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박 3일 제주도에 다녀왔더니 몸이 아주 늘어진다. 운전만 한 400키로 한 것 같다. 근 3년동안 가장 많은 햇빛을 받았다. 6월의 제주도는 4월의 싱가폴보다 훨씬 뜨겁구나.
당초 계획했던대로 차귀도에서 낚시배를 탔다. 5마리를 잡았는데, 그 중 두 마리는 너무 작아서 놔줬다. 바늘을 입에서 뺄 때 왜이렇게 맘이 아프던지. 난 물고기에게 미안해서 낚시를 즐기진 못할 것 같다. 또 하나 발견한건 통통배를 처음 타봤는데도 별로 멀미 증상이 없었다는 것. 난 물고기에게 미안해하는 인간이고, 멀미를 별로 하지 않는 인간이었다.
늘 부족한 잠을 이번 기회에 보충하고 오려 했지만 콘도 밖의 풍경이 너무 환상적이라서 오래 잘 수가 없었다. 아침마다 산책을 했는데 이쁜 들꽃이 여기저기 많이 펴 있어서 너무 좋았다.
교수님이랑 같이 다닐 때 좋은 점은 (비싸보여서) 감히 들어가보지 못하는 그런 곳에 거리낌없이 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에도 섭지코지에서 그냥 바라만보던 글래스하우스의 환상적인 카페에서(무려 안도 타다오의 건축물!) 비싼 차를 마셔보는 호사를 누리고 왔다. 교수님 덕분에 부띠끄 호텔이라는 곳도 처음 가봤다. 난 가난한 대학원생인데 어쩌다 자꾸 눈만 높아지는게 아닌가 몰라 걱정스럽다.
다음에 오면 꼭 자전거 하이킹을 하고싶다. 해안가를 따라 달리다가, 맘 내키면 아무대서나 내려서 들꽃 감상도 하고, 피곤하면 텐트치고 자고, 배고프면 맛집가서 밥먹고ㅎㅎ 아 생각만 해도 황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