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daysofsummer

2010. 2. 16. 00:43 from 목소리

"그때 말을 하지, 결혼식에서"

"-알아"

"우리 춤 췄을 때"

"-그땐 청혼 받기 전이었어"

"그래도 사귀고 있었던거잖아"

"-맞아"

"그럼 왜 나랑 춤췄어?"

"-그러고 싶었으니까"


내 연애의 끝은 늘 남자 주인공이 처한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안녕, 우리 이제 그만 만나자' 하며 깨끗하게 헤어지는 사람들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난 늘 그러지 못했고, 아쉬움의 끈을 잡고 있던 대가는 가혹했다. 더 이상 물어볼 수 없는 질문들.

내가 왜 그럴 수 밖에 없었는지, 이 영화를 보고 알았다. 그게 바로 내가 관계를 바라보는 시선이었고, 당연히 나와 바라보는 지점이 다른 나의 상대는 내 기대치에 어긋나기 마련인거였다. 

영화를 보는 내내 남자 주인공의 감정에 이입되어 내 감정은 롤러코스터를 탔다. 영화가 교차편집되어 행복한 시절과 불행한 시절을 마구 섞어서 보여주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내 감정을 충분히 흔들만큼 잘 만든 영화였다. 

이 영화의 미덕은 딱 두 가지이다. 여름이 가면 가을이 온다는 것. 오빠보다 여동생이 훨씬 현명하다는 것.

내일은 여동생에게 전화해서 나의 가을양에 대해 상담을 좀 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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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우연의음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