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왕

2011. 7. 16. 20:31 from 소소한 일상
나의 전속 코디네이터 여동생님이 3년만에 한국에 왔다. 지금 호주에 살고 있는데 잠시 고액 알바를 하러 한국에 한 달 정도 머무르는 중이다. 이십대 중반까지 꾸미는 것에 관심이 전혀 없던 오빠를 그나마 사람답게 만들어준 사람이 바로 동생이었는데, 호주로 출국하면서 걱정스럽게 남긴 말 한마디는 "앞으로 내가 없으니까 그냥 유니클로에서 사입어"였다. 목적지향적 쇼핑(눈 안돌리고 살 물건만 사고 바로 나온다)을 하는 나로선 그 말을 충실히 따르며 [옷사러 간다 = 유니클로에 간다] 를 3년간 실천해오고 있었다.

동생이 오자마자 바로 옷 검사 받고 여러가지 지적을 당한 후ㅋ 회사원에 맞는 몇 가지 코디 공식을 만들어줬다. 몇 번 백화점을 함께 간 후 내린 결론은 유니클로, 무인양품, 갭에서 옷을 사라는 것이었다. 3년 만에 선택지가 늘어서 조금 피곤해졌지만 앞으로 수년간 난 저기에서만 옷을 사게 될거다.

네이버 패션왕을 보면 주인공 우기명이 패션으로 학교 최고 스타로 떠오르는 얘기가 나오는데, 패션왕은 커녕 패션꽝의 감각을 타고난 내가 그나마 디자이너 동생 덕분에 회사 디자인부서 다니면서 주변 디자이너들에게 '옷입는게 공대생같지 않다'라는 말을 듣고 산다.

아직도 왜 멀쩡한 새 티셔츠 목을 늘려서 입으라는건지, 밖에 입고다니기 좀 그래서 잠옷으로만 입는 이상한 티셔츠가 제일 이쁘다는건지 잘 이해는 안가지만 이런 동생이 있는게 어딘가ㅎㅎ

동생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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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우연의음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