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아침 일찍 전화할게요' 란 한 마디에 새벽 5시에 눈이 떠졌다. 10시에나 일어날 생각으로 두시에 잠들었는데. 제주도가서 몸에 좋은걸 너무 많이 먹었나ㅋㅋ 뒹굴뒹굴 블로깅도 하고, 트위터도 하며 자다 깨다 하다보니 벌써 12시가 다 됐다. 이렇게 선잠을 자는 날엔 꼭 꿈을 꾸는데, 기분 좋은 꿈이 보통은 아니다. 오늘도 꿈에 교수님이 나와서 매일매일 연구 결과를 발표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아우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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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바로 다음 날 아침부터 여행길에 올랐더니 결과 확인도 제대로 못해봤다. 내가 20년을 넘게 살던 인천 남동구는 민주노동당에서 구청장을 배출했다고 어제 HD에게 전화가 왔다. '인천이 이렇게 진보적인 도시야' 라며 거들먹거리는게 참 부러웠다. 어쨌든 오세훈도, 김문수도 결국 살아남았다. 노회찬은? 3.3%라던데, 그 숫자를 본 순간 만감이 교차했다. 후원금이라도 더 내야 맘이 편해질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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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대에 들어와서 하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했던 일 중 하나가, 무기를 만드는 일이었다. 우리 과에선 군수업체에 취업을 많이 하는 편인데, 가치 판단을 배제하면 아주 괜찮은 직장들이긴 하다. 연봉 높고, 안짤리고 오래가는. 그런데 어쩌다가 국방부 무기체계에 관한 프로젝트를 하게 됐다. 안한다고 하고 싶지만 나만 바라보는 후배들이 눈에 밟혀서 혼자 발을 뺄 수도 없는 상황이다. 스스로의 신념을 지키기 위해선 버려야 하는게 너무 많은것 같다. 

게다가 S사에 가지 않겠다고 다짐을 했건만, 나의 졸업 논문은 결국 S전자와 프로젝트를 통해 마무리가 될 것 같다. 아직은 얘기가 오가는 중이지만, 햅틱폰의 사기 햅틱 말고(진동은 햅틱이 아니라 tactile feedback) 진짜 햅틱을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하게 될 것 같다. 요즘 삼성을 생각한다를 읽고 있었는데...생각이 복잡해진다.

무기는 사람을 죽이고 S사를 점령한 재벌과 가신그룹은 나라를 지 맘대로 주무른다. 밥벌이를 위해 이런 것들에 공헌해야 한다는게 슬프다. 내 인생의 약간의 시간도 그런것에 쓰고싶진 않은데. 호주로 훌쩍 떠나서 랩탑과 타블렛만 있음 밥먹고 잘 사는 내동생이 너무 부럽다. 역시 사람은 손끝에서 뭔가 만들어내는 창조적인 일을 해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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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상달빛 앨범을 듣고있는데 SJ가 지렁이 어쩌고 가사가 나오는 노래가 너무 좋다길래 뭔가 했더니 '하드코어 인생아' 라는 노래였다. 이번 제주도 학회기간 내내 그 노래만 들었다. 에피톤 프로젝트 노래가 또 좋다고 하길래 이제 그걸 좀 들어봐야겠다. 어째 예전엔 내가 추천해주는 쪽이었는데 거꾸로 추천을 받는 입장으로 변한 듯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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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우연의음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