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2010. 10. 20. 00:26 from 목소리
수능을 본 후, 그 전까진 전혀 생각도 안해봤던 의치대를 지원한다고 난리를 피웠더랬다. 높은 소득과 안정된 삶의 망령에 빠져서 그 전에 꿈꾸던 삶은 한순간 사라지고 겉멋만 들었던 시절이었다. 헛된 꿈이란건 신이 아셨는지 다행히도 의치대는 다 떨어지고 원래부터 가려했던 공대에 들어왔다. 돌이켜보면 그때는 어찌나 귀가 얇았는지 아무런 원칙 없이 남들 하는말에 삶이 이리저리 휘청거렸던 시절이었다.  

오늘은 H자동차 서류 발표가 있는 날이었다. 매우 높은 연봉과 비교적 빠른 퇴근 등 누구나 동경하는 직장의 조건을 갖춘 회사임엔 분명했다. 그렇지만 자동차회사는 내가 꿈꾸는 삶과 별로 관련이 없는데도 산학 프로젝트 몇 번 해봤다는 이유로 나정도면 그냥 붙겠지 싶은 자만심에, 거기에 주위에서 들려오는 높은 연봉에 또 한번 마음이 흔들렸다. 10년 전 실수의 반복. 다행히 이번에도 경각심을 일깨워주기 위해서인지 서류부터 탈락했다. 좋은점은 인적성 검사가 있을 24일 GMF에 마음 놓고 갈 수 있게 되었다는 것과 26일 N게임회사 면접에 집중 할 수 있다는 것. 나쁜점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슴이 쓰리다는 것. 다행히 저녁으로 먹은 연어초밥과 아저씨가 서비스로 주신 참치뱃살 초밥이 쓰린 가슴을 약간은 위로해줬다. 

초밥이 위로해주지 못한 남은 쓰린 마음은 어서 흘러가길. 추운 밤이다.

+

갑짜기 발표난 P휴대폰회사 서류도 떨어졌다. 여긴 붙어도 안간다는 심정이었는데 이럴수가. 우울해서 일찍 자려고 연구실을 나오는데 세상에 자전거도 누가 훔쳐갔다. 꼭 이럴때만 인생이 영화같다. 하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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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우연의음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