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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2010.03.04 피맛골, 루시드폴 2

크리스마스에는

2010. 12. 27. 00:28 from 소소한 일상
크리스마스에 공연보기 소원을 이뤘다. 드디어 크리스마스 이브에 루시드폴 공연을 봤기 때문이다. 

미선이부터 팬이었으니 10년째 그의 앨범을 열심히 사모으고 그의 노래를 기타로 치는 열혈 팬인데 막상 공연은 처음 봤다. 근 3년간은 대학원생이라 공연 볼 여유가 없기도 했고, 루시드폴 또한 유학생 신분으로 막상 공연을 별로 안했다. 이래저래 인연이 없던 10년의 세월이 지나고 드디어 3박자 - (무엇보다 중요한) 같이 볼 사람, 나의 여유 시간, 적절한 시기에 하는 공연 - 가 모두 맞아서 남들은 쉽게 여러번 보는 공연을 참으로 긴 시간을 기다려서 보게 되었다. 

공연을 본 소감은. 한마디로 경건했다. 이렇게 조용한 대중음악가수 공연은 처음이다. 클래식 공연을 보는 느낌이랄까. 감기 기운에 기침이 나려는걸 겨우겨우 참으면서 봤다. 그래도 수 천번을 들어온그의 노래는 여전히 너무 좋았고, 클래식 편곡으로 들려주는 연주 덕분에 귀가 황홀한 시간이었다.

지난 몇 년간의 크리스마스는 모두 연구실에서 보냈다. 급한 프로젝트를 마무리하느라, 채점을 하느라, 논문을 쓰느라 도무지 뭘 할 시간이 나지 않았더랬다. 내 인생에서 언제쯤의 크리스마스가 행복했을까?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래서 올 크리스마스는 이 시간들을 이렇게 즐기 수 있다는게 너무 어색했다. 아직 내가 가진 행복을 온전히 받아들이는데는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 졸업논문 패스도 했고, 정말 가고싶은 직장에 취직도 했는데 말이다. 살면서 1등을 해본 적도 별로 없고, 승리자가 된다는 느낌을 거의 가져보지 못해서 그런지 지금 내가 누리고 있는 이 기분은 영 익숙하지가 않다. 맛있는것도 먹어본 놈이 잘 먹는다고, 행복을 누리는것도 연습이 필요한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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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우연의음악 :

피맛골, 루시드폴

2010. 3. 4. 12:36 from 목소리
"남대문은 다시 지으면 된다. 하지만 피맛골을 다시 지을 수 있나? 피맛골을 지나가면 혈압이 오른다. 폭격맞은 서울을 보는 것 같다. 사대강은? 거기 사는 새와 개구리는 어떻게 할건가. 한 번 무너지면 재생이 안 되는 것들이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사라져 가는 것들이 있다. 그게  너무 슬프다. 용산, 그 안에는 끔찍한 논리가 있다. 거기서 얻는 무지막지한 이익을 아무도 나누려 하지 않는다. 단순히 사람이 죽은 문제가 아니다. 거기에는 애초에 사람이 없다."

김작가 블로그(GrooveTube), 루시드폴 인터뷰 중( http://zakka.egloos.com/4347352 )

술도 잘 못마시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주점 골목이 있다면 그곳은 피맛골이었다. 거대한 빌딩 숲 뒤에 감춰진 공간. 조선시대부터 한량들이 나와서 술을 마시던 공간. 주모의 피를 이어받은 이모님들은 언제나 큰 손을 자랑하시며 안주를 듬뿍듬뿍 주시곤 했다. 강남의 번듯한 술집의 술자리가 불편하다면 이곳은 그냥 츄리닝에 슬리퍼를 신고 나와도 누구 하나 뭐라하지 않을 것 같은, 도심 속 휴식처였다.  

서울시장은 어느날, 피맛골의 재개발을 추진한다고 일방적으로 발표했다.

이제 나도 종로에 가면 화부터 난다. 나의 피맛골은 어디에 있나. 이제 그 정겨운 풍경은 누가 재현해줄 수 있을까. 개발의 마수는 추억만 해체해가는게 아니다. 돈 냄새 나는 개발이 결국 피를 부른다는건 이제 너무나 많은 경험들이 증명해주지 않는가? 

난 내가 사는 공간들이 조금 더 인간적이었으면 좋겠다. 이익을 위해 인간다움을 휘발시킨 공간은 죽은 공간일 뿐이다. 지금 서울은, 오늘의 한국은 점점 그렇게 변화하고 있다. 

요즘들어 더욱 내가 이 곳에서 얼마나 버티며 살 수 있을지 걱정한다. 훌쩍 호주로 떠나버린 동생이 부럽다. 거기에서 같이 살자는 동생의 말이 이제는 빈말로 들리지 않는다.

오늘도 버티기 위해, 루시드폴을 듣는다. 생각을 공유하며 들을 수 있는 노래는 너무 소중하다. 그가 돌아와준게 너무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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