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근태, 그리고 김문수

2011. 12. 30. 11:55 from 목소리
내가 처음 자취를 시작한 곳은 옛 서울대 농대 근처의 허름한 원룸이었다. 분명히 새로 만든 곳인데 이상한 냄새도 나고 우풍도 심하고, 옆집 화장실 일 보는 소리가 또렷하게 들릴 정도로 방음이 전혀 되지 않는 곳이었다. 게다가 늦잠을 자려고 하면 근처 공군 비행장에서 날아온 비행기 소리에 귀가 찢어질 것 같았다. 학교에선 자전거로 25분 정도 걸리는 거리였는데, 여름엔 등교하면 등이 땀으로 흥건했고, 늦가을부턴 너무 추워서 집에 가는 내내 욕을 하면서 페달을 밟아야 했다.

아마 연휴라서 방을 며칠 비웠던 날이었을 거다. 오랜만에 방에 와서 화장실 문을 열었는데, 흰색 타일 바닥을 검은색의 작은 알갱이들이 뒤덮고 있었다. 이것이 쥐똥이라는 걸 깨닫는데 몇 초가 걸리지 않았는데, 군대도 다녀오고 살면서 지저분한 꼴도 많이 겪었지만 이 순간만큼은 정말 울고싶었다. 속이 올라오는 걸 참으면서 청소를 하고 잠자리에 드는데, 그날 따라 어찌나 귀가 예민해지는지 무슨 소리만 나면 저건 쥐가 아닐까 하는 맘에 한숨도 잠을 잘 수가 없었다.

그곳에서 1년을 버텼다. 돌이켜보면 그 집에서 살던 때가 내 삶의 바닥이었던 것 같다. 학과공부엔 아무 재미도 못 느끼고, 그렇게 성적도 바닥을 치고 있었고, 열심히 스펙이란걸 쌓는 후배들에겐 내세울 게 없던 복학생이었으니까.

그 1년간 내가 배운 건 사실 '집이라는 곳이 주는 안락함이 얼마나 중요한가?' 따위가 아니었다. 지금은 내 건강이 허락하는 한 다시는 그런 곳에 살지 않아도 될 만큼의 여러 가지 것들을 갖췄지만, 지금 이 시간에도 그 집엔 누군가가 살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누군가에겐 그 집이 평생에 가장 안락한 거쳐일 수도 있다. 난 그래서 여전히 그 집에서 누군가는 쥐와 싸우며 살고 있다는 사실을, 삶의 모든 순간 나만의 안락함을 추구하려 할 때마다 기억려 한다. 그것이 내게는 김문수에게 분노하면서 김근태의 삶의 자세를 존중하게 하는 길이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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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에 연대가 필요한 이유

2011. 12. 27. 12:11 from 목소리
군대에서 늘 느꼈던 이상한 점 하나는, 간부들이 우리(병사)를 그리도 부려 먹는데 아무도 저항하지 않는 것과 위에서부터 내려오는 그 스트레스를 우리끼리 푼다는 것이다. 병사들은 2년간 갇혀 있으면서 각종 노동력을 행사하는데 일당은 하루에 천원밖에 안 되는 그런 존재였다(지금은 조금 많아진 것 같지만 그래봤자 몇천 원). 이런 부당한 대우를 받는 걸 '국가에 대한 당연한 봉사'라고 생각하는 이들이야 별 불만이 없을 수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에이 씨 좃같다'라고 밖에 할 수 없는 그런 상황에 처하게 된다. 

이럴 때 우리끼리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은 수많은 영화와 소설에 묘사되었지만, 병장은 상병을, 상병은 일병을, 일병은 이등병을 까는 식이다. 그렇게 우리의 억압된 젊음은 (분명히 병 상호 간에 지시,명령,복종을 할 수 없다고 복무규정에 나와 있음에도) 공식적으론 있지도 않은 계급적 차이를 만들고 부풀려서 그들 간에 서로 까고 까이는 관계를 만들며 분출됐다.

늘 나는 이 점이 의문이었다. 우리가 저항해야 할 대상은 우리끼리가 아니지 않은가? 어차피 다 똑같은 상황에 처한 사람들끼리. 병장은 단지 그 상황을 2년 가까이 견딘거고 이등병은 이제 견뎌야 할 시간이 2년 남은 것 뿐이다.

체제는 이렇게 아무런 차이도 나지 않는 우리들의 차이를 자꾸 부풀리고, 그들 사이에 싸움이 나게 하여 진짜 적인 자신에게는 아무런 저항이 오지 않도록 상황을 만들어낸다. 너무 확대 해석하는 것 같다고? 군대는 그 과정을 압축해서 보여 줄 뿐이다. 똑같은 상황이 우리의 학교에서, 회사에서, 더 크게는 우리 사회에서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다. 넥타이를 맨 노동자가 작업복을 입은 노동자들의 파업을 무시하고 욕하다가 그 다음 차례인 자신이 명예퇴직 당하는 일은, 우리끼리의 계급적 차이를 부풀려 온 결과이다. 

나는 진보 대 통합을 지지하지 않는다. 그런 정치공학적 결합은 당장의 선거에서 승리를 할 수 있겠지만 근본적으로는 아무런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없다고 생각한다. 더 중요한건 우리가 생활 속에서 연대하는 것. 우리의 차이가 저들과의 차이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을 인식하고, 서로가 가해자가 되지 않는 것. 이게 출발점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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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

2011. 11. 27. 00:17 from 목소리
이가 슬슬 아프기 시작해서 치과에 갔다. 여자친구 소개로 간 치관데 시설도 아주 좋고 규모가 커서 놀랐고 게다가 환자를 대하는 자세도 정말 좋았다. 이것저것 해서 치료비가 44만 원이 나왔는데 대신 서비스로 스케일링을 해줬다. 내 카드는 무이자 할부가 안 된다길래 재정상태를 1초 고민하고 그냥 일시불로 결제를 했다. 사실 한번에 치료비를 결제할 수 있었던 이유는 회사에서 의료비 지원이 되기 때문이다.  치료를 마치고 지하철역에 갔더니 반대편 플랫폼에 등이 거의 90도로 굽은 할머니가 폐신문지 더미를 등에 지고, 두 손으로 다른 신문지 더미를 질질 끌면서 아주 힘겹게 걸어가고 계셨다.

방금 난 충치 2개랑 기타 자잘한 치료를 위해 44만 원을 한번에 내고 나왔는데 어떤 할머니는 기초적인 생계조차 해결이 안 돼서 자기 힘으로 할 수 있는 가장 힘든 일을 하고 계셨다. 할머니는 과연 제대로 된 치과 치료를 한 번이라도 받으신 적이 있을까 하는 생각에 가슴이 아려왔다. 무기력한 맘에 그냥 안쓰러운 눈빛으로 그 할머니의 뒷모습을 계속 쳐다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이제 한미 FTA가 국회를 통과했다. 저 할머니의 모습이 우리 부모님의, 나의 미래가 되지 않으려면, 아니 당장 저 할머니가 저렇게 하지 않으셔도 충분히 보호를 받고 사실 수 있게 하려면 지금 내가 뭘 하면되는 것일까. 점점 복지국가의 길은 멀어져만 간다. 할머니를 전혀 보호해주지 않는 국가란 할머니에게 어떤 존재 의미가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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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글을 쓰는가

2011. 1. 19. 18:06 from 목소리
나는 왜 몇 명 보지도 않는 이 블로그에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는 내 신상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떠드는 걸까. 블로그를 운영한 지 몇 년이나 지났지만 여전히 특별한 방향성도 없고 전문적인 지식도 없는 그냥 평범한 내용으로 채워지고 있다. 이걸 알면서도 굳이 여기다 글을 써 온 이유가 뭘까. 난 글을 잘 못 써서 여기 한 번 포스팅하려면 고심하고 고심해서 내용을 채우기 때문에 시간도  많이 드는 데 말이다

여기에 대한 답을 오늘에서야 확실히 얻었다. 김규항씨의 [B급좌파 세번째 이야기]의 첫 꼭지 「나의 문장론」에 보면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글을 씀으로써 내 일상의 에피소드들은 비로소 내 생각으로 정리되며 그렇게 정리된 생각들은 다시 내 일상의 에피소드에 전적으로 반영된다. 내 삶과 내 글은 끊임없이 꼬리를 물고 순환한다. 내 삶을 더 낫게 만들지 않는다면, 나라는 인간을 더 낫게 만들지 않는다면, 내 글은 아무것도 아니다. 결국 문장에 대한 내 태도는 삶에 대한 내 태도와 같다.

삶과 글이 끊임없이 순환하며 삶의 태도에 반영된다니. 머리를 쾅 때리는 충격이었다. 이런 게 바로 글쓰기로구나. 나이 앞에 3자가 붙었지만 초등학교 일기 쓰기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못한 글쓰기를 하고 있던 내가 부끄러워졌다. 더 많이 생각하고 좀 더 솔직하게 써야겠다. 언젠간 나도 '나의 문장론' 같은 글을 쓸 수 있는 날이 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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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가는 길

2010. 12. 4. 21:54 from 목소리
모 인터넷 서비스회사 1차 면접에 합격하는 바람에 2차 면접과 모 자동차회사 면접이 겹치게 되었다. 결정할 수 있는 시간은 하루가 있었다. 누구나 인정하는 대기업에서 안정된 월급을 받으며 사는 삶과 내가 정말 하고싶은 일이지만 다른것들이 부족하거나 불안정한 삶이 머리속에서 마구 부딪혔다. 이미 직장인이 된 친구들과 연구실 선배들, 부모님, 교수님, 연구실 후배들까지 물어볼 수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내 길을 물었다. 다들 자신의 가치관에 따라 이런 저런 조언을 해주었다. 그렇게 여기 저기 묻고 다니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왜 이걸 물어보고 있는걸까. 왜 난 나를 믿고 내 스스로의 결정을 존중하지 못하는걸까. 아직도 어린애처럼 내가 한 결정과 남이 해주는 얘기가 맞으면 안도의 숨을 내쉬고, 그렇지 않으면 불안해하고 있는 내 모습이 보였다. 누가 그럴듯한 얘기를 하면 그 쪽으로 마음이 휙 휙 기우는 강단없는 모습을 보았다. 

오후 3시 면접인데 오전 11시까지 밤새워 고민했다. 점심때 만난 여자친구는 날 보더니 얼굴살이 빠졌단다. 얼마나 고민을 했으면 그렇냐고. 그렇지만 내 마음은 즐거움과 알 수 없는 기대감이 가득했다. 내가 좋아하는 분야와 내가 잘 하고 앞으로 하고싶어하는 분야가 만나는 그 일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그 회사 이름을 부모님은 발음도 잘 못하신다. 선배는 거기 나왔다가 어디로 옮길 수 있겠냐고, 무조건 이름있는 회사에 가라고도 했다. 그런데 난 많은 선배들이 그 이름있는 회사에 들어갔다가 후회만 가득해서 퇴사하는 모습을 수없이 봐왔다. 이제 30년 남짓 살았다. 앞으로 내 인생의 한 순간도 그런 식으로 허비하고 싶지 않다. 

나는 내 길을 가고, 그 길이 날 행복하게 해주면 그만이다. 남들 보기에도 행복해 보이는 삶을 살기 위해 쏟을 에너지를 난 내 자신과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쓸거다. 지금 행복하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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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룩거리네

2010. 11. 6. 18:27 from 목소리
가끔은 별 도움 안 되는 힘내라는 말보다 바닥까지 깊게 침잠하는 게 더 큰 위로가 될 때가 있다. 군대에 있으면서 나의 빛나는 스물둘, 스물세 살이 이런 곳에서 처참히 짓밟히고 있다는 자괴감이 들 때, 가만히 그의 노래를 읊조리는 게 큰 위로가 되곤 했다. 병장한테 살짝 대들었다가 일주일 내내 바닥에서 벽까지 치약과 걸레로 닦아야 했을 때, 한겨울 찬물에 잘 빨리지도 않는 치약 묻은 걸레를 언 손으로 꾹꾹 짜면서 분노를 삭이기 위해 노래했다. 절룩거리네.. 사무실에서 밤새워 일하다 북한군은커녕 동네 강아지도 안 쳐들어올 것 같은 주택가 바로 건너편의 부대 탄약고에서 새벽 경계근무 나가 아침 해를 맞이하며, '아 오늘도 일당 천 원어치는 했구나'하는 생각과 함께 피로가 몰려올 때 이 노래를 불렀다. 스끼다시 내 인생..

뇌출혈로 쓰러졌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부디 일어나길 기도했지만 결국 오늘 그는 세상을 떠났다. 우리네 삶도 그의 인생처럼 역전 만루홈런 따위 거의 일어나진 않는다. 그저 오늘을 열심히 살아낼 뿐이다. 그런 우리 삶에 차라리 절룩거리라고 하는 그의 노래가 어쩌면 더 큰 힘이 되는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부디 다음 세상에선 절룩거리네 같은 노래는 부르지 않아도 됐으면 좋겠다. 당신의 인생은 스끼다시가 아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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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2010. 10. 20. 00:26 from 목소리
수능을 본 후, 그 전까진 전혀 생각도 안해봤던 의치대를 지원한다고 난리를 피웠더랬다. 높은 소득과 안정된 삶의 망령에 빠져서 그 전에 꿈꾸던 삶은 한순간 사라지고 겉멋만 들었던 시절이었다. 헛된 꿈이란건 신이 아셨는지 다행히도 의치대는 다 떨어지고 원래부터 가려했던 공대에 들어왔다. 돌이켜보면 그때는 어찌나 귀가 얇았는지 아무런 원칙 없이 남들 하는말에 삶이 이리저리 휘청거렸던 시절이었다.  

오늘은 H자동차 서류 발표가 있는 날이었다. 매우 높은 연봉과 비교적 빠른 퇴근 등 누구나 동경하는 직장의 조건을 갖춘 회사임엔 분명했다. 그렇지만 자동차회사는 내가 꿈꾸는 삶과 별로 관련이 없는데도 산학 프로젝트 몇 번 해봤다는 이유로 나정도면 그냥 붙겠지 싶은 자만심에, 거기에 주위에서 들려오는 높은 연봉에 또 한번 마음이 흔들렸다. 10년 전 실수의 반복. 다행히 이번에도 경각심을 일깨워주기 위해서인지 서류부터 탈락했다. 좋은점은 인적성 검사가 있을 24일 GMF에 마음 놓고 갈 수 있게 되었다는 것과 26일 N게임회사 면접에 집중 할 수 있다는 것. 나쁜점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슴이 쓰리다는 것. 다행히 저녁으로 먹은 연어초밥과 아저씨가 서비스로 주신 참치뱃살 초밥이 쓰린 가슴을 약간은 위로해줬다. 

초밥이 위로해주지 못한 남은 쓰린 마음은 어서 흘러가길. 추운 밤이다.

+

갑짜기 발표난 P휴대폰회사 서류도 떨어졌다. 여긴 붙어도 안간다는 심정이었는데 이럴수가. 우울해서 일찍 자려고 연구실을 나오는데 세상에 자전거도 누가 훔쳐갔다. 꼭 이럴때만 인생이 영화같다. 하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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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 이마트가 판매하는 피자판매량이 급증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유는 고급피자에 비해서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장을 보는 과정에서 주문후 쉽게 테이크아웃이 가능하고 제조사인 조선호텔 베이커리라는 브랜드 힘이 작동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문제는 일전에 어떤 네티즌이 대형마트가 동네 피자집까지 다 죽여야하냐?는 질문을 던지자 신세계 정용진 부회장이 당신은 소비도 이념적으로 하느냐? 는 취지의 말로 받아치면서 큰 논란이 일었던 사안입니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그 이면에 있습니다.

신세계 이마트에 피자를 독점공급하고 내부입점해서 빵을 판매하는 조선호텔베이커리는 원래 신세계 관계사인 조선호텔의 소속이었으나 조선호텔에서 분사를 해서 별개의 회사로 독립을 했고 그 과정에서 정용진 부회장의 동생인 정유경씨가 45%의 지분을 가진 개인회사가 되었습니다.

이 개인회사가 이마트에 독점점으로 베이커리 사업을 하면서 베이커리 매출액이 조선호텔의 매출액에 육박할정도로 성장을 했습니다.

여기에는 두가지 문제점이 있는데 첫째는 조선호텔이 수익을 크게 낼수있는 사업을 사주가족에게 분할해준 사적이익편췌의 사례일수있고 다른한편으로는 이마트 역시 사주의 특수 관계인이 운영하는 회사에게 독점적으로 사업권을 줌으로써 경쟁납품의 기회를 포기했기때문에 조선호텔과 신세계 양사의 이익이 주식회사 주주의 이익을 대주주가족에게 양도한것에 해당될수있습니다.

이것은 과거 삼성이나 현대등 재벌기업들이 자녀들의 불법적 자산증여와 자산증식을 위해서 사용해온 전형적 수단들이기도 합니다.
재벌가의 윤리의식을 보여주는 모습이기도 한데 앞으로는 상생을 외치고 뒤로는 이런모습을 보이면서 이념적소비라는 말을 서슴치않는 한국부자들의 모습에서 상생과 공정이 공허한 화두로 들린다면 그것이 어떤 느낌인지 다시한번 생각해볼만한 일인거 같습니다"

이마트 문제는 여러 측면에서 정용진의 말을 지원사격하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예를들면 '이마트에서 피자만 파느냐, 족발도 팔고 통닭도 파는데 왜 피자만 가지고 문제제기를 하느냐' 라는 반박에 나 또한 말문이 막힌게 사실이다. 중요한 문제긴 한데 깊이 고민해보지도 않긴 했지만. 그래서 박경철씨의 반박을 보고 가슴 시원함을 느끼면서도 한편으론 일말의 죄책감 같은게 느껴졌다. 공부한 머리는 이런데 쓰라고 있는건데 난 지금 뭐하고있는건가 싶은 마음이 들었다. 부끄럽다. 이 부끄러운 마음 오래오래 간직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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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신발을 사는 이유가 '신발이 작아서'가 아니라 '신발이 낡아서'가 되었을 때, 난 내가 다 컸다는 생각을 했다. 아 이런게 어른의 느낌이구나. 하는 생각에 낡은 신발을 보며 조금 슬퍼했던 기억이 난다. 스물두살쯤의 어느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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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 vs 매크로

2010. 8. 30. 00:25 from 목소리
주말이 지나면 개강이다. 드디어 마지막 여름방학이 지나갔다. 언제가 박사를 진학하지 않는 한 내게 있어서는 학교에 적을 둔 마지막 방학인 샘이다. 방학동안 뭘 했더라. 짧은 여행을 몇 번 다녀왔고, 가끔 데이트를 했고, 논문을 네 편이나 냈고, 포트폴리오란걸 만들었고, 자소서라는것도 써봤다. 연주 주제인 tap input을 드디어 구현해냈고, 아직 쓰기 시작도 못했지만, 졸업논문만 통과되면 무사 졸업이 가능하게 되었다. 가끔 전화통화하는 친구들의 일상적인 질문 -"별일 없지?"-에 늘 같은 대답을 한다. "응 별일 없어." 근래에는 질문이 하나 추가됐는데, "연애사업은 잘 되고?" 라는 물음에 역시나 "응 잘 돼가." 라고 대답한다. 마이크로하게 보면 수 많은 사건들로 가득하지만 매크로한 시각에선 정말 별 일 없는 인생이다. 여전히 너무 바빠서 늘 새벽까지 일하느라 다크써클은 없어질 생각을 안하고, 좋아하는 공연들은 전혀 못 보고 살고, 보고싶은 책들은 책꽂이를 계속 채워만 가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다사다난하고 멀리서 보면 평온한 일상들은 '이정도면 나쁘진 않군'이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가끔 잊어버려서 그렇지 GMF도 예매했으니까! 앞으로 3개월, 벌려놓은 프로젝트 마무리 잘 하고, 가고싶은 회사에 취직하고, 졸업논문 마무리만 잘 하면 된다. 삶은 어렵게 생각하면 끝도 없이 복잡하고 어렵지만, 쉽게 생각하면 한없이 간단한 것 같다. 포인트는 마이크로한 시각과 매크로한 시각을 적절하게 전환해가며 바라보는 것. 지금 내게는 매크로한 시각이 적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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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취향2

2010. 8. 14. 02:42 from 목소리
일전에 포스팅 한 '타인의 취향'이라는 글에서, 멜론 top100을 듣는 이들과 나의 음악적 취향 차이에 대해 말하려다 말았는데, 오늘 붕가붕가 레코드 곰사장의 글을 읽다보니 한국에 록 음악 청취자가 1.9%밖에 안된다는 사실을 보고 그 이유를 어렴풋이 알 수 있었다(인디음악 애호가를 조사해도 비슷하게 나올 것 같다). 아무래도 음악을 접하는 창구가 어디이냐에 따라 어떤 음악을 주로 듣느냐가 달라지는것 같다. 이건 광고를 보고 베스트셀러를 열심히 읽는 독서층과, 헌책방을 돌아다니며 자기가 좋아하는 책을 수집하는 사람의 차이와도 비슷한 것 같은데, 1.9%를 제외한 나머지 청취자들은 아마도 가요 순위 프로그램과 아이돌이 나오는 라디오, 멜론 top100 등이 자신이 듣는 음악을 접하는 소스가 되는것 같다. 순위에 따라 수동적으로 음악을 듣는 사람들.

그런데 이상한건 지산을 가득 채운 그 사람들은? GMF 표가 매진되는 사태는? 고작 1.9%의 사람들이 움직이는게 그 정도라니, 이게 19%가 되면 세상이 어떻게 달라질지 상상이 안된다. 19%면 대략 850만명 정도 된다. 아마 이한철씨 정도는 싱글이 나올 때 마다 1위를 하고, 언니네이발관은 새 앨범이 나오면 컴백 스페셜이라도 하지 않을까 싶다. 요조나 한희정쯤 되면 경호원 없이 길거리를 못 걸어다닐테고. 해외 뮤지션이 내한하면 일본처럼 전국 투어 정도는 아니어도 서울 말고 부산 공연 정도는 할 수 있지 않을까? 여름 락페스티벌도 섬머소닉 찍고 오는 한 두명의 아트스트로 연명하는게 아니라 섬머소닉 반정도 규모로는 할 수 있을것 같다.

며칠 전 연구실 아이들과 고기집에서 삼겹살로 배에 기름을 칠하며 티비를 보는데, 음악중심이던가 하는 가요프로그램이 나오고 있었다. 실로 군대 제대 후 5년 만에 처음 보는 가요 순위 프로그램이었다. 역시나 내가 아는 얼굴은 세븐, 환희, 보아 정도였고, 그나마 고기집이라 노래는 전혀 들리지도 않았다. 그치만 노래는 안들어도 그만일 정도로 너무 일관되게 댄스음악 하는 아이돌밖에 안나왔다. 19%는 커녕 아직 3%도 요원한 세상이긴 한데, 10년 쯤 후면 이 상황이 얼마나 바뀌어있을까? 요즘의 분위기로 보면 아주 조금씩 조금씩 나아지고 있는것 같긴 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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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연애

2010. 8. 12. 18:09 from 목소리
세상에서 제일 재밌지만 소득 없는 일은 남 흉보는것과 남 연애에 참견하는거다. 그래서 되도록 남 흉보는 자리에 끼게되면 듣기만 하고 말은 안하려 노력하고, 남 연애사에 참견할 일이 있으면 연애를 시작하기 전 까지면 모를까 일단 시작한 연애에 대해서는 노 코멘트 자세를 견지하려 노력중이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나의 포지션이 주위 사람들에게 '연애 상담 해주는 사람'으로 설정된 후(정작 본인은 연애도 많이 안해봤거니와 몇 년째 애인이 없었음에도) 자꾸 조언을 해달라는 요구를 받아서 난처할 때가 많다. 얼마 전엔 분당에 출장갔다가 후배의 연애에 대한 고충을 돌아오는 버스에서 한 시간 내내 들었다. 그의 고민은 '연애의 권력관계에서 남자친구보다 우위에 서고 싶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여자가 쓸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인 '질투심 유발하기' 전략이 전혀 먹히지 않거니와, 자신에겐 남자친구에게 실체적인 위험이 될 만한 '주변 남자들'이 없는 반면 남자친구는 교회에 그를 사모하던 여자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허탈해 하고 있었다. 그 남자친구는 그러니까 '괜찮은 교회오빠'였던거다. 나에게 해결책을 알려달라고 했지만 낸들 아나. 알아서 잘 하라고 하며 그냥 웃고 말았다. 어쨌든 이 초보 커플의 연애담은 요즘 연구실에 많은 웃음을 주고 있다.

타인의 연애담은 그냥 여흥으로. 내가 남 연애 끼어들고 챙겨줄만큼 여유로운 상황도 아니고, 내 밥그릇 챙기기도 바쁜게 사실이다. 이제 여자애들이 연애상담을 해오면 임경선씨 칼럼이나 추천해주고, 난 내 연애나 고민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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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8. 6. 02:56 from 목소리
스무살 무렵 알고지내던 한 아이는 비가 오면 운동장을 뛴다고 했다. 울면서 뛰어도 티가 안나기 때문이라나. 그 땐 그 애 인생이 왜 그렇게 슬픔으로 가득 찼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그 기분을 느껴보려고 비오는 날 동네를 우산 없이 걸어본 적이 있었다. 신기하게도 처음 보는 낮선 사람들이 날 걱정해주고, 우산을 빌려주거나 씌워주려고 했는데 난 괜찮다고 번번히 거절을 하며 길을 걸었다. 비에 홀딱 젖어보니 약간은 그애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세월이 지나 김광석의 노래에 담긴 느낌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을 때, 울면서 달린다는게 얼마나 큰 위로를 주는지 알 수 있었다. 

그 후로 비가 오는 날이면 늘 도서관의 창가에서 공부를 했다. 창문을 때리는 비를 보면 가슴속에 슬픔이 가득 차곤 했는데 이상하게 그 먹먹한 느낌이 좋았다.  

한 동안 비오는게 마냥 귀찮고 번거롭게만 느껴진 적이 있었다. 일에 지치고 사람에 치이고 감정은 메말라갔다. 다행히도 요즘은 다시 비가 내 감성을 자극한다. 없어진줄 알았던 감정의 결들이 다시 살아난 기분이다. 두서없이 떠오르는 생각들이 내 잠을 방해하지만, 비가 오던 말던 피곤에 지쳐 잠에 들던 그 시절에 비하면 천국에 온 기분이다. 오늘같은 날엔 내면의 소리에 조금 더 귀를 기울여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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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을 위해 노력하는 이 행위 자체가 우리 인생을 살아볼 만한 값어치가 있는 것으로 만든다. 그러므로 쉽게 위로하지 않는 대신에 쉽게 절망하지 않는 것, 그게 핵심이다. 

ㅡ김연수 '세계의 끝 여자친구' 중

지난번에 제주도에 다녀오면서 이 책을 마저 보려고 들고갔지만 영 책이 눈에 들어오지 않아서 결국 여러 단편 중 이미 읽은 '세계의 끝 여자친구'만 비행기 안에서 건성건성 보고 말았다. 보다가 단 한 문장이 눈에 확 들어왔다. 

'쉽게 위로하지 않는 대신 쉽게 절망하지 않는 것' 

워낙 낙관적인 성격이라 쉽게 절망하진 않는데 그만큼 쉽게 위로하긴 하는것 같다. 쉽게 위로하는 순간 삶이 너무 쉬워지고 그만큼 삶의 의지가 사라지곤 한다. 김연수는 이 부분을 무척 잘 꿰뚫어본듯.

절망하지 않는 만큼 위로도 하지 말아야겠다. 그 동안 위로만 하느라 나사가 너무 풀어진 내 삶을 다시 조일때가 됐다.

+

오늘의 공감 트윗

"사랑은 사람을 아프게 한다. 시작할 때는 두려움과 희망이 뒤엉켜 아프고, 시작한 후에는 그 사람의 마음을 모두 알고 싶어서 부대끼고, 사랑이 끝날 땐 그 끝이 같지 않아서 상처받는다. 사랑 때문에 달콤한 것은 언제일까?" - 연애시대 中


그렇지만 경험상 아픔과 달콤함은 한 끗 차이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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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성합니다.

2010. 5. 23. 15:26 from 목소리
개인적인 경험이 녹아있는 거대 교회와 보수 기독교에 대한 반감을 공공연히 표출하여 진실되게 예수를 믿는 많은 주위분들의 마음에 알게 모르게 상처주었던 점을 반성합니다.

기독교에 대해 독설을 날리던게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그 세월동안 제 스스로 아무런 성찰 없이, 대안에 대한 고민도 없이 입으로만 욕하고 다녔습니다. 

특히 저를 존중하기 위해 제 자신의 종교적 신념을 숨긴채 애써 공감해주던 A와, 아버지가 목사님인데도 불구하고 선배의 말이라 큰 반박을 못하고 속으로 분을 삭였을 B, 아들의 종교적 일탈을 늘 걱정스런 눈빛으로 봐주시는, 영성이 충만하신 우리 부모님께 정말 미안하다고 말 하고 싶네요.

당분간은 역시나 예전의 기독교인으로 다시 돌아갈 가능성은 매우 적지만, 적어도 내 신념을 남에게 강요하거나 그로 인해 남에게 상처주는 행위는 하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해봅니다. 


"하루 30분도 기도하지 않는 혁명가가 만들 세상은 위험하며, 혁명을 도외시하는 영성가가 얻을 수 있는 건 제 심리적 평온 뿐이다." - 김규항

아무리 삶이 팍팍해도, 기도를 하며 나를 돌아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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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하해요

2010. 5. 22. 01:04 from 목소리
왼손 팔목에 나도 모르게 찰과상이 생겼다. 딱 시계를 차면 가려지는 부분인데, 시계때문에 생긴것 같진 않고 어딘가 긁힌것 같다. 별거 아닌 상처인데 키보드를 치기 위해 손을 올리면 자꾸 빨갛게 변한 부분이 눈에 거슬리고 신경쓰인다. 그래서 한 번씩 만저보면 살짝 쓰라린 느낌에 내 팔이 가련해진다. 내 손목처럼 나도 모르게 상처 받고, 나도 모르게 상처 주며 살아간다.

-

스물 두 살의 오월에 난 누군가에게 무척 잔인했던것 같다.

당시 난 새롭게 도전했던 일에는 실패하고, 인생의 무력감을 안은 채 두달 후 입대를 기다리는 방황하는 영혼이었다. 사귄지 1년이 넘은 여자친구는 상처가 많은 아이였고, 난 그 상처를 보듬어 줄 수 있다는게 큰 행복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날 행복하게하던 그 일이 날 지치게 만들었다. 여자친구에게 지친 마음과, 조만간 군대에 갈 거라는 점과, 군대 가기 전 하던 일이 너무 바빴다는게 원인이 되어 점점 여자친구에게 소홀해지기 시작했고, 언제부턴가는 거의 신경을 쓰지 않는 지경에 이르렀다. 아니 신경은 계속 쓰고 있었지만, 신경 안쓰는 척 하려고 무척 노력하고 있었다. 조제의 남자친구처럼 울면서 뛰쳐나올 용기도 사실 없었던것 같다.

5월엔 그 애의 생일이 있었지만 아무일도 없다는 듯이 지나갔다. 그러던 어느 날 비오던 밤 그애에게 전화가 왔다. 내게 단 한번도 큰소리를 내거나 화를 낸 적이 없었던 그애가 마구 울부짖으며 내게 소리쳤다. 내가 너한테 도대체 뭐냐고. 내가 그렇게 우습게 보이냐며..

너무 놀라서 비오던 밤 그애에게 달려갔다. 말 없이 익숙한 그 동네를 돌고 또 돌았다. 무슨얘기를 나눴는지 이제는 기억나지 않지만, 군대에 다녀온 후 다시 연락하겠다고 말하고 헤어졌다. 언덕을 넘어서 보이지 않을 때 까지, 그 애는 나를 계속 바라보고 거기에 서 있었다.

두달 후 난 군대에 갔다.

-

며칠 전 sh의 블로그에 가보니 오 자히르에 보면 이런 말이 나온다며 인용을 한 부분이 있었다.
나는 나와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들을 지나가면서 그들의 눈빛에 두 가지 종류가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이 아름다운 밤 한가운데서 고독을 선택한 척하는 사람들의 거만한 시선과 혼자인 것을 부끄러워하는 사람들의 눈빛.
전도서는 '찢어버릴 시간이 있고 꿰멜 시간이 있다'고 말하지만, '찢어버리는 시간'은 때로 깊은 상처를 남기기도 합니다. 가장 나쁜건 혼자서 비참하게 제네바의 거리를 걷는게 아닙니다. 나와 가까운 사람에게 그가 내 삶에서 조금도 중요하지 않은 존재라는 생각이 들도록 하는 것, 그것이 바로 최악의 경우입니다.

오 자히르를 세 번이나 봤는데 왜 난 이 문장을 기억하지 못했을까. 여전히 난 최악의 경우를 만드는 실수를 계속 저지르며 살아간다. 하지만 스물 두 살의 그 실수가 가장 가슴이 아프다. 

오늘은 그 애가 결혼하는 날이었다. 몇 년째 방치된 싸이월드는 무심하게도 그 애의 청첩장을 보게 만들어주었다. 이래서 내가 싸이월드를 싫어해. 


올해 오월은 스물 두 살의 오월하고는 비교도 안 될 만큼 
그녀에게 행복한 오월로 기억에 남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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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건

2010. 5. 19. 23:20 from 목소리

출처 : 우석훈 임시연습장(http://retired.tistory.com/645)

취업할 때가 됐는데 '꼭 어딜 가야겠다'라는 생각보다 '여긴 가지 말아야겠다'라는게 더 많이 떠오른다.

우석훈씨 블로그에서 본 여주 4대강 공사 장면이다. 저 포크레인 사진을 보니 너무 섬뜩하고 끔찍하게 보여서, 두산인프라코어는 가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인지공학 측면에선 중장비쪽에도 연구 이슈가 상당히 많다. 중장비는 자동차보다 조작 방법이 워낙 복잡하다보니 운전자의 멘탈로드를 줄여 안전하고 편안하게 작업을 할 수 있게 하는게 중요하다. 사실 자동차쪽보다야 재미가 별로 없어보이지만 궁하면 어디든 못쓰랴..라는 심정으로 염두해 두고 있던 회사이긴 한데, 저 사진을 보고 맘을 싹 접었다.

이로서 삼성과 함께 두산도 나의 리스트에서 제외되는구나. 점점 갈 곳이 없어진다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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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2010. 5. 18. 16:19 from 목소리
세상이 어지러울 수록 말보다 생각을, 생각보다 행동을 많이 해야 할 터인데..

오늘은 이 글을 다시 찬찬히 읽어보는걸로 광주에 대한 의미를 되새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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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들른 이택광교수 블로그에서 보고 감동 감동.

그가 잘 되는 모습을 진정으로 보고싶다. 우리의 싸움은 언제쯤 이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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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싶어하는 마음

2010. 4. 5. 11:49 from 목소리
십대 후반부터 20대 초반까지는 한겨례라는 신문을 무척 애정해서 신문을 매일 보는걸로도 모자라 매주 한겨례21을 사보고, 그것도 부족해서 씨네21까지 사보는 열혈 독자였지만 이제는 모두 정리하고 한겨례신문의 딱 두 꼭지만 본다. 그것도 정치관련 뉴스도 아니라 주말 섹션 ESC에 나오는 김어준과 임경선의 칼럼이다. 그나마 김어준 칼럼은 거의 한 달에 한 번 꼴로 올라오는터라, 사실 임경선 칼럼만 본다는게 맞겠다. 처음엔 김어준 칼럼을 더 좋아했지만 그가 그 칼럼을 모아 책을 낸 후로는 글이 올라오는 속도와 글의 밀도가 확 낮아져서, 이제는 임경선의 칼럼을 더 좋아한다. 

이번 주 임경선의 이기적인 상담실의 주제는 '제가 먼저 꾀었지만 시큰둥한 남자, 어느 선에서 놔줘야 할까요' 인데 이게 성별 불문 전 인류에게 해당하는 내용일지라 이전의 글 보다도 관심있게 보았다.

이번주 임경선의 글은 한 편의 에세이를 읽는 느낌이었다. 상담의 내용이 거의 다 본인의 경험담으로 채워져 있었는데, 누구나 경험해봤을 만한 연애의 권력관계 - 덜 좋아하는 사람이 강자다 - 에 어떻게하면 잘 대처할 수 있는지를 아무리 고민해도, 결국 연애의 본질은 '보고싶어하는 마음'일 뿐이라는 결론을 보니 뭔가 가슴이 싸해졌다. 

연애를 안한지 오래돼서 이제는 권력관계고 뭐고 그냥 누군가를 마음껏 보고싶어하던 그 마음이 너무 그립다. 봄인가보다.

연애, 너무 심플해요. 서로서로 간절히 보고 또 보려고 하는 노력일 뿐이에요. 가장 원초적이고 진실한 것은 ‘I See You’(나는 당신을 봅니다), 이거 하나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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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a9900 "누군가에 반하는 데 1분, 좋아하게 되는 데 1시간, 사랑에 빠지는 데 1일이 걸리지만 키워 온 사랑을 잊는 데에는 평생이 걸린다." 영어 문구를 쓸 때는 140자가 초과되더니 우리말로 바꾸니 남네요. 결론은 사랑하지 맙시다!

요런 트윗을 보니 얼마 전 이외수씨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별표해두길 잘했어ㅎㅎ


@oisoo 사랑이 현재진행형일 때는 서로가 상대에게 애인으로 존재하게 되지만, 과거완료형일 때는 서로가 상대에게 죄인으로 존재하게 된다. 하지만 어쩌랴. 죄인이 되는 것이 겁나서 이 흐린 세상을 사랑도 없이 살아갈 수는 없지 않은가.


난 이외수씨 의견에 동감. 내일 일은 내일 생각하고 오늘은 좋아하는 사람 한번 더 떠올리는게 어떨까.

"내가 지금 행복을 밀어둔다고, 그 행복이 날 기다려 줄 것 같소?"
요건 오늘 오마이뉴스 프랑스 관련 기사에서 본 문장.

바쁘고 힘드니까 별 생각이 다 드나. 이럴 시간이 없는데! 어서 논문 번역 마저 해야지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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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의 SSAT를 보다

2010. 3. 17. 01:11 from 목소리
우여곡절 끝에 겨우 시간을 내서 모의사트를 봤다.

무슨 문제가 나오는지 사전 정보 없이 그냥 일단 봤는데,

중학교 수준 수학 문제는 기억이 안나서 힘들었고(과외 안한지 몇년 됐다)
추론 문제는 의외로 재밌었다. 


문제는 몇 가지 양심을 찌르는 문제가 나왔는데 현실적으로 고민을 하게 되더라는거다.

"오너 경영이 전문 경영보다 우월하다" (예/아니오)

"삼성은 정직한 기업이다" (예/아니오)

"오너 경영은 장점이 존재한다" (예/아니오)

등등 문제를 낸 의도가 뻔히 보이는,

요런 문제들이 반복적으로 나왔다. 인성검사라는 명목 하에.


뭐 어차피 모의 시험이니까 소신대로 풀었지만 도대체 왜 저런 문제를 내는지.

허우적이 삼성전자 사트 소신대로 보고 면접 들어갔더니 면접관이 촛불 시위 관련 질문만 줄창 했다는 말이 생각났다.


우석훈씨는 삼성에 가려는 아이들이 줄어들 수록 희망이 있다고 얘기했는데
난 그토록 삼성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견지하면서 뭐하러 이런 시험을 보는지

먹고 사는 문제를 내놓고 소신대로 살기는 참 힘든가보다.

근데 삼성 싫다고 LG에 가면, 괜찮은걸까? 

삼성이 재단인 학교 다닌다고 벌써 삼성 직원 다 된것마냥 자랑스럽게 날 보시는 우리 이모가 떠오른다. 대기업에 다니면 자식 농사 성공한걸로 생각하시는 우리 부모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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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맛골, 루시드폴

2010. 3. 4. 12:36 from 목소리
"남대문은 다시 지으면 된다. 하지만 피맛골을 다시 지을 수 있나? 피맛골을 지나가면 혈압이 오른다. 폭격맞은 서울을 보는 것 같다. 사대강은? 거기 사는 새와 개구리는 어떻게 할건가. 한 번 무너지면 재생이 안 되는 것들이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사라져 가는 것들이 있다. 그게  너무 슬프다. 용산, 그 안에는 끔찍한 논리가 있다. 거기서 얻는 무지막지한 이익을 아무도 나누려 하지 않는다. 단순히 사람이 죽은 문제가 아니다. 거기에는 애초에 사람이 없다."

김작가 블로그(GrooveTube), 루시드폴 인터뷰 중( http://zakka.egloos.com/4347352 )

술도 잘 못마시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주점 골목이 있다면 그곳은 피맛골이었다. 거대한 빌딩 숲 뒤에 감춰진 공간. 조선시대부터 한량들이 나와서 술을 마시던 공간. 주모의 피를 이어받은 이모님들은 언제나 큰 손을 자랑하시며 안주를 듬뿍듬뿍 주시곤 했다. 강남의 번듯한 술집의 술자리가 불편하다면 이곳은 그냥 츄리닝에 슬리퍼를 신고 나와도 누구 하나 뭐라하지 않을 것 같은, 도심 속 휴식처였다.  

서울시장은 어느날, 피맛골의 재개발을 추진한다고 일방적으로 발표했다.

이제 나도 종로에 가면 화부터 난다. 나의 피맛골은 어디에 있나. 이제 그 정겨운 풍경은 누가 재현해줄 수 있을까. 개발의 마수는 추억만 해체해가는게 아니다. 돈 냄새 나는 개발이 결국 피를 부른다는건 이제 너무나 많은 경험들이 증명해주지 않는가? 

난 내가 사는 공간들이 조금 더 인간적이었으면 좋겠다. 이익을 위해 인간다움을 휘발시킨 공간은 죽은 공간일 뿐이다. 지금 서울은, 오늘의 한국은 점점 그렇게 변화하고 있다. 

요즘들어 더욱 내가 이 곳에서 얼마나 버티며 살 수 있을지 걱정한다. 훌쩍 호주로 떠나버린 동생이 부럽다. 거기에서 같이 살자는 동생의 말이 이제는 빈말로 들리지 않는다.

오늘도 버티기 위해, 루시드폴을 듣는다. 생각을 공유하며 들을 수 있는 노래는 너무 소중하다. 그가 돌아와준게 너무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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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우연의음악 :

500daysofsummer

2010. 2. 16. 00:43 from 목소리

"그때 말을 하지, 결혼식에서"

"-알아"

"우리 춤 췄을 때"

"-그땐 청혼 받기 전이었어"

"그래도 사귀고 있었던거잖아"

"-맞아"

"그럼 왜 나랑 춤췄어?"

"-그러고 싶었으니까"


내 연애의 끝은 늘 남자 주인공이 처한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안녕, 우리 이제 그만 만나자' 하며 깨끗하게 헤어지는 사람들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난 늘 그러지 못했고, 아쉬움의 끈을 잡고 있던 대가는 가혹했다. 더 이상 물어볼 수 없는 질문들.

내가 왜 그럴 수 밖에 없었는지, 이 영화를 보고 알았다. 그게 바로 내가 관계를 바라보는 시선이었고, 당연히 나와 바라보는 지점이 다른 나의 상대는 내 기대치에 어긋나기 마련인거였다. 

영화를 보는 내내 남자 주인공의 감정에 이입되어 내 감정은 롤러코스터를 탔다. 영화가 교차편집되어 행복한 시절과 불행한 시절을 마구 섞어서 보여주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내 감정을 충분히 흔들만큼 잘 만든 영화였다. 

이 영화의 미덕은 딱 두 가지이다. 여름이 가면 가을이 온다는 것. 오빠보다 여동생이 훨씬 현명하다는 것.

내일은 여동생에게 전화해서 나의 가을양에 대해 상담을 좀 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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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우연의음악 :

봄눈

2010. 1. 26. 01:49 from 목소리

마음이 시리다. 인간관계는 언제나 어렵다. 나와 대척점에 있는 인간을 상대하기란 그 무엇보다 어려운 일이다. 오해받는건 슬프고, 본심을 알아주지 않는 이들은 밉다. 내가 정말 그렇게 잘못하는가 싶다. 생각만 하면 울컥울컥 하지만 애써 표정은 티내지 않으려 노력한다. 안보고 살면 그만인데 그럴수도 없는 사이면 더 힘들다. 내가 계속 교회에 다녔으면 이런 상황을 기도로 이겨내고 예수의 얼굴로 모든걸 내 탓으로 돌릴 수 있었으려나?

씨네21 김혜리 기자의 김제동 인터뷰를 읽다가 문득 눈물이 흘렀다. 원래 난 눈물이 많은 편이라 예전엔 영화보면서 여자친구보다 더 많이 울곤 했다. 오늘은 뭔가 억울하고 분한 맘이 가득한 상태에서 김제동의 얘기가, 김혜리의 글이 나의 감정선 어딘가를 툭 터트렸다.

박지윤의 봄 눈은 루시드폴의 봄눈과 같은 곡이었다. 내 아이튠은 띄어쓰기를 아주 철저히 검사하기 때문에 검색으론 찾아내지 못했다. 한참동안 루시드폴 앨범을 들으며 '어디서 많이 들었던 곡인데..'를 연발했더랬다.

자꾸 마음은 봄을 갈구하는데 여전히 내 몸은 겨울에 머물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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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우연의음악 :

트위터에서 용산 참사 피해자들의 영결식을 지켜보다

진보신당 부 대변인인 이지안님(http://twtkr.com/leegian)께서 올리신 글과 사진을 보고 가슴이 철렁..

이제 20분정도 후에 장례대열이 여기 용산참사현장에 도착해 노제를 치르겠군요. 오늘 5천명 이상 모인 것 같네요. 참사의 흔적이 아직 남아있는 건물엔 세상은 사는 것이 아니라 사는 곳이라 쓰여있네요. 


지금 오는 눈은, 아마도 그분들의 넋을 기리기 위해 비 대신 내리나보다.
ZoomInto: Pictures, Images and Phot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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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우연의음악 :
올해 25살이 된 후배가 자신의 블로그에 20대 중반에 접어든 기대감과 두려움을 나타낸 글을 보았다. 그러면서 나의 25살이 떠올라 살며시 미소가 지어졌다. 

25살에 난 대학교 2학년으로 복학을 했다. 재수도 안하고 바로 대학에 들어왔지만 1학년 마치고 방황 + 군대의 기간이 4년이나 걸렸기 때문이다. 학교에 돌아오니 1학년 때 배운 내용은 전혀 머리속에 남아있지 않았다. 텅텅빈 머리로 수업에 앉아 이해도 안되는 수학 공식들을 열심히 받아적던 때였다. 그러고보면 지금 대학원생인 그 후배가 참 대단해보인다. 아마 전문적인 능력으로 보자면 25살때의 나와 그 후배의 차이는 정말 어마어마한 것일거다. 

어쨌든 그애가 쓴 글을 보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다시 스물다섯으로 돌아갈 수 있으면 어떨까?' 

잠시나마 다시 돌아갈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이내 그게 그렇게 좋지만은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 나의 스물다섯 스물여섯 스물일곱은 정말 행복했고 무엇 하나 부럽지 않은 시간이었다. 앞으로 서른, 마흔, 쉰의 나이는 얼마나 더 즐거운 일들이 날 기다리고 있을까? 나이가 먹을수록 삶이 재미 없어진다는 말은 믿기 싫다. 그건 다 자기 하기 나름인거다. 그래서 다시 돌아가기보단 날 두근거리게 하는 일들로 가득한 내 미래로 한 발짝 더 나아가고 싶다.  

카네기멜런의 랜디포시 교수는 뇌종양으로 시한부삶을 선고받고 죽기 전 그의 마지막강의에서 이렇게 얘기했다.

"어떻게 재미없게 인생을 살 수가 있죠? 저는 즐겁지 않았던 적이 한 번도 없습니다."


오늘은 용산 참사 희생자들의 영결식이 있는 날이다. 이런 세상일수록, 즐겁게 사는게 이기는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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