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

2011. 3. 3. 01:14 from 청춘일기
졸업을 했다. 3월 2일에 학교를 가지 않은게 대체 몇 년 만인지. 중간에 방황의 시간이 있었지만 어쨌든 대학입학 후 10년만에 학교를 벗어났다. 학부시절은 즐거웠지만 랩에 있던 3년의 시간은 결코 녹녹치 않았다. 6시 퇴근에 주5일 근무하는 회사를 한 달 남짓 다녀보니 휴일도 연휴도 퇴근시간도 없이 달려왔던 그 3년을 어떻게 버텨냈는지 신기할 정도다. 

그래도 고생했던 덕에 원하던 회사에 취업을 하고, 즐거워하고 잘할 수 있는 업무를 실제로 하게 됐고, 연봉도 올랐고, 출퇴근을 비롯한 걱정했던 여러가지 문제도 너무나 쉽게 풀려서 참 이렇게 다 좋을 수 있을까 싶었는데, 신은 역시 한꺼번에 다 주지는 않는가보다. 여자친구는 뜬금없는 이별을 고했고, 학창시절의 끈은 그렇게 되어야만 했던 듯 한순간에 모두 끊어져버렸다. 

잠들기 전, 적막이 흐르는 통근버스, 퇴근하고 집까지 걸어가는 밤길 문득 문득 가슴속에 알 수 없는 무언가가 치밀어 오르지만 추억이라 부르는 것들은 망각과 미화의 시간이 오기까지는 잔인하기만 할 것이다. 그 시간이 얼마나 갈지 알 수 없지만.

출근을 해야한다는 핑계로 졸업식에 가지 않았다. 석사학위 따위야 개나 줘도 상관없지만 그보다는 추억을 들추는 그 공간과 의식 자체가 싫었다. 졸업식 날 첫 회식을 하고 못마시는 술을 잔뜩 마신 후 화장실에서 홀로 속을 게우며 느꼈다. 항상 비우는게 채우는것 보다 훨씬 어렵다는 것을. 얼마나 더 비워야 다시 채울 힘을 얻을 수 있을까. 언제쯤 외로움에서 졸업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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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우연의음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