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가는 길

2010. 12. 4. 21:54 from 목소리
모 인터넷 서비스회사 1차 면접에 합격하는 바람에 2차 면접과 모 자동차회사 면접이 겹치게 되었다. 결정할 수 있는 시간은 하루가 있었다. 누구나 인정하는 대기업에서 안정된 월급을 받으며 사는 삶과 내가 정말 하고싶은 일이지만 다른것들이 부족하거나 불안정한 삶이 머리속에서 마구 부딪혔다. 이미 직장인이 된 친구들과 연구실 선배들, 부모님, 교수님, 연구실 후배들까지 물어볼 수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내 길을 물었다. 다들 자신의 가치관에 따라 이런 저런 조언을 해주었다. 그렇게 여기 저기 묻고 다니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왜 이걸 물어보고 있는걸까. 왜 난 나를 믿고 내 스스로의 결정을 존중하지 못하는걸까. 아직도 어린애처럼 내가 한 결정과 남이 해주는 얘기가 맞으면 안도의 숨을 내쉬고, 그렇지 않으면 불안해하고 있는 내 모습이 보였다. 누가 그럴듯한 얘기를 하면 그 쪽으로 마음이 휙 휙 기우는 강단없는 모습을 보았다. 

오후 3시 면접인데 오전 11시까지 밤새워 고민했다. 점심때 만난 여자친구는 날 보더니 얼굴살이 빠졌단다. 얼마나 고민을 했으면 그렇냐고. 그렇지만 내 마음은 즐거움과 알 수 없는 기대감이 가득했다. 내가 좋아하는 분야와 내가 잘 하고 앞으로 하고싶어하는 분야가 만나는 그 일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그 회사 이름을 부모님은 발음도 잘 못하신다. 선배는 거기 나왔다가 어디로 옮길 수 있겠냐고, 무조건 이름있는 회사에 가라고도 했다. 그런데 난 많은 선배들이 그 이름있는 회사에 들어갔다가 후회만 가득해서 퇴사하는 모습을 수없이 봐왔다. 이제 30년 남짓 살았다. 앞으로 내 인생의 한 순간도 그런 식으로 허비하고 싶지 않다. 

나는 내 길을 가고, 그 길이 날 행복하게 해주면 그만이다. 남들 보기에도 행복해 보이는 삶을 살기 위해 쏟을 에너지를 난 내 자신과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쓸거다. 지금 행복하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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