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대 후반부터 20대 초반까지는 한겨례라는 신문을 무척 애정해서 신문을 매일 보는걸로도 모자라 매주 한겨례21을 사보고, 그것도 부족해서 씨네21까지 사보는 열혈 독자였지만 이제는 모두 정리하고 한겨례신문의 딱 두 꼭지만 본다. 그것도 정치관련 뉴스도 아니라 주말 섹션 ESC에 나오는 김어준과 임경선의 칼럼이다. 그나마 김어준 칼럼은 거의 한 달에 한 번 꼴로 올라오는터라, 사실 임경선 칼럼만 본다는게 맞겠다. 처음엔 김어준 칼럼을 더 좋아했지만 그가 그 칼럼을 모아 책을 낸 후로는 글이 올라오는 속도와 글의 밀도가 확 낮아져서, 이제는 임경선의 칼럼을 더 좋아한다.
이번 주 임경선의 이기적인 상담실의 주제는 '제가 먼저 꾀었지만 시큰둥한 남자, 어느 선에서 놔줘야 할까요' 인데 이게 성별 불문 전 인류에게 해당하는 내용일지라 이전의 글 보다도 관심있게 보았다.
이번주 임경선의 글은 한 편의 에세이를 읽는 느낌이었다. 상담의 내용이 거의 다 본인의 경험담으로 채워져 있었는데, 누구나 경험해봤을 만한 연애의 권력관계 - 덜 좋아하는 사람이 강자다 - 에 어떻게하면 잘 대처할 수 있는지를 아무리 고민해도, 결국 연애의 본질은 '보고싶어하는 마음'일 뿐이라는 결론을 보니 뭔가 가슴이 싸해졌다.
연애를 안한지 오래돼서 이제는 권력관계고 뭐고 그냥 누군가를 마음껏 보고싶어하던 그 마음이 너무 그립다. 봄인가보다.
연애, 너무 심플해요. 서로서로 간절히 보고 또 보려고 하는 노력일 뿐이에요. 가장 원초적이고 진실한 것은 ‘I See You’(나는 당신을 봅니다), 이거 하나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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