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목련 블루스
성기완
성기완
봄날 오후에 할 일도 없는데
자목련이 흐드러져요
그러고보니 당신에게서
꽃 한 송이 받은 적 없네요
아 구체적으로 서러워
내 마음
확인도 안 하고 떠나셨죠
봄날 숨 막히는 오후에
퍼플의 물감을 헤프게 쓰는
자목련이 흐드러져요
꼭 당신이 준 것인 양
한 아름 눈에 들어와
매우 정확히 현실적으로 서운해
구체적으로 서러워
눈물이 나버려
<당신의 텍스트>, 문학과 지성사, 2008
몇 안되는 이웃 블로거 무슨달님의 블로그에서 보고 너무 좋아서 자꾸 봤더니 이제 외울정도가 되었다.
나에게 성기완씨는 시인 성기완보다 3호선 버터플라이의 성기완으로 더 익숙한데, 이렇게 좋은 시를 쓰는 시인이라는건 처음 알았다. 이 좋은 시를 이제야 알았다니! 지나간 인생이 현실적으로 서운하고 구체적으로 서럽다.
위 동영상은 이소라 두시의 데이트에서 이소라와 이석원이 이 시를 읊은걸 누군가 녹음해놓은것. 이소라씨 역시 시 낭독도 너무 잘한다. 정바비같은 발음구조를 가진 나는 이석원씨의 명확한 발음도 매우 부럽다.
어쨌든 시가 너무 좋아서 기쁘고, 내가 아직 시를 좋아할 수 있는 인간이라는게 기쁘다.
당신의 텍스트를 얼렁 보고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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