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모든 사랑이 그렇다. 사랑이야말로 사랑의 대상은 철저히 주관성을 띠지 않는가. 나의 눈으로 바라보는 너. 내가 바라는 너.
그렇기 때문에 너의 존재, 너의 바람, 너의 특질, 너의 욕망 그 모든 것들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간섭하지 않는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일 수밖에 없다. 그런 위대한 신 같은 사랑을 하기에 보통 사람들은 너무나도 평범한 사랑의 자질을 가졌을 뿐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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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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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질을 아는 것보다, 본질을 알기 위해
있는 그대로를 보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그것이 바로 그 대상에 대한 존중이라고.'

-보통의 존재 中, 이석원


"그게 오빠가 바라보는 저인거네요."

며칠 전 커피를 마시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가 '넌 00해' 라고 했더니 그 애가 내게 한 말이다. 이 말엔 '넌 그렇게 나를 생각하는구나' 라는 의미와 '실제로 난 그렇지 않다'라는 의미가 모두 들어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 사귀었던 어떤 아이는 내게 '이러이러한 점 때문에 니가 좋다'라는 말을 자주 하곤 했다. 그런데 그 말을 들었을 때 고개를 갸우뚱 한 적이 많았다. '내가 정말 그런가?' 라는 의문과 함께, '저 애는 자기가 보고싶은대로 나를 바라보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곰곰히 저 말을 곱씹어보니 결국 나 또한 내가 보고 싶은 대로 상대를 정의하고 있던 거였다. 본질을 보려 노력하지 않고 내 욕망의 필터를 통해 상대를 판단한다면 그 사람 자체를 사랑하는 게 아니라 내가 사랑하고 싶은 그 사람의 모습을 사랑하는 게 되는건 아닐까. 훗날 지금을 떠올릴 때, 그 때 내 사랑이 왜곡된 시선의 산물이었단걸 알게된다면 인생이 허무해질 것 같다.

'나는 왜 너를 사랑하는가.'라는 의문은 '나는 누구인가' 만큼 중요한 인생의 탐구 주제인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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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우연의음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