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란 게 계획대로 되면 참 좋겠지만, 보통은 아무리 계획을 잘 세워도 그대로 안 될 때가 대부분이다. 우리가 세우는 계획이라는 건 가능한 모든 변수를 다 넣어서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을 하고, 거기에 직관이라는 능력을 추가해서 방향을 설정하고 결과를 예측하는 일련의 과정일 뿐이기 때문이다. 계획의 가장 큰 허점은 '가능한 모든 변수'라는 게 늘 완전하지 않다는 데 있다. 그 누구도 완벽하게 모든 변수를 고려하지는 못한다. 신이 아닌 이상.
언제부턴가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는 게 인생의 진짜 묘미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늘 내 예측대로 삶이 흘러간다면 그 얼마나 따분한 삶이란 말인가. 우리의 인생은 '우연'이 개입되면서 롤러코스터를 타곤 하는데 그걸 피곤하게 느낀다면 내내 불행한 삶이 될 뿐이지만 즐겁게 받아들인다면 인생은 놀라움의 연속이다.
이렇게 서두를 길게 쓴 이유는 말도 안 되는 여러 우연이 겹쳐 결국 필연이 되는 과정을 경험했다는 말을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올 초부터 이어진 많은 인위적 만남은 계획하고 준비된 만남이었지만 모두 결과가 좋지 않았다. "이제 소개팅은 안 할 거야"라고 선을 그은 순간 우연은 시작되었다. 나도 아직 이 인연이 어떻게 이루어진 건지 신기할 따름이다. 어디선가 내가 바라던 그런 사람이 툭 하고 나타났다. 이번엔 정말 소중하게 대해야지. 또 어떤 알 수 없는 우연이 개입해도 균열이 가지 않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