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연애

2010. 8. 12. 18:09 from 목소리
세상에서 제일 재밌지만 소득 없는 일은 남 흉보는것과 남 연애에 참견하는거다. 그래서 되도록 남 흉보는 자리에 끼게되면 듣기만 하고 말은 안하려 노력하고, 남 연애사에 참견할 일이 있으면 연애를 시작하기 전 까지면 모를까 일단 시작한 연애에 대해서는 노 코멘트 자세를 견지하려 노력중이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나의 포지션이 주위 사람들에게 '연애 상담 해주는 사람'으로 설정된 후(정작 본인은 연애도 많이 안해봤거니와 몇 년째 애인이 없었음에도) 자꾸 조언을 해달라는 요구를 받아서 난처할 때가 많다. 얼마 전엔 분당에 출장갔다가 후배의 연애에 대한 고충을 돌아오는 버스에서 한 시간 내내 들었다. 그의 고민은 '연애의 권력관계에서 남자친구보다 우위에 서고 싶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여자가 쓸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인 '질투심 유발하기' 전략이 전혀 먹히지 않거니와, 자신에겐 남자친구에게 실체적인 위험이 될 만한 '주변 남자들'이 없는 반면 남자친구는 교회에 그를 사모하던 여자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허탈해 하고 있었다. 그 남자친구는 그러니까 '괜찮은 교회오빠'였던거다. 나에게 해결책을 알려달라고 했지만 낸들 아나. 알아서 잘 하라고 하며 그냥 웃고 말았다. 어쨌든 이 초보 커플의 연애담은 요즘 연구실에 많은 웃음을 주고 있다.

타인의 연애담은 그냥 여흥으로. 내가 남 연애 끼어들고 챙겨줄만큼 여유로운 상황도 아니고, 내 밥그릇 챙기기도 바쁜게 사실이다. 이제 여자애들이 연애상담을 해오면 임경선씨 칼럼이나 추천해주고, 난 내 연애나 고민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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