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몇 명 보지도 않는 이 블로그에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는 내 신상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떠드는 걸까. 블로그를 운영한 지 몇 년이나 지났지만 여전히 특별한 방향성도 없고 전문적인 지식도 없는 그냥 평범한 내용으로 채워지고 있다. 이걸 알면서도 굳이 여기다 글을 써 온 이유가 뭘까. 난 글을 잘 못 써서 여기 한 번 포스팅하려면 고심하고 고심해서 내용을 채우기 때문에 시간도 꽤 많이 드는 데 말이다.
여기에 대한 답을 오늘에서야 확실히 얻었다. 김규항씨의 [B급좌파 세번째 이야기]의 첫 꼭지 「나의 문장론」에 보면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글을 씀으로써 내 일상의 에피소드들은 비로소 내 생각으로 정리되며 그렇게 정리된 생각들은 다시 내 일상의 에피소드에 전적으로 반영된다. 내 삶과 내 글은 끊임없이 꼬리를 물고 순환한다. 내 삶을 더 낫게 만들지 않는다면, 나라는 인간을 더 낫게 만들지 않는다면, 내 글은 아무것도 아니다. 결국 문장에 대한 내 태도는 삶에 대한 내 태도와 같다.
삶과 글이 끊임없이 순환하며 삶의 태도에 반영된다니. 머리를 쾅 때리는 충격이었다. 이런 게 바로 글쓰기로구나. 나이 앞에 3자가 붙었지만 초등학교 일기 쓰기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못한 글쓰기를 하고 있던 내가 부끄러워졌다. 더 많이 생각하고 좀 더 솔직하게 써야겠다. 언젠간 나도 '나의 문장론' 같은 글을 쓸 수 있는 날이 오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