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이 지나면 개강이다. 드디어 마지막 여름방학이 지나갔다. 언제가 박사를 진학하지 않는 한 내게 있어서는 학교에 적을 둔 마지막 방학인 샘이다. 방학동안 뭘 했더라. 짧은 여행을 몇 번 다녀왔고, 가끔 데이트를 했고, 논문을 네 편이나 냈고, 포트폴리오란걸 만들었고, 자소서라는것도 써봤다. 연주 주제인 tap input을 드디어 구현해냈고, 아직 쓰기 시작도 못했지만, 졸업논문만 통과되면 무사 졸업이 가능하게 되었다. 가끔 전화통화하는 친구들의 일상적인 질문 -"별일 없지?"-에 늘 같은 대답을 한다. "응 별일 없어." 근래에는 질문이 하나 추가됐는데, "연애사업은 잘 되고?" 라는 물음에 역시나 "응 잘 돼가." 라고 대답한다. 마이크로하게 보면 수 많은 사건들로 가득하지만 매크로한 시각에선 정말 별 일 없는 인생이다. 여전히 너무 바빠서 늘 새벽까지 일하느라 다크써클은 없어질 생각을 안하고, 좋아하는 공연들은 전혀 못 보고 살고, 보고싶은 책들은 책꽂이를 계속 채워만 가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다사다난하고 멀리서 보면 평온한 일상들은 '이정도면 나쁘진 않군'이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가끔 잊어버려서 그렇지 GMF도 예매했으니까! 앞으로 3개월, 벌려놓은 프로젝트 마무리 잘 하고, 가고싶은 회사에 취직하고, 졸업논문 마무리만 잘 하면 된다. 삶은 어렵게 생각하면 끝도 없이 복잡하고 어렵지만, 쉽게 생각하면 한없이 간단한 것 같다. 포인트는 마이크로한 시각과 매크로한 시각을 적절하게 전환해가며 바라보는 것. 지금 내게는 매크로한 시각이 적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