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로스트 시즌6를 다 봤다. 이로써 2003년부터 잭 셰퍼트를 따라온 대장정도 이제 끝을 맺었다. 중간에 끊어보는걸 극도로 싫어하는 나로서도 요즘 워낙 시간이 없어서 어쩔 수 없이 한 편을 이틀 삼일에 나눠보는 수고를 해야했지만, 그럴 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었다. 되돌아보면 로스트는 상실에 관한 이야기였다. 모든 등장 인물들에겐 인생에 잃어버린 어떤 것이 있었고, 섬은 그들에게 그 상실을 치유해주는 곳이자 더 큰 상실감을 안겨주는 곳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이 드라마에서 가장 자주 나오는 말을 꼽으라면 "trust me"라고 할 수 있겠다(24의 "댐잇 클로이"와 비교되는 말이다). 무언가를 잃은 사람들은 자신을 믿어줄 사람들이 필요한가보다. 진짜 믿음은 굳이 '날 믿어줘'라고 하지 않아도 생기는 법이지만.
그런데 과연 허지웅씨 말 대로 그 동안 뿌린 떡밥을 거의 다 주워담는데 성공한걸까? 풀리지 않는 의문들은 끊임없이 머리속을 떠돌지만, 그게 다 풀렸다고 해도 어마어마한 카타르시스를 느끼진 않았을것 같다. 모든 의문들을 자세히 설명해준다 한들 그게 로스트로서 의미가 있는 것일까. 시즌 6 에피소드 17이 끝나고 lost 로고가 검은 화면에 크게 박히는 그 순간, 여전히 또 다른 이야기거리가 있을것만 같은 여운을 남기고 끝낸게 차라리 현명한 선택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안도감이 들었다. 어쨌든 살면서 이런 작품을 또 볼 수 있을까 싶을 만큼, 대단한 이야기였다는 것엔 틀림이 없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