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가 슬슬 아프기 시작해서 치과에 갔다. 여자친구 소개로 간 치관데 시설도 아주 좋고 규모가 커서 놀랐고 게다가 환자를 대하는 자세도 정말 좋았다. 이것저것 해서 치료비가 44만 원이 나왔는데 대신 서비스로 스케일링을 해줬다. 내 카드는 무이자 할부가 안 된다길래 재정상태를 1초 고민하고 그냥 일시불로 결제를 했다. 사실 한번에 치료비를 결제할 수 있었던 이유는 회사에서 의료비 지원이 되기 때문이다. 치료를 마치고 지하철역에 갔더니 반대편 플랫폼에 등이 거의 90도로 굽은 할머니가 폐신문지 더미를 등에 지고, 두 손으로 다른 신문지 더미를 질질 끌면서 아주 힘겹게 걸어가고 계셨다.
방금 난 충치 2개랑 기타 자잘한 치료를 위해 44만 원을 한번에 내고 나왔는데 어떤 할머니는 기초적인 생계조차 해결이 안 돼서 자기 힘으로 할 수 있는 가장 힘든 일을 하고 계셨다. 할머니는 과연 제대로 된 치과 치료를 한 번이라도 받으신 적이 있을까 하는 생각에 가슴이 아려왔다. 무기력한 맘에 그냥 안쓰러운 눈빛으로 그 할머니의 뒷모습을 계속 쳐다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이제 한미 FTA가 국회를 통과했다. 저 할머니의 모습이 우리 부모님의, 나의 미래가 되지 않으려면, 아니 당장 저 할머니가 저렇게 하지 않으셔도 충분히 보호를 받고 사실 수 있게 하려면 지금 내가 뭘 하면되는 것일까. 점점 복지국가의 길은 멀어져만 간다. 할머니를 전혀 보호해주지 않는 국가란 할머니에게 어떤 존재 의미가 있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