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1231

2010. 12. 31. 23:55 from 소소한 일상
올해도 정말 열심히 일했다. 밤샘을 밥먹듯이 하면서 연구하고 공부하고 개발하고 논문쓰고, 그 와중에 취업 원서쓰고 시험보고 면접보고.. 돌이켜보면 그걸 다 어떻게 했는지 싶을 정도로 많은 일을 한 것 같다. 다시 하라고 하면 정말 못할거다. 흐름을 타지 않으면 하기 힘든 그런 일들이 있는 것 같은데, 올해는 석사 마지막 학기라는 흐름 덕분에 더 많은 일들을 할 수 있었던게 아닌가 싶다. 

그 와중에 깨알같이 연애도 했다. 요 몇년간 연구실 일의 압박 때문에 늘 바쁘고 초조하고 쫓기는 기분으로 살곤 했는데, 그분 덕분에 마음의 병이 많이 치유가 됐다. 주말에 하루쯤 쉬어도, 중간에 커피 한잔 마셔도 괜찮다는 삶의 중요한 법칙을 다시금 깨달을 수 있었던건 올 해 가장 큰 성과였다. 

또 여복(?)이 많은 한해였다. 공대 연구실 성비가 1:1을 넘어서 여성이 더 많아지는 기적이 일어났다. 여자친구가 생긴건 당연히 가장 놀라운 일인데다가, 면접 보는 회사마다 남자가 거의 안보이더니만 결국 막판에 디자인부서에 합격해서 여전히 여자들에 둘러싸여 살게 되었다. 군대까지 멀쩡히 다녀왔지만 군대문화, 남성 중심의 딱딱한 서열 문화에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내 입장에선 긍정적인 현상들이었다:)

내 인생에서 이렇게 책을 안 읽은 해가 또 있나 싶다. 심지어 오랜만에 본 친구는 날 책벌레라고 기억할 만큼 책을 끼고 살았었는데 말이다. 이제 미친놈처럼 바쁜 삶은 그만 살고 자기 성찰을 하면서 내면을 채우고 살아야겠다. 입사 전에 사놓고 쌓아놓기만 한 책들을 마구마구 읽어줘야지.

2010년 화제의 중심 아이폰은 내 인생에도 큰 역할을 해줬다. 스마트폰으로 인해 기업들이 UX의 중요성에 대해 절감하게 되었고, 그만큼 내가 갈 자리도 많아진것 같다. 모 전자회사 디자인경영센터에서 이렇게 사람을 한꺼번에 많이 뽑은것도 내겐 행운이었는데, 결국 원인은 아이폰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졸업논문도 아이폰에 관련된걸로 썼으니, 올해 내게 가장 큰 영향을 끼친건 아이폰었다. 

좋은 사람을 많이 만났고, 여전히 좋은 사람들이 변함없이 날 지지해주고 있다. 올해는 별로 못했지만 내년에는 그 사람들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많이 해야겠다.

별볼일 없는 신변잡기로 가득한 이 블로그를 꾸준히 방문해주시는 이름 모를 여러분들께도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2011년엔 늘 행복하시길 기원합니다. 아듀 2010년의 시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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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우연의음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