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직업은

2010. 12. 29. 23:45 from 너와나의인터랙션
조만간 UX Designer라고 써있는 명함을 돌리며 나를 소개하게 될텐데, 내 주위 사람들은 아무도 UX가 뭔지 모른다. 사실 업계 사람들이나 최신 IT 조류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 아닌 이상 이 개념을 안다는게 쉬운건 아닐거다. 그래서 UX를 부모님께 설명드리는 것도 무척 어려웠다. 학부 전공으로 시스템경영공학(산업공학)을 결정했을 때도 공학과는 거리가 먼 부모님께 설명하는데 같은 어려움이 있었는데 갈수록 어려운게 많아진다.

UX란 User eXperience, 즉 사용자 경험의 약자다. 이게 생긴지 얼마 안된 개념이라 주워먹는 사람에 따라 정의하는게 다 다르긴 한데, 단어 뜻에 맞춰 설명하자면 제품이나 서비스를 디자인(설계)할 때 제품과 서비스 그 자체만 만드는게 아니라 그걸 쓰면서 생길 수 있는 총체적인 경험을 함께 생각해서 디자인하는 과정 혹은 방법론을 말한다. 아직 입사를 안해서 잘 모르겠지만 아마도 내가 할 일은 제품 디자이너가 할 수 없는 영역의 디자인, 즉 제품과 쓰는 사람 사이의 인터랙션을 생각하고 여기서 생기는 모든 경험을 조사, 연구하고 새로운 경험을 제시하는 일을 하게 될 것 같다. 

되게 있어보이는 일 같지만 실제 업무는 실험이나 설문으로 데이터를 만들고 통계분석도 하면서 소비자와 디자이너와 엔지니어와 경영진의 의견을 조율해서 제품을 개발하는 피곤한 일이 될 것 같다. 게다가 내가 들어갈 디자인경영센터는 디자인 전공의 사람들과 주로 일을 하게 될게 뻔한데, 직관에 의해 예쁘게 만드는 디자인보다 데이터와 이론를 통해 사람에게 편한 디자인을 추구하는 나랑은 아마도 많은 의견 충돌이 예상된다. 

그래도 이 일을 하고싶은 단 하나의 이유는, 이 일이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아이폰을 쓰면서 이제서야 진짜 인터넷도 하고 커뮤니케이션을 제대로 하게 됐다는 어느 시각장애인의 얘기를 보면서, 아이패드를 쓰면서 80세에 처음으로 컴퓨터와 인터넷을 배워서 더 많은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는 어느 외국 할머니의 얘기를 보면서 가슴이 뛰었던 이유는 나의 노력에 의해 더 많은 사람들이 휴대폰을, 티비를, 세탁기를, 냉장고를 더 편하고 즐겁게 사용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 때문이다.  

집에 IPTV를 설치한 이후로 부모님은 티비보는걸 어려워하신다. 오래된 전축이 DVD 겸용 멀티 플레이어로 바뀌었을 때부터 어머니는 그 좋아하던 음악을 잘 못들으신다. 티비 채널과 볼륨 조절만 있던 리모콘은 수없이 많은 버튼으로 도배가 되었다. 내가 봐도 너무 복잡한데 그게 몇 개 씩이나 있으니 IT기기와 친하지 않은 부모님이 어려워 하시는건 당연한거다. 내 목표는 부모님도 아주 쉽게 인터넷을 쓰고, 예전에 카세트테잎으로 음악을 들을때 처럼 쉽게 음악을 듣고, 복잡한 IPTV에서도 원하는 드라마를 쉽게 찾아보는 제품을 만드는거다. 

그래서 난 내 직업에 자부심을 느끼고, 이런 직업을 갖게된게 너무 좋다. 나의 노력으로 세상이 좋아진다니, 생각만해도 너무 짜릿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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