머지 복리후생 등은 정말 좋았다. 특히 가장 맘에 드는 부분은 10시 출근에 복장 자율!

다음 날 또 하나의 기쁜 소식을 들었다. 대학원에 들어올 때부터 목표를 두고 있던 휴대폰회사 UI부서에서 합격 소식을 알려온 것이다. 다시금 행복한 고민에 휩싸였다. 대기업에서 원래 목표로 했던 커리어를 쌓는 일과 전도 유망한 벤쳐기업에서 정말 재밌어보이는 일을 하는 것. 음악 관련 서비스를 하는 그 벤쳐기업이 하는 일은 더 재밌어 보였지만 기획 업무가 UX 관련 커리어를 쌓으려던 내 목표와 맞지 않고, 몇 가지 다른 이유들 때문에 결국 그 회사는 입사를 포기했다. 

요즘은 여유롭게 논문을 마무리하는 중이다. 주말에도 휴일에도 명절에도 몇 번 못 쉬고 3년을 버텼더니 그래도 이런 날이 오는가 싶다. 이제는 날 좀 돌보고 살아야겠다. 연구실을 돌보고 후배들을 돌보고 일을 신경쓰느라 정작 나를 못챙겼던 그동안의 생활은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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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우연의음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